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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드디어' 방콕에 가다 3

by 장돌뱅이. 2022. 7. 3.

우리나라와 태국의 시차 2시간은 낮에 활동할 때는 크게 느낄 수 없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그 차이가 실감난다. 습관적으로 한국 시간 오전 6시 반쯤에 눈이 떠지면 태국은 4시 반의 꼭두새벽이라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상태다. 사위가 밝아질 때까지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가 산책을 나설 수밖에 없다. 

방콕에서 아침 산책은  숙소를 기점으로 아침마다 동서남북 방향을 바꿔가며  걷는다. 공원이 있으면 공원으로 시장이 있으면 시장으로 향한다. 길을 따라 직선으로 걷기도 하고 원점 회귀를 위해 ㅁ자 코스를 그리며 걷기도 한다. 어느 코스나 한 시간  반 정도를 잡는다. 

방콕의 도로는 보행자 친화적이지 않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자주 끊긴다. 그나마 폭이 넓은 인도에는 대개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비닐봉지에 포장된 음식을 들고 간다. 음식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샌드위치에서부터 태국식 소시지, 바나나 구운 것, 솜땀, 수프, 조림, 튀김, 국수, 볶음밥, 과일  등등. 

신호등이나 육교가 많지 않아 차도를 건너야 할 때가 많다.
이때 좌우 방향을 잘 살피며 건너야 한다. 한국과는 차량 진행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보행자를 배려해주는 오토바이와 차량은 거의 없다. 긴장해서 건너야 한다.  길을 건너는 현지인이 있으면 그의 옆에 붙어 함께  걷는 것이 제일 좋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태국에서는 "개와 외국인만 걷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침 거리에는 나 같은 외국인 말고도 어디론가로  걷는 수많은 현지인들이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의미로 보면 오토바이의 질주도 활기차게 느껴진다. 

여행은 부산하고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난 한가로움을 보장받기 위한 행위이다. 물론 지금은  다시  '나인 투 식스(9 TO 6)'의 번잡한 아침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매일이 한가로운 은퇴 백수이지만 그래도 여행은 마음을 한결 더 느긋하게 만들어 준다. 거기에 어디서나 걷는 일은 하루에 가벼움과 즐거움을 더해준다.

*배경음악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Track : 귀염뽀짝 - https://youtu.be/8TCbMCZMZOs

방콕도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변화의 과정에 있다. 
옛 장소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끊임없이 새로운 건물이 세워진다. 쏘이 랑수안('쏘이'는 작은 길을 의미한다.)은 예전에 '부티크', '트렌디' 같은 수식어를 단 카페와 식당들로 유명한 거리였다. 하지만 5년 만에 걸어보니 그런 작은 가게들은 사라지고 대형 호텔과 레지던스 건물들이 대신 들어서 있었다. 어린 딸아이와 함께 우리 가족이 좋아했던 나인스 카페는 쇠락한 간판만을 흔적으로 남긴 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전 글 참조 :  2006 방콕의 하루 6 )

스쿰윗 대로(타논 스쿰윗)에서 랑수안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만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스타벅스가 최고(最古)의 장소가 되는 거리와 시대······.

룸피니 공원(Lumphini Park)만큼은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 다행이었다.
방콕에선 보기 힘든 넓은 초록의 공간. 사람들은 이곳에서 달리고 걷고 타이치(太極拳) 같은 운동을 한다. 원래 이곳에 있던 터줏대감인지 아니면 놓아기르는 것인지 왕도마뱀도 몇 마리 어슬렁거리면 돌아다닌다. 

룸피니 공원은 라마 6세 통치기간이던 1925년에 박물관과 무역박람회를 위해 조성되었다가  방콕 최초의 공원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배경이야 어쨌건 언제 어디서나 초록은 정답이다.

*배경음악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Track : 귓속말 - https://youtu.be/APK686Uo-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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