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출처 : 이투데이
KKONDAE :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AND YOU ARE ALWAYS WRONG).
작년 가을 영국 BBC 방송국이 '오늘의 단어(WORD OF THE DAY)' 로 한국말 "꼰대"를 꼽았다.
꼰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존재'는 아닐 것 같은데 왜 하필 우리 단어를 그대로 꼽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BBC는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들은 꼰대와 관련된 말 : '라떼 이즈 호스 (LATTE IS HORSE)'.
걸핏하면 "나 때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꼰대들의 말투를 빗댄 신조어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투의 말을 자주 사용하던 직장 동료를 기억한다.
그의 '나 때는 말이야'는 종종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로 이어졌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거나 열의가 없거나 참을성이 없거나 등등.
"우리 때는 안 그랬잖아요?"
가끔씩 나의 동의까지 구할 때면 대답이 난감해지곤 했다.
직장을 그만둔지 3년이 넘었는 데도 아직 내게도 떨쳐버리지 못한 '회사물'이 한 가지 남아있다.
그것은 일의 결과 보다 진행을 궁금해하는 버릇이다.
수출 업무를 25년 넘게 해오면서 오퍼를 내고 수주를 하고 신용장을 받고 제품을 생산하여 선적을 한 후 은행 네고까지
매일 아침 회의 때마다 매 건, 매 단계마다 진행 상황을 체크 하고 논의를 했던 일상이 남긴 후유증일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약속된 장소 갈 때 지하철에서 문자를 보낸다.
'15분 뒤쯤 도착.'
하지만 약속에 참석하는 한 아무도 그런 문자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조금 늦거나 사정이 생겨 불참하게 될 경우에나 문자를 보내므로.
손자친구를 돌보러 일주일에 한번 가는 경우에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아침에 출발할 때 '출발'이라는 문자를 빼먹지 않고 보낸다. 예상 도착 시간과 함께.
아내와 딸아이는 매 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행하는 일과이므로
못 가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딸아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일과 관련하여 주위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지 마라"는 당부를 건네기도 했다.
여기까진 그래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미덕이라면 미덕이랄 수도 있다.
문제는 나의 원칙을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요구할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아무 연락 없으면 하려는 일이 순항 중'이라는 주위 의견과
'별일 없으면 없는 대로 별일 없다는 간단 문자를 보내주는 게 뭐가 힘드냐'는 나의 주장이 충돌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선배 : 꼰대와 선배의 차이를 아니?
후배 : 모르겠는데요..
선배 : 꼰대는 묻지 않는 걸 말하고 선배는 물어보는 것에만 대답해 주지.
후배 : 안 물어봤는데요.
'라떼 이즈 호스' 이외에도 꼰대 버젼은 다양하다.
그 중의 하나, 일의 진행을 과도하게 궁금해 하는 것 혹은 그것을 배려라고 주위에도 요구하는 것.
새해에 없애야 할 나의 꼰대짓이다.
내 성질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몇 놈은 죽어 나갔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구부정한 노인네가
마른침을 튀기며 앙상한 주먹을 흔들고 있다
불의를 보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한 번 한다 하면 대가리가 두 쪽이 나도 하고 만다는
저 주먹은 늙은 가죽 안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지팡이가 받쳐주지 않으면 당장 꺾일 것 같은 관절에 기대고 있다
하룻밤에 천 미터 봉우리를 너끈히 오르내릴 것 같은 팔다리들은
이두박근 삼두박근 대흉근 초코릿복근 들은
다 회의 중이고 운전 중이고
열 번을 전화해도 계속 통화 중이고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급한 일 때문에 잠시도 한눈팔 겨를이 없고
3차까지 갔다가 새벽에 대리운전으로 들어가 잠깐 눈 붙이고 나와서 사우나하느라 촌음이 아까운데
이런 놈들한테는 말로 할 것도 없어
대갈통이 깨지고 다리몽둥이가 분질러져 봐야 세상 무서운 걸 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는 정의와 진실은
어르신을 앞에 두고 전철 좌석에 버젓이 앉아 있는 학생 앞에서나
틀니가 빠지도록 큰소리치고 있다
- 김기택의 시,「두 눈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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