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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5

잭 런던의『야성의 부름』 시인 신동엽은 역사를 원수성(原數性), 차수성(次數性), 귀수성(歸數性)이란 그만의 독특한 단어로 구분 지어 보았다. 그는 잔잔한 바다가 원수성의 세계라면, 파도가 일어 공중에 솟구치는 물방울은 차수성의 세계이고, 다시 제자리로 쏟아져 돌아오는 물방울의 운명은 귀수성의 세계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역사란 싱싱한 생명력 가득한 원수성 세계에서 분열되어, 불안하고 부조리하며 폭력적 광기를 지닌 채 튀어 오른 물방울 같은 차수성이 커져 온 과정이다. 따라서 지금의 세계는 문명 이전의 조화롭던, '생명체와 대지 사이에 음양적 밀착 관계 이외에 어느 무엇도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 원수성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돌아가야 하는) 귀수성의 필연과 당위를 지녔다는 것이다. 잭 런던이.. 2023. 9. 12.
우크라이나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출처 : 띠리네 명화 끝나지 않았다 인간의 야만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사람을, 총으로 쏘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반도에서, 그리고 나뭇잎 싹트는 따스한 봄날 교수대에서 - 신동엽, 『금강』 중에서 - 우크라이나. 나라 이름은 많이 들어보고 유럽 어디쯤에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정확한 위치를 머릿속에 담고 있지 못하다가 이번에 전쟁 이 일어나면서 지도를 찾아 알게 되었다. 거대한 세력의 틈바구니에 낀 작고(?) 힘없는 나라. 하지만 그곳에도 불과 며칠 전까진 따스하게 불 밝힌 저녁 식탁에서 가족이 모여 앉아 달그락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었을 것이고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며 웃었을 것이다. 청춘들은 공원을 거닐며 사랑을 속삭이고 노인들은 .. 2022. 2. 26.
내가 읽은 쉬운 시 155 - 신동엽의 「그 사람에게」 영화 "스틸 라이프 STILL LIFE" 의 주인공 존 메이는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공무원이다. 그의 업무는 무연고로 외로이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러주는 일이다. 그는 이 일을 22년 동안 성실히 수행해 왔다. 홀로 죽은 사람이 발견될 때마다 존은 망자가 남긴 작은 목걸이, 립스틱, 사진 등의 작은 유품을 꼼꼼히 챙긴다. 그리고 유품의 내력을 따라가며 망자가 지나온 흔적들을 모아 온전한 삶을 모자이크한다. 그는 또 최선을 다해 고인의 지인들을 수소문 하고 장례식 참석을 권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텅 빈 성당에 존만 홀로 앉아 고인의 마지막을 지키게 된다. 시신이 화장 된 뒤 유골보존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도 존은 우직하게 지인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어느 날 존에게 해고 통보가 전해진다. 하찮은 무연고.. 2020. 1. 1.
내가 읽은 쉬운 시 67 - 신동엽의「껍데기는 가라」 JTBC와 KBS에서 특별 스튜디오를 광화문 광장에 설치하여 개표 방송을 한다고 예보를 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방송국의 예측을 은연중에 드러낸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은 작년 10월 말 이래 매 주말이면 '꽃'들의 함성과 아우성으로 어우러졌던 현장이기에. 어제 저녁 아내와 광화문으로 나갔다. 솔직히 내가 한 표를 행사한 후보의 당선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바라던 최소한도의 성과조차 기뻐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문재인 당선자를 위한 무대 쪽으로는 벌써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까이 접근하기 힘들었다. 구태여 무대 앞까지 갈 이유가 없어 발길을 돌려 세종문화 회관 앞 계단에서 중계 차량의 화면을 봤다. 사람들은 문재인을 연호했고 무대에는 당 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다른 후보들까지 올라와 축제 분위기를.. 2017. 5. 11.
내가 읽은 쉬운 시 56 - 신동엽의「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위 사진 : 참여사회 241호 사진 중에서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쯤 국회 앞 . 탄핵 결정 소식이 전해졌다. 거대한 환호성이 땅을 흔들었고 순식간에 축제가 시작되었다.. 나도 아내와 발을 구르며 함성을 질렀다. 생면부지의 옆사람과도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눈물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아침이슬과 불나비를 합창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잠시 생각했다. 사필귀정? 그러나 아직 '올바름(正)'의 종착역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단지 먼 길로 통하는 작은 문이 열렸을 뿐이다. 이미 우린 그걸 경험한 바 있다. 1987년의 치열했던 항쟁을 '직선제 개헌'이라는 허울에 허망하게 넘겨버리지 않았던가. 그 이후의 역사는 우리의 소망처럼 흘러오지 않았다. 작금에 우리를 경악시킨 상상초월의 야만적.. 2016.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