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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8

인천 송도 은퇴 후 송도 신도시에 자리 잡은 친구가 있어 다른 친구와 함께 부부동반 하여 다녀왔다. 송도는 바다를 매립하여 들어선 도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총 11개 공구로 나누어 2023년 6월 현재 1,2,3,4,5,7공구는 개발 완료된 상태이고, 11공구는 매립이 마무리 단계이며, 나머지 4개 공구는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구역별로 주거상업지구. 교육시설지구, 첨단업무지구 등으로 특성화되어 있고 9공구에는 크루즈항도 예정되어 있다. 개발 진행에 따라 주거 인구도 2023년 7월에 2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계획도시답게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반듯반듯하고 넓은 도로가 시원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곳곳에 공원도 많았다. 해돋이공원, 센트럴파크, 미추홀공원, 송도누리공원 등등. 날이 맑지는 않았지만 기온이 쾌적하여 .. 2023. 10. 25.
못다한 믹스커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원룸에서 모녀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5만 원에 계약된 방에서였다. "집주인은 모녀가 6개월가량 월세를 연체하고 있었다고 했다. 집안 책상에 놓인 월세 송금 은행 영수증도 지난 5월 중순에 납부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들의 세간살이는 단출했다. 24㎡(약 8평)도 되지 않는 원룸에는 화장실이 하나 딸려있었고, 매트리스 ·책상·냉장고·싱크대 정도가 전부였다. 작은 옷장에는 옷 10여 벌 정도만 걸려 있었다. 책상엔 영어 참고서 2권과 모기약, 화장할 때 쓰는 스펀지와 브러시 등이 남겨져 있었다. 현관에는 신발 두 켤레, 싱크대엔 칫솔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냉장고에는 빈 그릇과 컵, 고추냉이, 케첩과 물뿐이었다. 쌀봉투엔 2인분 분량만 남겨.. 2022. 11. 27.
그래도 나와 상관있는 일 한 노인이 들에서 나귀에게 풀을 뜯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정복자가 쳐들어 왔다. 노인이 외쳤다. "빨리 도망쳐라." 그러나 나귀는 서두르지 않았다. "만약 내가 잡히면 그들은 내게 짐을 두 곱으로 지울까요?" 하고 나귀가 물었다. "그러진 않겠지." 노인이 대답했다. "같은 짐을 지게 된다면 주인이 누구건 내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하고 나귀는 말하는 것이었다. 이솝이야기에 나오는 이 이야기를 요즘의 대선 정국에 투사해도 나귀와 비슷한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누가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결국 일반인들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냉담이나 냉소를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죄 없는 자들일수록 더 많이 참회하고 적게 먹은 자들이.. 2022. 1. 27.
백무산의「호모에렉투스」 *4월 21일 한겨레 그림판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꾼들의 쇼는 전략이라는 건가 사지 멀쩡한 놈이라고 혀를 차지만 사지 멀쩡한 거지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구걸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구걸 가운데 어떤 구걸이 도덕적인가 비참해야 하는데 덜 비참한 것이 문제였을 것 발빝에서 계속 기어야 하는데 머리를 쳐들었기에 혐오가 생겼을 것 고귀하고 선한 본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건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표를 구걸하고 신분을 위장하고 머슴입네 간을 빼줄 듯이 가난한 자의 발바닥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의 계급 위장은 고상한 .. 2020. 4. 21.
내가 읽은 쉬운 시 141 - 백무산의「순결한 분노」 27일 토요일 서초동 촛불 집회에 나가자고 아내와 계획을 했다가 못 가고 말았다. 저녁 무렵부터 본격적인 감기 기운에 끙끙거려야 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오는 걸 별것 아닌 걸로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모였을까 하는 염려스러운 생각에 인터넷을 확인하다가 예상 밖의 큰 인파에 놀라고 미안해졌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후보가 되면서 시작된 검찰의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철저한 압수 수색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피의자 조사 한번 없는 기소도 특이했다. 법무부장관이기 이전에 한 개인의 영혼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듯한 여론몰이까지. 두 달여 동안 온 나라를 온통 들썩이게 만든 소란의 결과가 무엇인지 묻지 않.. 2019. 9. 30.
내가 읽은 쉬운 시 135 - 밥에 관한 시 네 편 "밥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학창 시절 농활이나 모임에서 부르던 노래가 떠올랐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은 나눠먹는 것!" *위 사진 : 김지하의 책, 『밥』 중에서 햇볕과 바람과 비에 노동을 머금은 밥은 하늘이고 영성(靈星)이다. 또한 밥은 똥이 되어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생명 순환의 고리를 완결한다. 식사(食事)는 '식사(式事)'가 아니라 '하늘이 하늘을 먹는(以天食天)' 축제이며 공동체적인 나눔의 의미가 함께 한다. 물론 '혼밥'도 그 자체로 거룩한 행위임에는 틀립없지만 아무래도 좀 쓸쓸해 보인다. 시인 이재무는 「길 위의 식사」란 시에서 밥상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따뜻한 밥이 아닌 사료를 삼키 듯 허겁지겁 먹는 밥으로 각박해진 우리의 삶을 표현했다. 사발에 담긴 둥글고.. 2019. 8. 22.
내가 읽은 쉬운 시 66 - 백무산의「선량한 권력」 현실은 내 꿈을 '죽은 표'라 낙인 찍으며 손을 벌린다. 협박이거나 유혹이다. 그 놈의 '현실적 가능성'이라는 포장으로... 벌써 수십 년이다. 냉철하게 혹은 뜨거운 가슴으로 돌아보라. 배반의 현실이거나 비겁한 타협이거나 결과는 참담했다.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 먼길을 가더라도 꿈을 심고 키워야 한다. 우리 앞에 '선량한 권력'을 세우기 위해서. 그 권력을 지배하기 위해서 옥상에 놓인 물탱크 청소를 한다 언제부터인가 수도에서 냄새가 났다 발목까지 빠지는 침전물이 썩어 악취가 나고 온통 하수도나 같다 물은 계속 들어오고 또 나가므로 언젠가 새 물갈이가 저절로 되리라 믿었던가 썩은 물이 빠지고 천천히 선량한 권력이 들어올 것이라 믿었던가 행여 이타적인 권력을 꿈꾸는가 정직한 권력을 꿈꾸는가 착하고 선량한 권.. 2017. 5. 2.
내가 읽은 쉬운 시 52 - 백무산의「격정」 우사인볼트 Usain Bolt 는 이번 리우올림픽 최고의 스타 중의 하나이다. 1백 미터와 2백미터에 이어 4백미터 계주까지 그는 올림픽 3연패라는 쉽게 깨지지 않을 큰 기록을 세웠다. 100분의 일초로 승부가 결정되는 긴박한 경기임에도 긴장감이라고 전혀 없어보이는 그의 유유자적, 여유만만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단거리 육상하면 생각나는 또 한 선수가 있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운 폭발적인 스피드와 엄청난 근육, 그리고 달리는 모델이라 불릴만큼 화려한 치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의 그리피스 조이너.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치루는 선수들처럼 세상엔 짧은 시간 동안 자신과 세상의 꿈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붓는 압축된 삶을 살다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삶들로 예술과 역사는 오게 되어 .. 2016.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