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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6

단 한 사람 새해 결심 중의 하나가 일주일에 (어떤 그림이라도) 그림 한 장 그리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어반스케치 모임의 회장님이 그러지 말고 하루에 10분씩만 그리는 걸로 하라고 했다. 10분은 부담이 없지만 일단 한번 펼친 스케치북을 10분 만에 닫는 경우는 없을 것임을 노린, 나 같은 '귀차니즘' 중독자를 위한 독려의 방법이겠다. 새해도 두 달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야 그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방학 중인 손자를 돌보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그림 두 장을 그렸다. 위 그림은 이중섭의 그림 중에 쉬운(?),「다섯 어린이」를 따라 한 것이다. 이중섭이 헤어져 멀리 있는 두 아들을 그리워 하며 그렸을 것이다. 나는 요즘 매일 함께 뒹구는 손자저하들을 생각하며 그렸다. 두 번째 그림 역시 이중섭의 「부부」를.. 2024. 2. 28.
여자와 남자 간단한 생활 마술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모임에서 마술에 이야기를 입혀 시연을 했다. 사람들의 흥미유발을 위해 남녀 이야기를 주제로 만들어 보았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마술 시연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발표에 사용했던 유모어 몇 가지만 옮겨본다. 유모어 1 결혼을 하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점찍은 3명의 비슷한 후보 중에 누구를 택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여자들에게 각각 현금 5백만 원을 선물로 주고 무엇을 하는지 보기로 했다. 첫째 여자는 뷰티샾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 몇가지 옷을 샀다. 그녀는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둘째 여자는 오로지 남자를 위한 선물로 골프채와 골프웨어를 사는데 돈을 썼다.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를 위해 .. 2023. 4. 11.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연애는 짧고 결혼은 길다. 연애가 '너의 한마디 말이나 웃음이 나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는(김창완의 노래)' 신비로운 단거리 달리기라면, 한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 해야 하는 결혼은 그런 신비를 둔화시키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의 마고는 남편 루와 5년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큰 불만이나 문제는 없다. 루는 다정하고 둘이서는 장난도 잘 친다. 상대가 양치질하는 화장실에서 스스럼없이 변기를 사용할 정도로 익숙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루와 보내는 생활은 어딘가가 점점 헐거워지고 있다. 요리 연구가인 루가 매일 만드는 닭요리처럼 일상은 단조로운 톤으로 반복된다. 장난이건 키스건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고 싶어진다.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2022. 4. 11.
사랑 '증명하기' *이중섭의 「부부」 한 사내가 증명서를 떼기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 동사무소의 공무원은 신분증명서를 요구했다. 그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을 증명할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사내는 자신이 증명서의 본인이 맞다고 사정을 했다. "급해서 그런데 한 번만 인정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나 공무원은 법 규정을 들어 요지부동이었다. 자신을 증명해 줄만한 것을 찾아 사내는 몸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사내는 다시 한 번 더 사정을 했고 공무원은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신의 몸과 지갑을 샅샅이 뒤지다가 사내는 속주머니 깊은 곳에서 구겨진 자신의 증명사진을 발견했다. 사내는 그것을 공무원의 책상 위에 탕! 소리가 나도록 호기있게 내려 .. 2020. 8. 7.
아내와 나 생각해보면 부부란 놀라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논리적으로 만날 수 있는 확율보다 만나지 못할 확율이 더 높은.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아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날. 하늘도 덩달아 푸르러진다. *2010년 8월 2014. 10. 8.
내가 읽은 쉬운 시 18 - 함민복의 시 두 편 대구로 옛 직장 상사의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겨레붙이와 가까운 사람들의 축복 속에 새로 탄생한 젊은 부부가 환한 표정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KTX를 타고 오가는 동안 함민복의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을 읽었다. 그 속에 있던 시, 「양팔저울」을 새내기 부부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1 나는 나를 보태기도 하고 덜기도 하며 당신을 읽어나갑니다 나는 당신을 통해 나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 당신 쪽으로 기울었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상대를 향한 집중, 끝에, 평형, 실제 던 짐은 없으나 서로 짐 덜어 가벼워지는 2 입과 항문 구멍 뚫린 접시 두 개 먼 길 누구나 파란만장 거기 우리 수평의 깊이 시 「양팔저울」을 꼭 부부 관계로만 한정 지어 읽지 않아도 좋겠다. '수평의 깊이'는 모든 관계에.. 2014.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