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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야니와 아니카

by 장돌뱅이. 2022. 5. 21.

야니와 아니카 님 부부, 그리고 아내와 나, 장돌뱅이와 곱단이.
두 부부가 만났을 때는 본 이름보다 여행동호회의 아이디로 부르는 것이 익숙하고 편리하다.


애초 여행으로 만나 부부가 된 야니님과 아니카 님 - 이들 부부와는 인연이 오래되었다.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인 동호회에서 시작하여 해외 생활에서도 중첩 시기가 있었다.
나는 회사 일로 주재를 했고 야니와 아니카 님 부부는 언어 연수로 머물렀다. 귀국을 한 후에도 만남은 이어졌다. 다분히 이 부부의 우리에 대한 분에 넘치는 관심과 배려 덕분이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의 우선 가치가 비슷한 이들 부부와 특별한 의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편안하다. 우리 부부로서는 생소한  유럽의 조지아라는 나라로의 여행 계획이나 부부가 좋아하는 '자브종' 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겁다. '자브종'은 특별한 혈통을 가지지 않은 흔한 '잡종' 개를 부부가 부르는 방식이다. '자브종'에 대한 부부의 사랑은 특별하다. 개집을 크게 지어놓고 그 속에서 함께 누워있기도 한단다. 생명은 그 자체로 온전할 뿐 순종과 잡종의 구분이 있을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부부와 함께 지하철 역 앞에서 만나 대학교 교정과 공원을 걸었다. 평양냉면으로 식사도 하고 공원을 내려다 보는 루프탑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그리고 풀밭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해가 뉘엿해지도록 두서없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싱그러운 바람에 언뜻언뜻 실려오는 초록의 냄새, 느닷없이 빗줄기를 뿌리고 지나간 소나기까지 모두 그대로 하루를 온전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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