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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지금 여기'를 위하여

by 장돌뱅이. 2022. 5. 20.

부부 동반으로 친구들과 만났다. 징글징글한 코로나 때문에 2년 6개월 만이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이런저런 일을 하며 나름 즐거웠지만 가깝게 지내온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아쉬움은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전 글 참조 : " 쓸모없어 소중한 " )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에서 만나 서래섬으로 향했다. 십여 분 정도 걸으니 듣던 대로  유채꽃이 만발해 있었다. 늦봄의 날씨는 화창했고 부드러운 바람은 병아리 떼 같은 유채꽃을 흔들곤 파란 강물 위를  쓸며 지나갔다. 5월 중순의 유채꽃은 나로서는 좀 의외였다. 유채꽃은 제주의 봄을 알리는 꽃으로 뉴스에 자주 보도되어 나는 유채꽃은 4월이면 다 피고 지는 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 둔치를 온통 샛노란  빛으로 채우며 피어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외면하며 지내야 했던 시간이 새삼 아깝고 억울하게 느껴졌다. 

유채꽃 밭을 나와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길 옆에 세빛섬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인공구조물 3개를  연결하여 강 위로 띄워놓은 것이다. 말로만 들었지 막상 직접 와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다지 인상적인 구조물은 아니었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다리쉼을 하며 떠들 수 있는 카페가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어제는 사라졌고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Yesterday is dead and gone, and tomorrow's out of sight)는 팝송 가사가 있었던가. 보이는 건 '지금 여기'뿐이다. 순간의 쾌락을 구하자는 뜻이 아니라 과거에 속박되지 말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지 말자는 이야기다. 철학자 김진영은 암과 투병하며 쓴 글「아침의 피아노」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지금이 가장 안전한 때다. 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힘이 없다. 지금 여기가 아닌 것은 힘이 없다. 지금과 그때 사이에는 무한한 지금들이 있다. 그것들이 무엇을 가져오고 만들지 지금은 모른다."


2년여 만의 만남은 식사와 술자리로 이어졌다. 
팬데믹을 지나며 다시 깨닫게 된  '지금 여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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