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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7

그대 떠난 마음의 빈 자리 4.16해외연대가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추진한 서울 지하철 광고를 서울교통공사가 불허했다. 광고의 내용이 정치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어린 생명에 대한 추모조차 다시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일까? 세월호를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어 간 '정치'뿐인 자들의 득세······. 불길한 예감이다. 진실 규명이 올바른 추모다. '아플지라도 숨막히는 이별'을 아직 말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대 떠난 마음의 빈 자리 아플지라도 숨막히는 이별은 말하지 않으리 여기로 불어오는 바람 서러웁고 저기서 울리는 종소리 외로워도 가만히 견디며 들으리라. 커다란 즐거움은 아픔 뒤에 오는 것. 흐르는 강가에 가슴은 설레어도 말하지 않으리라 이별의 뜻을. 그대 떠난 마음의 빈 자리 아플지라.. 2022. 4. 16.
여전히 그리고 오래 묻는다. 여전히 묻는다. 앞으로도 오래 물을 것이다. "왜?!"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재난 따윈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저들 촛불시위와 행진과 민주주의가 더 큰 재난이라 여기는 저들이 명령을 하는 동안은, 결코 ―백무산의 시, 「세월호 최후의 선장」 중에서― 2018. 4. 16.
내가 읽은 쉬운 시 46 - B. 브레히트의 시「아이들의 기도」 두 번째 4월 16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머릿수 하나를 보탰다. 이런저런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데 딸아이가 등을 떠밀었다. 두 가족의 대표로 다녀오라고. 기억해야지 않겠느냐고. 밤이 깊어가고, 빗줄기는 굵어지고, 바람은 불고, 그래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저마다 2년 동안 반복해온 질문을 다시 모으고 있었다. "도대체 왜?" 집이 불타지 않게 해주세요 폭격기가 뭔지 모르게 해주세요 밤에는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삶이 형벌이 아니게 해주세요 엄마들이 울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도 누군가를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누구나 뭔가를 완성시키게 해주세요 그럼 누군가를 믿을 수 있겠죠 젊은 사람들이 뭔가를 이루게 해주세요 늙은 사람들도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2016. 4. 17.
옮겨 온 글 "이름을 불러주세요" 사랑하는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며 ‘여러분이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라는 경찰의 경고 방송은 이미, 사람의 말이 아니다. 유가족도 없는 팽목항에서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홀로 낭독회를 했던 대통령이란 이의 추도사는 더 기막히다. ‘이제는 가신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란다. 왜 죽었는지 본인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눈을 감나. 그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려고 죽을힘을 다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신 분들의 뜻이 아니겠는가. 시민 304명이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영상을 봤다. 이름만 부르는 데도 10분이 넘게 걸린다. 한 명의 이름만이라도 나지막이 불러주시라. 천천히 적어주시라.. 2015. 4. 21.
세월호연장전 4월11일에 세월호 연장전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4월16일이다. 그것이 연장전(延長展)이건 혹은 연장전(延長戰)이건 아니면 연장전(鍊匠展)이건 또는 연장전(鍊匠戰)이건 필요한 시간이다. 고혼(孤魂)들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천길 바닷속, 어느 슬픈 심연을 떠돌고 있는지 어느 봄 어느 가을 한 줄기 햇살 되어 모질고 고통스런 이 땅에 다시 오려는지 온 영혼을 쥐어짜보아도 모든 언어가 부질없다 적당히 그럴듯한 말로 가장 추한 것을 감추고 보상이니 추모니 피 냄새 나는 지폐로 생명을 계산하는 동안 부정한 힘과 제도와 미친 속도는 여전하고 배 가라앉을 때 함께 가라앉은 진실도 양심도 망망대해 떠내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존엄은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고 한 나라의 통치는 사람의 .. 2015. 4. 16.
카인의 시간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6개월이 되었다. 이 날 유가족대책위는 "(그동안) 국가는 면죄부를 주기 바빴고, 우리의 의문에 누구 하나 나서 답해 주지 않았다. 이젠 잊힐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크다. 참사 전과 후가 달라질 거라고 했던 약속을 제발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나이 오십 넘게 이 땅에 살아오면서 이와 비슷한 경우와 마주친 몇 번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늘 성경 창세기의 한 귀절을 떠올리게 된다. 주님이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우리가 이 참담한 경험을 이토록 쉽게 잊어도 .. 2014. 10. 17.
내가 읽은 쉬운 시 17 - 정호승의 「너의 무덤 앞에서」 이 땅을 걸으면 오늘도 내 발목엔 너의 쇠사슬이 채였나보다 이 하늘을 바라보면 오늘도 내 두 눈엔 너의 화살이 날아와 박혔나보다 아들이 아버지를 묻어주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묻어주는 오늘밤 눈발이 날리는 산 모퉁이 하늘가로 울며 떠나가는 네가 보인다 검은 낮 하얀 밤마다 먼 길을 와서 또 다시 먼 길을 가는 자여 바람은 왜 어둠 속에서만 불어오고 새벽이 오기 전에 낙엽은 떨어지는가 송장 냄새 그득하였던 그 해 도시에는 바람도 창을 흔들지 않았고 싸락눈 맞으며 산새가 되어 어느 하늘 산길 가는 너를 쫓으며 나는 그 누구의 눈물에도 고향 하늘에는 가 닿을 수 없었다 - 정호승의 시, 「너의 무덤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아무도 너희에게 가지 않았다. 2014.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