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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힌5

떠남은 축복이고 축제 그래도 그대는 떠난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처럼 집안 단속을 하고 문을 잠갔나 확인하고 손때 묻은 세간살이 가득 찬 정든 집을 등 뒤로 남겨놓은 채 손가방만 하나 들고 결연히 떠나서 새 집을 찾는다 언젠가 그 집을 가득 채우고 다시 비어놓은 채 뒤돌아보며 집을 떠날 그대여 몇 번이고 망설이며 떠났다가 소리없이 돌아와 혼자서 다시 떠나는 그대여 --김광규, 「다시 떠나는 그대」- '다시 떠나는 그대여'라는 말이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처럼 새삼 정겹다. 언젠가 아내와 딸아이와 다녀온, 아유타야며 후아힌이며 파타야며 하는 곳으로 그냥 가볍게 떠나고 싶다. 인생은 늘 떠나는 것이라는, 진지한 그러나 다소 진부해진 의미는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이십 년이 흐른 후 우리가 이룬 일들보다 하지 못한 일들로 더 깊.. 2021. 6. 13.
2007 방콕-후아힌 돌아보기5 *위 사진 : 식당 찌아싱 외관 7. 짜아싱 후아힌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찌아싱에서 쌀국수로 했다. 태국에선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반드시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아내의 믿음은 찌아싱에서도 증명되었다. 식사 비용보다 하얏트에서 왕복교통비(200바트)가 더 나올 정도였지만 아내는 찌아싱을 후아힌 최고의 식당이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도로변의 소음과 후텁지근한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오는 소박한 외관의 식당이었지만 좌석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벼 낯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해야 했다. 요란스럽지 않은 은근한 맛의 쌀국수 한 그릇. 후아힌의 2박3일의 짧은 여정에 대한 정리와도 같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시계탑 쪽으로 걸어오다 길가의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운동회를 보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2012. 4. 24.
2007 방콕-후아힌 돌아보기4 *위 사진 : 후아힌 거리 커피점을 나와서 다시 걷기를 계속했다. 다리가 아프면 맛사지를 받으며 쉬고 나서 또 걸었다. *위 사진 : 후아힌 역 걷다보니 후아힌역까지 갔다. 우리나라 간이역 규모의 작고 예쁜 역이었다. 어디론가 길을 떠날 사람들이 대합실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나의 세대에 어린 시절 기차를 탄다는 것은 먼 여행을 의미했다. 그것도 지금의 해외여행보다 드문 일이었다. 드문 만큼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그 때문에 지금도 모든 기차역은 옛 여행의 추억에 닿아 있다. 역에서 나오는 길옆에 권투글러브를 낀 동상이 서있다. 내력을 읽어보니 후아힌 출신으로 60년대 초?(정확한 연대가 기억에 없다.) 태국의 첫 권투세계 챔피언이 된 사람의 동상이었다. 우리 역시 초대 세계챔피언이었던 .. 2012. 4. 24.
2007방콕-후아힌 돌아보기3 *위 사진 : 하얏트 앞 바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의 정원과 바닷가를 거닐었다. 썰물의 바다는 멀리 수평선 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해변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과 배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식당으로 향했다. *위 사진 : 하얏트 정원 아침 식당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낮과 밤에는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신기하다. 수영장이건 식당이건 아침 식당만큼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수영장으로 나갔다.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수영으로 돌고 난 뒤 의자에 길게 누웠다. 비가 내리는 철이라 하늘엔 구름이 오락가락 했다. 구름 속에서 여러 가지 형상을 그려보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에서 책을 읽던 아내도 때마침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춘다. 부드러운 바람이 몸에 남은 물기를 훔치며 상.. 2012. 4. 24.
2007 방콕-후아힌 돌아보기2 * 후아힌 잇사라(ITSSARA) 위 사진 : 그랜 하얏트 에라완의 조식 식당 *위 사진 : 후아힌으로 이동 *위 사진 : 후아힌의 하얏트 리젼시 후아힌(HUAHIN)의 하얏트 리젼시(HYATT REGENCY)에 들었다. 방콕의 하얏트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후아힌까지의 세 시간의 이동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원래는 편리한 위치 때문에 후아힌의 힐튼(HILTON)을 욕심내었지만 급작스럽게 여행을 결정하다보니 우리를 위해 남은 방은 없었다. 늦은 점심의 잇사라는 한산했다.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식당을 들어서면서 보이는 넓은 바다와 수평선이 한산함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역시 식당은 낯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함께 있어야 분위기가 살아난다. 밥은 원래 나누어 먹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바닷가 가까운 .. 2012.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