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하늘아이들

by 장돌뱅이. 2024. 2. 16.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 하나.

저 별은
하늘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 이준관, 「별 하나」-

가만히 아니, 늘 힘을 주어 꼬옥 끌어안게 되는 두 개의 별. 
나는 그걸 참기름을 짜낸다는 뜻으로  "쌔서미"라 부르고 두 명의 손자저하도 그걸 이해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저하 1호는 슬슬   내 품에 오래 안겨있지 않으려 버둥거린다.
뿐만 아니라 사진도 잘 안 찍으려 고개를 돌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습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며 놀려주곤 한다.

1호는 요즈음  태권도 승급을 위해 맹연습 중이다.
태권도는 자부심이기도 해서 사진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래간만이네요."
2호는 하루 만에 만나도 뜬금없이 이런 인사를 해서 실소를 하게 만들곤 한다.
2호가 나름 구사하는 몇 가지 유모어 중의 하나이다.

"깜짝 놀래 봐!"
2호 저하가 상황극을 만드는 연출가처럼 내리는 연기 지시다.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급하게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고 폴리에게, 불이 나서 로이에게, 몸을 다쳐서 엠버에게  구조 요청의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저하는 몸을 사리지 않고 신속하게 출동해준다.

헤어지는 시간이 되면 저하는 속상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내와 내가 짐을 챙기는 걸 보자마자 갑자기 자기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쓴다.
이름을 부르면 "흥!", "흥!"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외로 꼰다.
아내와 나는 마음이 애잔해지며 바로 뒷날 다시 만나자는 말을 반복해야 한다.

'하늘아이들'이 사는 집.
늘 가만히 초인종을 눌러 하루만인데도 '오래간만이네요' 하는 인사를 듣고 싶은 집.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래알 하나  (0) 2024.02.18
조선간장과 콩나물  (0) 2024.02.17
해피 발렌타인데이  (0) 2024.02.15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0) 2024.02.14
겨울나무  (0) 2024.02.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