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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5

엠마오에서 돌아오는 두 사람 부활절 무렵이면 '엠마오로 가는 두 사람'이 자주 이야기 된다. 예수가 죽고 난 후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하고 있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1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그때 한 사내가 두 사람과 나란히 걸어가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소식이 깜깜인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투로 사내를 타박하며 사흘 전에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라고 믿었던 예수가 허망하게 죽었고 이제는 예수의 시체마저 없어졌다고 침통해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슬픔과 비탄으로 가득차 다시 곁에 와 있는 부활한 예수를 알아볼 틈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는 성경 속에 숱하게 언급된, '고난 후 부활'의 예언을 믿지 못하는 두 사람의 어리석음을 아쉬워했다. 저녁 식.. 2024. 4. 1.
부활절에 묻는다 "부활을 축하합니다." 아침에 동남아 오지에 계시는 수녀님으로부터 첫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그곳엔 비가 많이 와서 3일째 정전인 데다가 곳곳에 물난리로 모든 공소의 미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내일이면 지붕이 날라간 집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하시면서도 씩씩하게 '알렐루야, 알렐루야!!!'라고 외치듯 적어주셨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명동성당과 바티칸 성당의 부활절 미사를 보았다. 냉담에 코로나 핑계까지 더해져 미사 참석은(?) 진짜 오래간만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축복) 강론에서 '전염병 확산과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위기,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세계의 무력 충돌'에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최근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2021. 4. 5.
부활 이전에 삶과 죽음이 있었다 *텔레비젼 화면 촬영 부활절. 냉담을 한 지 오래라 쑥스럽지만 몇몇 교우들에게 "부활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를 보냈다. 교리를 지도해 주신 수녀님의 "냉담의 기간에 상관없이 한번 신자는 영원한 신자"라는 해병대 구호 같은 말씀을 뻔뻔함의 근거와 위로로 삼으면서. 아내와 함께 텔레비젼으로 중계되는 교황 집전의 바티칸 미사를 보았다. *카라바조의 「무덤에 내림」(1604) 부활 이전에 죽음이 있었다. 요셉이 용기를 내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 (중략) 요셉은 시체를 내려다가 미리 사가지고 온 고운 베로 싸서 바위를 파서 만든 무덤에 모신 다음 큰 돌을 굴려 무덤 입구를 막아 놓았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를 모신 곳을 지켜 보고 있었다. - 공동번역 성.. 2020. 4. 15.
내가 읽은 쉬운 시 65 - 정호승의「그는」 하루 한 번 묵주기도를 바치는 길지 않은 시간조차 나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온갖 상상의 분심들이 기도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그러다 뜨끔해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기도 한번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할 때도 있다. 노랫말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나의 미망 때문이리라. 내일은 부활절. 하루라도, 아니 하루의 잠시 동안만이라도 그가 살고 죽고 부활하며 우리에게 남겨주었다는 넓은 평화의 웅덩이에 크고 작은 내 삶의 고민들을 아무 생각없이 던져보아야겠다. "(그리스도) 형님, 너저분한 제 일상의 보따리 우선 하루만 맡겨 놓겠습니다. 그리고 개구장이로 신나게 놀아보겠습니다. 부활 감사합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 2017. 4. 15.
"부활 축하합니다" 지난 일요일은 부활절이었다. 연초에 아내와 올해만큼은 재의 수요일에서 부활절에 이르는, 수난과 부활의 사순시기를 천주교 의식에 따라 지켜보자고 약속을 한 바 있다. 세례를 받은 교인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겠으나 종교적 소양과 믿음이 기초부터 부실한 우리는 그 ‘당연’을 자못 굳은 결심을 하고서야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번 일을 전기 삼아 앞으로 매년 사순절을 지키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선택한 종교의 중요한 행사에 한 번은 직접 참석하여 경험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다분히 형식적으로 행동에 옮긴 것일 뿐이다.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과 “HAPPY EASTER!”, 혹은 “부활 축하합니다!”의 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가벼웠다. 솔직히 ‘그 분’의 부활이 주는 의미와 기쁨을 만.. 2012.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