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로 받은 여러가지 '짤'
크리스마스에서 새해에 이르는 동안 이른바 '짤'(이미지와 문구), '움짤'(움직이는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많이 받았다.
잠시만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있으면 메시지 도착 숫자가 늘어났다. 가히 '짤폭탄'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같은 내용의 사진과 영상을 여기저기서 중복해서 받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많은 '짤'들이 그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예년과 다른 현상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잠시 즐거움을 선사하는 개중 몇 개는 나도 다른 곳으로 퍼 날랐다.
이미 상대방도 다른 곳에서 받은 것이어서 나 역시 중복 발송자 중의 하나가 되었겠지만.
연말과 연시에 친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인사가 반드시 '고색창연'하게 진지할 필요는 없겠다.
인사를 나누는 이유가 관심과 소통의 의사를 표하는데 있다면, '짤'은 즐겁고 유용한 인사법이 분명하다.
다만 부연 인사 없이 받은 상투적인 문구의 '짤' 한 장에는 뭔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마치 군대 시절의 위문 편지나 회사에 있을 때 거래처와 주고받았던 연하장처럼.
군대 시절 연말이 되면 내무반에 뜯지 않은 위문편지들이 수북이 쌓였다.
학창 시절 누구나 의무적으로 써봤을 위문 편지는 막상 수신자들 사이에서는 특별히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쩌다 한두 장 집어 보면 억지로 쥐어짜 쓴 듯한 천편일률적인 내용이라 전혀 '위문'이 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편지 한 통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하다.
지금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초간단·'초솔직'한 내용이었다.
"국군 아저씨,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쓰라고 하는데 할 말이 없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마 담임선생님이 학생들 편지에 대한 '지도 편달 식' 검열(?)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회사에 있을 때는 총무팀에서 필요한 만큼의 연하장을 나누어 줬다.
같은 과의 직원이 거래처 주소와 담당자를 겉봉에 프린트까지 해서 주었으므로 내가 하는 일은 짧은 인삿말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상대마다 인사말을 바꿔 쓰는 것도 힘들어서 같은 인사를 복사하듯 적어 넣었다. 그래도 연하장의 숫자가 많으니 그것도 일이었다.
똑같은 과정을 거쳤을 연하장을 나도 거래처로부터 받았다. 자필로 이름만 적혀 오는 연하장도 있었다.
해마다 '이런 걸 왜 보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들도 다 하므로 그냥 반복을 했다.
받아서는 이내 쓰레기통에 넣지만 그래도 안 보내면 '연하장도 안 보내?' 하는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서 웃은 적이 있다.
검지 몇 번 움직이면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우편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수수한 인사말을 손으로 적은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보내거나 받아본 지가 오래되었다.
최근에 옛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손으로 쓴 엽서 한 장을 받았다. 확실히 느낌이 남달랐다.
컴퓨터가 물릴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감성 만큼은 아직 온전히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한 장의 엽서라도 보내야겠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인사가 아니더라도 '계절, 요일, 시간에 맞춰 안부를 묻거나 건강을 기원하는' 다양한 '짤'이 넘쳐난다.
나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고 만들 줄도 모르기에 그런 건 당연히 젊은이들만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아닌 모양이다.
뜻밖에 50+의 세대도 그것의 제작과 유통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일부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세대 간 어색함을 낳을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50+ 세대의 '짤'은 전체적으로
“젊은 세대가 이모티콘이나 짧은 영상으로 소통하는 것처럼 엽서나 달력 문화에 익숙한 어르신 세대가 그 방식을
새로운 기기에서 구현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기사는 전했다.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2061443357266 )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붕세권 (0) | 2021.01.13 |
---|---|
인공지능 영화 두 편 - 『her』와『Ex Machina』 (0) | 2021.01.10 |
12월의 식탁 (0) | 2021.01.02 |
둘째 손자 백일 (0) | 2020.12.20 |
손자 친구의 하이킥 (0) | 2020.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