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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6

화계백일홍 아파트 화단에 벚꽃이 흐드러져 야간 산책에도 보기가 좋더니 어디 잠깐 다녀오는 사이에 다 떨어져 버리고 어느새 푸른잎이 성기게 돋아나 있다. 진달래도 개나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쉬워하긴 아직 이르다. 철쭉, 튤립, 라일락이 뒤를 이어 화사하다.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화계백일홍(花繼百日紅)이다. 와아! 가끔은 꽃무더기 앞에 서 볼 일이다. 탄성에 실어 각진 세상에 다친 마음을 날려보내기도 할 일이다.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 함민복, 「봄꽃」- 2024. 4. 18.
이 봄을 노래 부르세 2 고등학교 시절 나이가 지긋한 한 선생님이 말했다. "요즘 노래는 낭만이 없어. '그건 너 그건 너' 삿대질할 것 같지 않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하면서 악을 쓰질 않나?"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우리 중 하나가 물었다. "그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낭만이 들어간 노래는 어떤 겁니까?" 선생님은 대답을 노래 한 소절로 대신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대중가요래도 뭐 최소 이 정도는 되야지!" 남으로 오는지, 남에서 오는지 지금 봄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봄꽃의 등을 떠밀고 있는 것 같다. 산책길에 만난 개나리는 하루 전 강변에서보다 더 노랗게 호숫가를 물들이고 .. 2024. 3. 29.
화상첨화(花上添花) 어젯밤 함께 잠자리에 누워 첫째 손자친구와 BTS의 노래를 들었다. 친구가 먼저 잠이 들어 휴대폰의 유튜브를 닫자 어디선가 토닥거리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일까? 컴퓨터라도 끄지 않은 것일까? 방 안을 둘러보다 빗소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빗소리가 아파트 방안까지 파고드는 걸 보니 제법 세차게 내리는 것 같았다. 커튼을 거두자 어두운 유리창에 맺혀 있는 빗방울이 보였다. 극심한 봄가뭄이라던데 기왕 내릴 거면 넉넉히 내렸으면 싶었다. 아침이면 아파트 정원과 산책길이 떨어진 꽃잎으로 가득해지겠지만 조지훈 시인의 말대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할 수야 있으랴. 지는 꽃은 져도 피는 꽃은 연이어 피어날 것이다. 진달래, 철쭉, 복사꽃, 살구꽃, 제비꽃, 민들레꽃, 씀바귀꽃, 엉겅퀴꽃, 얼레지꽃 외.. 2023. 4. 5.
봄봄봄 꽃꽃꽃 발길 가는 곳마다 봄 봄 봄이고 눈길 닿은 곳마다 꽃 꽃 꽃이다. 마치 무수한 봄들이 여기저기 모여 한꺼번에 터트리는 함성 같다. 예년을 웃돈다는 기온에 날씨도 화창하여 나들이 욕심을 부추긴다. 온몸의 근육도 덩달아 근질거린다. "이런 날 집에 머무는 것은 죄악!"이라고 카톡으로 주위에 선동질을 하고 아내와 길을 나선다. 이미 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며 목련이며 벚꽃이며 산수유가 만개했다. 며칠 전 읽은 한 소설에 "매화와 동백이 시들 무렵 연노란 산수유가 들판에 봄빛을 불러오고, 아련한 연노랑 빛이 성에 차지 않는다 싶을 즈음 진달래가 산등성을 벌겋게 물들이고, 그 꽃들이 죄 사라진 뒤에야 봄볕에 지친 보랏빛 오동이 숨을 헐떡이며 커다란 꽃잎을 축 늘어뜨려 여름을 알렸는데 요즘은 온갖 꽃들이 동시다발로 .. 2023. 4. 1.
이 땅의 무릉도원 언제부터인가 벚꽃과 유채꽃이 우리 봄꽃의 대표처럼 행세를 하게 된 세태에 작은 불만을 가지면서 그 대안을 구했을 때 국토는 골골마다 흐드러진 복숭아꽃으로 한 가지 대답을 주었다. *위 사진 : 경북 영덕 지품면에서 *위 사진 :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서 아내와 내가 그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르면, 그 꽃을 생활로서 대하며 그곳에서 사시는 분들은 꽃그늘의 의미를 읽지 못하는 철딱서니 없는 도시인의 경박함이라 혀를 차실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탁한 환경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마음 편히 깊은 숨을 쉴 수 있고, 우리가 사는 국토에 대한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우리 시대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아름다운 현장을 찾아 찬양하고싶다는 구실을 붙인다면 그런 질타로부터 조금은 비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 사진 강원도 .. 2012. 4. 18.
남한강변 해여림식물원에서 만난 꽃 * 위 사진 : '참좋은생각'이란 카페에서 사는 일이 여의치 않을 때 아내와 나는 종종 한강변으로 나간다. 강변에 차를 대고 넉넉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늘 마음이 차분해지고 겸손한 마음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오곤 한다. 얼마전 문을 연 한 식물원을 돌아보고 강변 마을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휴일 다시 세상은 넉넉해 보였다. * 위 사진 : 동자꽃 *위 사진 : 흰꿀풀 *위 사진 : 스콧매발톱 *위 사진 : 메카나매발톱 *위 사진 : 금낭화 *위 사진 : 기린초 *위 사진 : 엉컹퀴 *위 사진 : 원추리 *위 사진 : 단풍제라늄 *위 사진 : 디기탈리스 *위 사진 : 헬리오드륨heliotrope *위 사진 : 연꽃 *위 사진 : ???(이름 모름) *위 사진 : ???(이름 모름) *위사진.. 2012.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