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오후 3시 50분부터 4시 8분까지 '무려' 18분 동안 아내와 아파트 담장을 걸었다.
한 달, 아니 정확히는 한 달하고도 5일 만이었다. 걷기를 위해 외출을 한 것이.
보조기구에 허리가 고정되어 있고 시선을 위쪽으로 두라는 의사의 지시에 따르다보니 조금은 어색한 로보캅 같은 걸음걸이였지만 마침내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 죽음은 모차르트를 들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모차르트를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죽음은 걷기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바꾸어 보았다..
걷지를 못한다는 것과 걷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걷는 것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부수적인 행동이라면 걷기는 그 자체가 목적인 행위다.
어떻게 자축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데 딸아이가 전화가 왔다.
"문밖에 택배가 와 있을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이른바 '투뿔'의 소고기.
평소 '인생은 이벤트!'임을 강조하는 딸아이다운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딸아이표' 고기를 굽고 오이양파무침을 곁들여 저녁상을 차렸다.
술을 나눌 수 없는 사정이므로 물로 축배를 들었다.
곱단 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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