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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2

내가 읽은 쉬운 시 141 - 백무산의「순결한 분노」 27일 토요일 서초동 촛불 집회에 나가자고 아내와 계획을 했다가 못 가고 말았다. 저녁 무렵부터 본격적인 감기 기운에 끙끙거려야 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오는 걸 별것 아닌 걸로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모였을까 하는 염려스러운 생각에 인터넷을 확인하다가 예상 밖의 큰 인파에 놀라고 미안해졌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후보가 되면서 시작된 검찰의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철저한 압수 수색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피의자 조사 한번 없는 기소도 특이했다. 법무부장관이기 이전에 한 개인의 영혼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듯한 여론몰이까지. 두 달여 동안 온 나라를 온통 들썩이게 만든 소란의 결과가 무엇인지 묻지 않.. 2019. 9. 30.
잘 먹고 잘 살자 58 - 소금에 대하여 소금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무기질 중의 하나이다. 때문에 소금이 귀한 옛날에는 화폐로서의 기능도 했다. 로마에서는 군인이나 관리의 봉급을 소금으로 주기도 했다. 봉급을 의미하는 영어 "Salary"는 ‘병사에게 주는 소금돈’을 의미하는 라틴어 "Salarum"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금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조미료이자 음식의 맛에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 감미료나 산미료와는 달리 소금 이외에는 대체할 다른 재료가 없어 독보적이다.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가 동일한 비율로 결합되어 있다.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 이외에도 다른 불순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생리활성 물질이다. 정제 과정을 통해 이러한 불순물을 제거한 구운 소금이나 죽염등이 있지만 반드시 불순물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만은 아니다. 김.. 2019. 9. 26.
내가 읽은 쉬운 시 140 - 천상병의 「술」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 있는 신평양조장에 다녀왔다. 신평양조장은 1933년 이래 3대째 막걸리를 빚어온 명가이다. 창업주의 뒤를 이어 김용세 옹이 양조장을 지켜왔고 지금은 그의 아들 김동교씨가 물려받아 함께 꾸려가는 것 같다. 2009년에는 청와대 공식 만찬 막걸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매진해온 사람들의 의미있는 노력에대한 당연한 사회적 반향이겠다. 술을 처음 입에 대본 것이 언제였던가? 동네 술도가에서 아버지 심부름으로 술을 받아오다 골목 어귀에서 한두 모금 스릴있게 마신 것이 처음인가? 아니면 모내기나 벼베기 때 떠들석한 잔치 분위기가 좋아 새참을 따라갔다가 동네 어른들이 장난삼아 건네주는 술을 못 이기는 척 받아마신 게 처음인가? 그것도 아니면 명절 때 술을 거르는 어머니를 졸.. 2019. 9. 24.
연극 「괴짜 노인 하삼선」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본 연극. 작년 연말 친구와 부부 동반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을 본 이후 처음이다. 그렇게 지난 일년은 가까운 이를 멀리 떠나보내는 시간으로 일상의 많은 것들을 접어두어야 했다. 아니 이별과 그가 머물 먼 곳을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쉬 지나가는 것을 사랑하라고 여행자는 가르쳐준다. 생명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기에. 그리고 모든 것은 이별이기에 ― 생명이라는 것을.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 바람이 서늘해지면서 그러지 않아도 연극이나 뮤지컬 정보를 찾아보던 차에 지인이 자신이 연출한 연극 「괴짜 노인 하삼선」의 공연 소식을 알려주었다. 공연이 저녁 8시에 시작하므로 한성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식당 "밥짓고 티우림"에서 약식.. 2019. 9. 21.
추석에 본 영화 『마션 MARTIAN』 영화를 보는 방법이 극장에 가거나 아니면 텔레비전의 혹은 국경일이나 크리스마스, 석가탄신일 등에 방송국마다 내놓는 "특선영화" 뿐이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엔 명절 연휴를 앞두고 신문에 안내된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볼펜이나 색연필로 표시를 해놓곤 했다. 요즈음은 케이블 방송에서 하루 종일 영화만 방송해주기도 하고, 많은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볼 수 있으므로 텔레비젼을 통한 영화 감상 의존도는 낮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일부러 그런 걸 챙겨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명절 연휴 때면 텔레비전에서는 변함없이 영화를 상영한다. 이번 추석에는 실로 오래간만에 텔레비전에서 하는 "특선영화"를 보았다. '추억과 백수의 결합'쯤이라고나 할까? 아내도 곁에 앉았다. 영화 『마션 MARTIAN』은 그렇.. 2019. 9. 19.
