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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5

"태국식 매콤 돼지고기 덮밥"을 먹으며 태국은 우리 가족이 매우 좋아하는 여행지다. 딸아이가 어릴 적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세 식구가 함께 해마다 한 번 이상은 방문했던 것 같다. 설탕 같은 모래 해변과 에머럴드빛 투명한 바다, 깊은 산과 마을 가까이 흐르며 사람들을 모으는 강, 화려한 불교 사원과 옛 왕조의 유적지까지 태국은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맛있고 다채로운 음식들이 더해져 매력의 화수분 같은 곳이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 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거나,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거나, 죽음을 각오한 모험을 떠나야 한다거나, 진탕 술을 마셔야 된다거나 하는 것들.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이런 경험을 '.. 2021. 3. 29.
"서북면옥"의 슴슴한 맛 우리나라 음식 중에 집에서 만들어 먹기 가장 어려운 음식이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양냉면을 꼽는다. 심지어 영원히 밖에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면과 국물 그리고 몇 가지 고명을 얹은,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물냉면 한 그릇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재료의 이상적인 조합을 만들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메밀과 전분의 배합비에 따라 식감과 맛이 달라지는 면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은 편이다. 배추김치, 무김치, 쇠고기와 돼지고기, 오이, 배, 삶은 달걀 등의 고명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국물이다. 평양냉면의 국물은 동치미국물, 돼지고기 국물, 꿩고기 국물, 닭고기 국물, 소고기 국물.. 2021. 3. 28.
소파에서 잠든 아내 후기 인상파 화가 피에르 보나르 (Pierre Bonnard, 1867 ~ 1947)는 자유로운 색채와 독특한 선의 사용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아름다운 풍경화, 정물화, 실내화를 많이 그렸다. 특히 여성 누드를 여러 점 그렸는데 모델은 부인인 마르트(Marthe)였다. 마르트는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려하고 개와 고양이와 함께 집안에서만 지내는 독특한 여자였다. 외출할 때는 양산으로 가리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마르트는 질투심이 많고 손님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욕실에 들어가는 괴팍함도 있었다. 보나르는 그런 아내를 매우 사랑하여 그녀가 지내기에 편한 집을 구했고 목욕탕을 꾸며 주었다. 그리고 마르테의 일상과 목욕하는 모습을 자주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그는 평생 아내의 그림을 무려 384점이나 그렸다.. 2021. 3. 25.
소고기 버섯 들깨 덮밥 내 경험으로 혹은 내 입맛으로 들깨가 들어가서 맛없는 음식은 없다. 같은 음식이라도 들깨가 더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THE MORE, THE BETTER다. 그래서 순대국밥, 돼지국밥, 추어탕, 뼈다귀 감자탕, 순두부 등을 먹을 때 들깨를 듬뿍듬뿍 넣는다.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한다던가? 내겐 들깨가 그렇다. 기름도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좋아한다. 신 김치를 볶을 때나 김치 볶음밥을 만들 때 들기름을 선호한다. 아내는 나와 반대다. 참기름으로 볶은 걸 더 좋아한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참깨 농사를 지으셨는지 기억에 없다. 들깨는 꽤 많이 심으셨던 것 같다. 수확이 가까운 들깨밭을 동네 친구들과 전쟁놀이로 뛰어다니다 쑥대밭으로 만든 탓에 어른들에게 치도곤을 당한 기억이 있기 .. 2021. 3. 22.
춘분 지난 금요일 모처럼 미세먼지도 사라지고 기온도 푸근해서 손자친구와 밖에서 오래 놀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킥보드를 타고 아파트에서 멀리 나가보았다.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아이들틈에 섞여 미끄럼틀을 타보기도 했다. 그네를 타던 친구가 자기 신발을 벗어 옆 그네에 올려달라고 했다. 주위 아이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내 발을 보호해주는 신발도 그네 태워주는거야 " 친구의 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도 킥킥 웃었다. "이제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내가 말하자 친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진짜 봄은 20일부터야." 유치원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쳐주었단다. 3월 20일? 뭐지? 잠깐 생각해 보니 춘분이었다. 절기 상으로는 한 달 전에 입춘이 지났지만 춘분이 가까워서야 날이 풀린다는 게 선생님의 의.. 2021. 3. 21.
그 어떤 것에 대한 사랑 미얀마 친구들과 한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지난 2월 1일 이후 첫인사말은 비슷하다. 오늘 미얀마는? 그곳 가족들은? …등등. 혼란과 안타까움, 분노의 복잡한 감정으로 뒤숭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친구들은 주말에 쉬지도 않고 여기저기 군사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석하러 다닌다. 코로나 상황이라 집단 시위는 못 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피켓을 든 일인 시위를 한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조국의 비극에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시간 이리라. 누가 그랬던가. '삶이란 아무리 낮게 엎드려 있어도 때로 조사관처럼 어떤 응답을 요구해오기 마련'이라고. '비록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닐지라도 서둘러 무슨 신호를 보내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Men who have offered the.. 2021. 3. 20.
"일본식 해물 볶음우동"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고추장과 채소를 넣은 비빔국수와 얼음이 서걱거리는 백김치 국물에 만 물국수였다. 비빔국수는 새콤달콤했고 물국수는 담백하고 시원했다. 직접 해 먹는 음식엔 모양은 투박해도 개운한 뒷맛이 장점이다. 아내와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자주 국수나 수제비를 해 먹는 편이고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서울 시내 국숫집을 순례하기도 했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796 ) 국수는 3천 년 역사를 지닌 인류의 식문화라고 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다양한 맛의 국수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누들로드』라는 책의 목차에는 낯선 이름의 국수가 많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칼국수와 막국수.. 2021. 3. 15.
'성실한' 꼼수 LH 임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의 땅을 미리 사두었다는 문제로 시끄럽다. 그런 땅에 개발보상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묘목도 촘촘히 심어두었다고 한다. 역시 '꼼수는 성실하다.' 당사자들은 반성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막차(?) 탔다가 재수 없어 걸렸다고 자신의 불운을 탓하고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정보를 몰라서 그렇지 그들처럼 알았다면 초연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나라엔 가난한 사람은 없고 부자가 못 된 사람만 있다고 하지 않던가? 부를 향해 들끓는 너나없는 욕망에 빗댄 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땅을 모두 팔아 그 돈으로 미국 땅을 사면 우리도 국토 대국이 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는 식구들이 모여 살기 위해 장만하는 '집'이 아니라 팔기 위해서 사는 유통 상품이 되었다... 2021. 3. 12.
여섯 살 된 친구 "일 년에 하나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손자친구가 좋아하는 수수께끼 놀이를 했다. 친구는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수박? 아니고, 탕수육? 아니고······" 자문자답을 하며 끙끙거리는 친구에게 힌트를 주었다. "지금까지 너는 여섯개를 먹었고 할아버지는 60개도 넘게 먹었지." 머뭇거리던 친구가 드디어 답을 찾았다. "나이!" 여섯살이 되는 생일 아침에 친구가 거울을 보며 말했다고 한다. "여섯 살이 됐는데 왜 얼굴이 그대로지?" 손자친구의 축구교실에 동행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축구교실로, 친구의 '연륜(?)'이 쌓이면서 일상의 내용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친구는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특히 숫자와 단어에 호기심이 강하고 거침없이 대화 중에 활용을 해서 우리를.. 202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