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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6

도다리쑥국 먹고 덕수궁 가기 봄동이 끝나갈 무렵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봄동은 집에서 국도 끓이고 데쳐서 나물도 무치고 겉절이도 만들어 먹지만 도다리쑥국은 을지로입구 충무집에서 사 먹는다. 물냉면처럼 은근한 맛의 음식엔 아직 나의 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년 봄엔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도다리쑥국은 남해안 - 통영(충무), 고성 거제 일대 -의 토속 음식이라고 한다. 제철인 봄을 맞아 살아 통통이 오른 도다리 토막과 바닷바람을 맞고 돋아난 햇쑥을 옅은 농도로 된장을 푼 육수에 넣고 끓여내는 도다리쑥국은 별 기교가 없는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다. 아내와 나는 첫술을 뜰 때 입안에 감기는 그윽함에 종종 눈을 한번 감곤 한다. - 이곳 나의 글,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 중에서 - 늘 그래왔듯 멍게비빔밥을 곁들여 먹고 가까운 .. 2023. 3. 5.
한여름 한낮 - 덕수궁과 그 부근 민어탕은 여름철 음식이다. 민어가 여름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봄철 도다리쑥국으로 유명한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계절 음식으로 민어탕을 낸다. 외출을 했다가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민어탕을 미끼로 아내를 불러냈다. 민어탕에는 원래 부레, 간 등의 내장이 들어가야 제맛이라고 한다. 충무집 민어탕에는 살덩이만 들어 있다. 그래도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입에 붙는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시원한' 민어탕 한 그릇을 하니 한여름 더위가 만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벌써 팔월인데 까짓 더위라고 해봤자 이제 며칠이나 남았겠어?" 자못 호기롭게 아내에게 말해 보았다. 민어의 원래 이름은 면어, 면은 조기 면(鮸)이다. 민어와 조기는 사촌지간이다. 면의 중국식 발음이 민과 가까워서 복잡한 '면' 대신.. 2022. 8. 4.
눈 내린 서울의 궁궐과 능 조선의 궁궐은 외국의 예에 비해 소박한 편으로 결코 화려하지 않다. 백성들이 보아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화려함이라고나 할까. 그 이유는 조선 건국의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고 한양의 도시 설계와 경복궁 건립을 주도한 정도전의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서 찾을 수 있다. 궁원 제도가 사치하면 반드시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정을 손상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누추하면 조정에 대한 존엄을 보여줄 수 없게 될 것이다. 검소하면서도 누추한 데 이르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데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검소란 덕에서 비롯되고 사치란 악의 근원이니 사치스럽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할 것이다. 궁궐 건축에 대한 정도전의 이런 정신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던 우리 궁구.. 2021. 2. 14.
전시회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덕수궁 대한제국 역사관 전시실에서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특별전(09. 21. ~ 11. 24.) 이 열리고 있다.대한제국 황제의 상차림과 구한 말 서세동점의 시기에 변화된 대한제국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함께 요리를 공부하는 동료들과 전시회를 보러 갔다.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라 입장료도 공짜였다. 황제(왕)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을까? 왕의 식사는 잔치 대의 대전어상(大殿御床)과 일상생활에서의 수라상으로 구별되었다. 대전어상은 외국 칙사를 맞이하거나, 왕이나 대비의 생일이나 국혼(國婚) 등의 궁중 연회 때 차리는 상이다. 당연히 가장 화려하고 특별할 수밖에 없겠다. 정조가 생모인 혜경궁 홍 씨의 회갑 때 차린 잔칫상의 경우, 약 45cm(1척5촌) 높이로 고배(高排:쌓아올림)한 음.. 2019. 10. 31.
내가 읽은 쉬운 시 36 - 민영의「첫 눈」 흰눈이 하늘 가득히 퍼붓던 지난 목요일. 점심을 잠시 미룬 채 서둘러 사무실에서 가까운 덕수궁엘 갔다. 불과 10일 전의 늦가을 단풍과는 또 다른 세상이 거기 있었다. 오게, 누이여…… 시방 하늘은 水墨빛 그 어두운 바람결에 흰 눈송이도 싸여 내리네. 그렇네, 사랑이란 결국은 그런 것, 아무 말 말고 아무 말도 말고, 몇 九萬里ㄴ지 저 어지러운 하늘길을 더듬어 이제야 땅으로 내리는 흰 눈송이와도 같이 오게, 어서 오게! 2015. 12. 7.
덕수궁 정관헌의 박쥐 유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의 복(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하는 일), 고종명(考終命,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을 말한다.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함과 자손이 중다(衆多)함을 꼽기도 한다.) 박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그런 행복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그래서 박쥐는 천서(天鼠, 하늘나라의 쥐) 또는 선서(仙鼠 신선의 쥐)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구나 옷, 침구류에 박쥐 문양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이다. (*맨 위 사진 참조 ; 조선시대 보료방석) 궁궐의 장식물에서도 박쥐의 모습은 볼 수 있다. 덕수궁 안에 있는 정관헌(靜觀軒)은 대한제국 시대인 1900년 러시아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다. 설계는 서양인.. 2014.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