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길택5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읽고 문득 요즘 우리나라 탄광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지난 9월 6일 태백 장성광업소 폐광 기념식이 열렸다는 기사가 있었다.기사는 "국내 최대 탄광인 태백 장성 광업소는 국내 석탄 산업의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6년 개발돼 88년간 운영되면서 석탄 9400만 t을 생산해 국민 연료로 불렸던 연탄의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해 왔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1980년 말 이후 국내 50여 개에 달하던 탄광이 문을 닫고 작년 화순광업소, 올 장성광업소에 이어 내년 6월 도계 광업소가 폐광을 하고 나면 남은 탄광은 삼척 도계의 상덕광업소라는 한 곳뿐이라고 한다. 가정 연료로서 연탄의 수요가 사양길에 접어든 지 오래고 산업 연료로서도 지위가 낮아지면서 .. 2024. 9. 27.
한명숙 선생님 따라하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의 주인공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라고 말한다. 부엌은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통하여 그에게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운을 얻는 장소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부엌을 좋아한다. 하루에 제법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당연히 매일매일 세 끼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손자저하와 딸아이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씻고 닦고, 깍둑썰기 반달썰기 어슷썰기 나박썰기를 구분하고,  불의 세기를 조절하고, 끓이고 볶고 삶고 졸이며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게 역동적이면서도 따듯하고 고즈넉하다. 다른 어떤 일보다 정신을 집중하여 빠져들게 한다.부엌.. 2023. 12. 2.
오늘은 일찍 자자! 우리 손자들. 일찍 자지 않는다. 아니 너무 늦게 잔다. 직장 가야 하는 부모를 위해서 일찍 좀 자주면 좋으련만 밤 11시가 넘어서도 이러고 논다. 1호가 2호만 했을 때 늦게 잤는데 2호도 형을 따라가고 있다. 평소엔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늦게 자는 것엔 더할 나위 없는 애정으로 의기투합한다.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 놓은 휴지 조각에 귓밥을 털어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르르 잠결에 빠져듭.. 2023. 2. 24.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만일 그 날이 내게 온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이 책을 쓴 임길택은 탄광마을과 산골짜기에서 20여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초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이며 동화 작가이다. 93년부터 98년까지는 경남 거창에서 '특수학급'의 교사였다.그러나 '특수학급'은 제도가 붙여준 이름일 뿐 그에게는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는 예쁜 제자들의 교실이었던 것 같다. 그는 “우리 학교 교육이 아홉은 죽이고 하나 길들이는 데에 바쳐지고 있구나” 탄식하며 그 속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2013. 7. 2.
지난 국토여행기 44 - 봄을 보내는 꽃, 철쭉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것이지만 팍팍한 샌디에이고의 산과 계곡길을 걷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철마다 아름다운 내 나라의 모습.=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철쭉을 찾아서올봄 내내 꽃을 쫓아다녔다. 작년과 재작년인들 봄 여행길에 꽃을 안 보았을 리 없지마는 이번에는 꽃 자체를 목표로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꽃만으로도 국토는 그 변화의 속도가 무척이나 숨 가빴다. 봄기운이 퍼지면 제 차례가 된 꽃들은 어김없이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듯 피어났다간 또 다른 꽃들에게 차례를 물려주면서 사라져 갔다.동백에서 산수유로, 벚꽃으로, 진달래로, 복사.. 2013.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