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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6

11월의 서울숲 올해는 단풍이 고울 거라던 일기예보는 틀린 것 같다. 예년에 비해 단풍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단순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11월 중순인데도 단풍 든 정도가 제각각이다. 이미 나뭇잎을 다 떨군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단풍이 든 나무도 있고 아직 9월인 듯 초록인 상태인 나무도 있다. 아파트 화단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초록인데 공원의 은행나무는 그루터기에 노란 잎을 수북이 쌓아놓고 있다.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는 것이겠지만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아마 11월 초까지 더워서 반팔로 다닐 수 있을 정도이다가 갑자기 초겨울 날씨로 기온이 급강하한 탓인지 모르겠다. 서울숲에도 초가을과 늦가을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직 초록인 나뭇잎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저러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단풍이 들 틈도.. 2023. 11. 15.
집 근처 '버금' 단풍 올가을 단풍 구경을 하려고 내설악행 산악회 버스를 알아보다가 이런저런 일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 뒤엔 단풍 내려오는 시기에 맞춰 가까운 서울 북한산을 가볼까 했는데 또 다른 일이 방해를 했다. 손자들과 가까운 글램핑 장에서 파티를 하려던 계획도 손자들의 독감으로 일주일 새 두 번이나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둘째 손자의 독감이 끝나니 곧바로 첫째가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산다는 건 계획에서 자꾸 벗어나려는 일들을 잡아다 일상 속 제자리에 놓으려는 노력의 반복이다. 둘째를 괴롭히던 바이러스가 첫째로 옮겨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의사는 동생은 B형(독감)이고 형은 A형(독감)이니 동생도 또다시 걸릴 수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옆에서 의사의 말을 들은 첫째는 단호하게 '오진'을 지적했다. "저는 O형.. 2023. 11. 5.
양재천변 가을 단풍 우리나라의 도시에는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생활숲의 면적이 다른 나라의 도시에 비해 너무 작다. 특히 서울은 국민 1인당 생활숲 면적이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삶의 질이란 항목만 들이대면 우리가 사는 모습은 늘 이렇게 작아진다. 그런 서울에도 가을이 왔다. 7년의 외국 생활 후 처음 맞는 가을이라 처음엔 이름난 먼 곳, 일테면 설악산 쯤으로 단풍을 보러갈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가까운 곳에, 고맙게도 아직 남아 있는 숲과 나무만으로 계절의 모습을 느껴보기로 했다. 먼 곳의 화려함을 보기 위해 길 위에서 흘려야 하는 시간을 가까운 곳의 고마운 소박함을(?) 더 오래 바라보는데 쓰기로 한 것이다. 양재천 변의 시민의 숲. 아내와 내가 갔을 때는.. 2014. 11. 4.
여름 그리고 가을 며칠 사이로 샌디에고의 날씨가 다시 시원해졌다. 한국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햇빛 속에 가을냄새가 숨어있는 듯 하다. 떠나온 사람에겐 계절도 계절이 오고가는 것도 그리움이 된다. 여름. 언젠가 만리포의 아침, 안개 속을 달려오던 조카녀석이나 아내와 함께 강화도 장화리에서 본 저녁 노을. 그리고 가을. 투명한 햇살과 솜처럼 부풀어올라 잔바람에 쏠리던 억새꽃이나 바라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오던 노란 들판과 그 빛을 닮은 경기도 어느 오래된 절터,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은행나무하며... 오늘 저녁엔 조동진의 씨디를 찾아서 아내와 들어보아야겠다. "계절은 이렇게 쉼게 오가는데..."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 2014. 10. 15.
가을 단풍을 따라서2 - 대둔산 대둔산(大芚山)은 큰두메산 혹은 큰덩이산을 뜻하는 ‘한듬산’을 한자화 한 것이라고 한다.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와 고개를 드니 산머리에 거대한 바위봉우리를 이고 서있는 대둔산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들 사이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받치고 있었다. 산행길은 정상까지 오르락내리락이 한번도 없는 가파른 비탈로 이어졌다. 처음에 아내를 생각하여 중턱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르려 했다. 그러나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그 생각을 접고 말았다. 만만찮은 경사에 걱정이 되어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매단 채 생각보다 잘 오른다. 아내의 꾸준한 운동과 올 가을에 집중된 몇 차례의 산행이 동네 야산도 힘겨워하던 그녀를 드디어 ‘강철의 여전사(?)'로 새로 태어나게 한 것 같다... 2012. 4. 17.
가을 단풍을 따라서1 -치악산 가을바람과 함께 유난히 부산을 떠는 것은 우리 부부만이 아닌 모양이다. 평소 운동이나 산행에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도 텔레비전에 단풍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는 들썩거리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극적으로 바뀌어가는 계절의 모습이 사람의 마음마저도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조바심을 치며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아내와 나였지만 올 가을에는 주위의 부추김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몇 주간 집중적으로 단풍을 따라 몇 곳의 산을 오르거나 걸어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별하게 단풍을 쫓아갔다기보다는 산에 오르니 그곳에 숲이 있었고 그 숲에 단풍이 있었다는 표현이 맞다. 억새가 특정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을의 정취라면 단풍은 우리 국토의 모든 산들이 지닌 보편적인 가을.. 201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