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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혹은 법대로 금수저로 태어난 한 유명 재벌의 범죄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었다. 언론은 검찰의 '기계적 상고'의 관행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며 '부당한' 족쇄에서 풀린 그의 자유로운 비상을 기대한다고 했다. 법 조문에는 가난한 집 '아이'와 부유한 집 '자제'가 없을 터이지만 해석의 기술은 영악스럽게 그 구분을 파고든다. '우리나라 법 앞에선 만인이 아닌 만 명만 평등하다'는 고(故) 노회찬 의원의 풍자와 한탄은 이제 식상해 보인다. 그보다는 '진정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금수저 밑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 현실적 지혜로 다가온다. 미안하게도 다행스럽게도 나의 딸아이는 일 자체를 너무 '즐기고' 있다.굶주리는 사람이 건강 단식을 어떻게 이해하나없는 사람이 무소유를 어떻게 이해하나잃을 것 없는 사람.. 2025. 7. 19.
소주와 계란말이, 아니면? 맹자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닌 네 가지 선한 마음, 사단(四端)을 말했다.바로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옳지 못한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사양하고 양보하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是非之心)이다.그것은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작년 12월 3일 이후(아니 그 이전에도) '그 X'은 일관되고 꼼꼼하게 측은 대신 냉혈(冷血)지심, 수오 아닌 파렴치(破廉恥)심, 사양은커녕 오만(傲慢)지심, 시비를 팽개친 시비(豕屁, 돼지방귀)지심을 보여왔다.마음은 말을 통해 표현된다.인간의 언어에는 문법, 정의와 사랑 같은 추상적 가치, 새로운 생각과 의미 등을 조합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들어있지만, 동물의 언어는 언어가 아니라 "생존에 특화된,.. 2025. 7. 18.
오늘은 비 덕분에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도 쾌적한 잠을 잤지만 몸 여기저기가 뻑적지근하다.손자저하들과 3일을 보내고 온 뒷날의 전형적인 증상이다.그리고 나이 탓이다. 젊었을 때는 그보다 더한 운동을 하고도 가뿐했었으니까.나이 탓이라는 말에는 별일 아니라는 뜻과 대책이 없다는 뜻이 함께 들어있다. 밤새 잠결에 거센 빗소리와 제법 요란한 천둥소리를 들었다.장마가 끝났다는 공식 발표가 있은지 불과 며칠만에 다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극한의 날씨가 갈수록 점점 더 자주,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지역에서 일어난다.사람들은 그 원인을 인간이 만든 문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뭔가를 단호히 끊어내려하지는 않는다.경제발전 이데올로기의 힘이란 무섭습니다. 그 틀이나 문맥 속에서 오늘날의 세.. 2025. 7. 17.
첫새벽 젊은 시절 나는 올빼미족이었다.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하거나 책을 읽은 것은 물론 아니고 주로 술을 마시느라 밤잠을 잊었다.아침이면 거의 매일 비몽사몽으로 출근을 했다.주말에는 아침 먹고 다시 잠이 들어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곤 했다.군대에 갈 때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도 '이른 아침에 어떻게 일어날래?'였다.오래전 나이 지긋한 회사 윗분이 '늙으니 아침잠이 없어져 새벽에 일어나 조간신문 배달되기를 기다린다'고 말할 때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하여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날이 왔다. 늦게 자도 이른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습관적으로 눈을 감고 뒤척이며 침대 속에 머무르다 일어나도 아직 해가 뜨지 않을 때가 많다.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월이 만들어 준 아침형 인간이지만 맑은 정신으로 책.. 2025. 7. 16.
빗소리가 고요를 더하는 밤 달도 지고 새도 잠든 정적 속 눈 감고 귓전에 스스스스 지구가 혼자서 조용히 자전하는 소리 듣는다. - 김원길, 「고요」-잠시도 쉬지 않고 부산과 재롱을 피우던 손자들이 잠든 밤.베란다를 건너오는 요란한 빗소리가 오히려 고요를 더 한다.아내의 잔에 술을 따르는 소리와 말랑말랑한 음악 소리도 그렇다.······I'm thinking out loud,Maybe we found love right where we are······ 2025. 7. 15.
뿌려지는 씨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 「마르코 복음 4장」중에서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꺼내든 책 속의 성경 구절에 눈이 갔다.아침에 일어나면 조금씩 읽곤 하던 성경을 손에서 놓은 지 꽤 되었다는 자각이 왔다.신에 대한 의존.. 2025. 7. 14.
연속 200일 걷기 작년 말 하루 최소 8천 걸음 이상, 한 주 평균은 만 걸음을 유지하며 연속 365일을 걷는 목표를 세웠다.지난 4월 초에 100일을 걸었고 다시 석 달만에 200일을 순항 중이다. '콤보 데이즈' 365일2020년 9월부터 핸드폰에 어플을 깔고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했다.원칙은 하루에 일단 8천 걸음 이상 걷되 평균은 만보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나머지는 '내 마음대로 걷기'다. 걷다가 내키면jangdolbange.tistory.com200일 자축을 위해 처음엔 서울 성곽길, 서울둘레길, 아니면 북한산 능선길이나 가평의 용추구곡과 연인산 등 같은 좀 특별한 곳을 걸을까 생각해 보았다.아내는 폭염경고의 염천(炎天)에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충고를 '받들어' 건국대학교, 어린이 대공원, 서울숲, .. 2025. 7. 13.
복숭아와 자두를 먹으며 복숭아와 자두는 사과나 배와는 달리 저장성이 좋지 않아서인지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요즈음은 맛없는 과일이 없다고 한다. 개량에 개량을 더해 온 과학 덕분일 것이다.딸아이와 지인이 보내온 복숭아와 자두도 과육이 부드럽고 단맛이 강했다.‘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말이 있다.'복숭아와 자두(桃李)는 달고 맛있어 소문을 내지 않아도(不言) 사람들이 열매를 먹으러 자주 오기 때문에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생긴다(下自成蹊)'는 말로, 덕(德)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절로 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혜(蹊)는 발자국이나 지름길을 뜻한다.이 고사성어는 한나라 무제 때 이광(李廣) 장군을 기리는 말로 사마천의『사기(史記)』에 나온다.이광은 활을 잘 쏘는 명사수에 명장이.. 2025. 7. 12.
3617과 그 패거리들 3617.'그 X'는 앞으로 그렇게 불린단다. '그 X'이 원래의 이름을 되찾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지난 만평 몇 개로 돌아보는 우리 사회의 어둠이 끝 모르게 깊어 보인다.'인생 한 방'을 위해 각자의 '연장'을 들고 사람과 세상을 죽이는 일에 기꺼이 나섰던 패거리들. 그중 누구는 후회한다지만 그건 당첨되지 않는 로또를 보며 사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전 타령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후회가 진실이려면 알고 있고 행동했던 사실을 사실대로 고백하는 게 우선이다.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고?하지만 어떤 똥은 무섭도록 더럽다.시몬 베유는 '순수함은 더러움을 응시하는 힘'이라고 했다.그걸 믿는 사람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다행이고 고맙다.길에서 지하철에서 우연히 스치는 낯선 사람들이 정겨워 .. 2025.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