내가 읽은 쉬운 시 139 - 신흠의 「우후좌군기시대각 雨後坐軍器寺臺閣」 올해 초가을은 비가 참 많다. 호우경보까지 내린 밤, 빗소리가 요란하다. 밤새도록 비내려 푸른 못 물 불으니 (一雨中宵漲綠池 일우중소창록지) 연꽃이며 연잎이 여기저기 들쭉날쭉 (荷花荷葉正參差 하화하엽정참차) 원앙새 꽃 사이로 잠자러 들어가니 (鴛鴦定向花間宿 원앙정향화간숙) 가을바람에 부탁하여 불지 마라 해야지 (分付西風且莫吹 분부서풍차막취) 「우후좌군기시대각 雨後坐軍器寺臺閣」은 "비 온 뒤 군기시의 대각에 앉아"라는 뜻이다. 군기시(軍器寺)는 조선시대 병기와 군대 관련 집물을 만드는 일을 맡았던 관청이다. 비온 뒤 대각에서 내려다 보는 연꽃 핀 연못의 풍경이 한가롭다. 원앙이 수면 위로 미끄러지며 햇살이 맑게 비치고 바람도 잔잔히 불었으리라. 가을바람을 말린다지만 이미 비가 재촉한 가을은 이미 다가와 있.. 2019. 9. 10.
내가 읽은 쉬운 시 138 - 박상문의 「송편」 태풍 링링이 아파트 화단의 크고 작은 나무를 허리가 휘어지게 마구 흔들던 날. 아내는 서예 공부를 위해 붓을 잡고 나는 그 옆에서 송편을 만들었다. 마치 옛날 떡을 써는 어머니와 글씨로 겨루었다는 한석봉 고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결과는 물론 나의 '참패'였다. 송편과 붓글씨를 바꾸어 했어도 결과는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흰색 송편은 그냥 맵쌀가루로 만들 것이고, 녹색은 녹차가루를, 주황색은 단호박을 첨가한 것이다. 다 준비된 재료로 겨우 40개 정도의 송편을 빚었을 뿐인데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게다가 그 중 몇 개는 쪄내고나자 표면이 터지거나 갈라졌다. 그래도 성한 것을 골라 담으니 다행히 아내와 나의 한 끼 식사 분량이 되었다. 쌀 쌀 쌀을 곱게 빻아서 말랑말랑 쫄깃쫄깃 반죽해 동.. 2019. 9. 9.
영화「벌새 (House of Hummingbird)」 1994년. 중학교 2학년 여학생 김은희. 그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벌새」엔 특별하게 부각시킨 주제가 없다. 그의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가며 만나는 다양한 일상이 소재이자 주제이다. 집과 학교는 그에게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실제로 그는 오빠에게 자주 얻어 맞는다. 집에는 가부장적이고 슬쩍 바람도 피며, 남아선호의 사상에 젖은 아빠가 있고, 아빠가 주는 수모를 견디며, 가끔씩은 절망적인 투로 덤비기도 하는, 엄마가 있고, 아빠를 닮은, 그러나 아들이기에 특별한 대우를 받는 오빠가 있고, 밤중에 남자친구를 부모 몰래 집으로 불러들이는 언니가 있다. 학교에는 오직 서울대를 향한 공부만을 외치는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은 수업 전 쪽지를 나눠주며 '날라리'로 생각하는 사람을 2명씩 적어 내라고 하기도 한다. .. 2019. 9. 8.
영화 「더 헌트 The Hunt(Jagten)」 한 유치원 교사에게 들씌워진 억울한 추문. 소문은 점차 기정사실화 되고 직장과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집에 돌이 날라들고 키우던 애완견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던져진다. 급기야 그와 그의 아들에게까지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진다. 다행히 그의 혐의가 일부 벗겨졌음에도 광기는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로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덴마크 영화. 주인공 마스 미켈센은 이 영화로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 조국법무부 장관의 소란스러운 '역대급' 청문회가 있던 어제, - 법무부장관 후보의 청문회가 아니라 마치 조국 개인과 조국의 이력, 그리고 그가 상징하는 의미에 상처를 주거나 제거하고 싶은.. 2019.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