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2

by 장돌뱅이. 2022. 9. 18.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내겐 실감나지 않는 말이다. 첫째와 둘째 손자는 내게 완벽하게 동급이다.


첫사랑 손자1호는 조리원을 나와 우리 집에서 한 달 넘게 같이 보낸 것을 시작으로 같이 보낸 물리적 시간이 많았다. 해외여행도 몇 번 같이 했다. 특히 코로나 유행 시기에는 거의 매일 보다시피 했다. 제 부모보다 아내와 나를 더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갈 만하다.

* 이전 글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2017)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손자녀석을 보러 간다. 멀리서 나를 알아볼 때마다 녀석은 이제 막 시작한 걸음을 전 속력으로 가동시킨다. 끙끙거리며 품 안에 안길 때의 그 꼼지락거림과 냄새의 살가

jangdolbange.tistory.com


2호는 같이 보낸 시간이 1호에 비해 짧다. 코로나 와중에 태어나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영상으로 첫 대면을 대신해야 했다. 조리원을 나와선 우리 집에서 함께 하지도 못했다. 해외여행은커녕 코로나 때문에 국내여행도 겨우 두 번만 했을 뿐이다. 게다가 딸아이네가 돌보미를 고용해서 1호만큼 아내와 내가 놀아줄 시간이 많지 않았다. 1호의 시샘을 고려해서 함께 있을 땐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했다.
애닯고 미안할 뿐이다.

그런데도 2호가 나를 유난히 좋아하는 건, 식구들 말마따나 미스터리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두 보물들과 나누는 영상 통화는 즐거움이다.
특히 아내의 활동 반경이 제한된 요즈음은 그 즐거움이 더욱 크다.
1호와는 주로 수수께기를 주고받고 2호와는 매일 과장된 표정이나 동작을 반복한다. 
반복을 싫증내지 않는 건 아이들의 특징 중의 하나다.
거기에 나날이 늘어가는 2호의 개인기는 아내와 나를 넘어가게 한다.

영상통화캡쳐

1호와 2호는 영상 화면에 서로 자신의 얼굴을 더 많이 넣으려고 해서 언제부터인가 한 명씩 차례를 정해 돌아가며 한다. 1호는 자기 차례를 잘 기다려주지만 2호는 아직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나이라 막무가내일 때도 있다. 그 무엇을 해도 어느 쪽으로도 사랑과 애틋함이 기울지 않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들이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기를 하다  (2) 2022.09.20
오롬이  (2) 2022.09.19
영화『비상선언』이 불러온 기억  (0) 2022.09.17
"잘 먹어야 혀."  (2) 2022.09.16
기억에 대하여  (0) 2022.09.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