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오롬이

by 장돌뱅이. 2022. 9. 19.


여름에 우리 집에 온

강아지 오롬이는
날로 똑똑해져요
마른 나뭇잎같이
가벼운
내 발소리에
집에서 자다가도 나와요
캄캄한 하늘에 달님 오시듯이
가을밤에 
흰 털의 오름이는
몸을 털며
내가 반가워 나한테 와요

-문태준, 「오롬이 1」 -
===================

땅이 해를 받으면
오롬이도 땅바닥을 뒹굴며
해를 받아요
등을 대고 접시처럼 누워
토실토실한 배 위에
해를 받아요
나는 작고 따뜻한 손바닥을
오롬이의 배에 대고
쓰다듬고 문질러요
오롬이는 
내 손바닥의 햇살도 좋아해요

-문태준, 「오롬이 2」 -
===================

아내는 누워서 나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다.
아내는 책을 읽고, 나는 지난여름 끝내지 못한 그림을 펼친다.
몸통과 다리의 미진한 부분을 이어서 마무리하려니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서먹하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뜻이라 혼자 생각하며 색연필을 다시 통 속에 넣는다.
며칠 전 읽은 시  "오롬이"와 함께 그대로 올려본다.

손자의 감기 기운만 사라져 주면 시인과 오롬이처럼 더 바랄 것없는 시간이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의 바람이 춤추게 하라  (0) 2022.09.23
걷기를 하다  (2) 2022.09.20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2  (0) 2022.09.18
영화『비상선언』이 불러온 기억  (0) 2022.09.17
"잘 먹어야 혀."  (2) 2022.09.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