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882 영화 <<라스트 홈>> 2008년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20세기 초 경제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진다. 서브프라임(Subprime)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 주택 담보 대출상품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대출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이 여파로 금융권조차 연쇄적으로 파산하게 된 것이다. >은 이런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왔을 뿐인 건설노동자인 주인공은 갑자기 현장에서 하던 일을 중단하게 된다. 건설업자가 파산을 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몇 달 동안의 임금은 받을 수 없게 되고 실직까지 하게 된다.결국 대출금 상환도 불가능하여 대대로 살아온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은행이나 회사는 (중략) .. 2025. 3. 6. 봄 소식 점심 무렵, 집 근처 초등학교 앞이 부산하다.올봄 막 입학한 햇병아리들이 운동장을 달려 나와 교문에서 기다리는 엄마들 품에 안기며 만드는 생동감이다. 하나하나가 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들어간 둘째 손자 같다.대학교 교정에는 신입생들을 뽑는 동아리들의 천막들로 장사진이다. 하릴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나도 하나 들어볼까?" 아내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썼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 박남준,「봄 편지」-어제는 눈비에 바람이더니 오늘은 시치미를 떼듯 화창하다.게다가 경칩이다.블로그에 '경칩'을 검색하니 몇 개의 지난 글이 뜬다. 그중 하나가 헌법재판소라는, 일상 속에.. 2025. 3. 5. 저하 다녀가다 큰 손자저하가 일박이일로 다녀갔다. 방학을 하면 며칠은 와서 자고 가곤 했는데 이번 겨울 방학은 저하의 일정이 워낙 바빠서 아내와 내가 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 저하가 축구에 빠져 있어 매일 저녁 훈련을 하러 가야했기 때문이다. 가끔씩 손님이 와야 집은 단정해지고 매무새가 잡힌다.아내는 정리와 청소를 하고 나는 식사를 준비했다.첫 식사는 저하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마요로 준비했다.오기 전에 음식에 대해 문자로 저하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스무고개를 했다.- 외식입니까? (아닙니다.)- 국물이 들어갑니까? (아닙니다.)- 치킨이 들어갑니까? (옙)- 치킨마요! (딩동댕!)이미 수차례 검증된 음식이라 엄지척을 받았다.이튿날 아침엔 야심차게 바나나 팬케익을 만들었다. 저하로부터 '먹을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먹.. 2025. 3. 4. 원래 다 사소했어 주말에 날씨가 궂을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오후에는 강수 확률 100%라는 걸 알면서도 우산을 안 가지고 산책을 나갔다.우산 쓰기 싫어하는 건 나의 좋지 않은 오래된 버릇이다.날씨는 흐렸지만 기온은 푸근했다. 얼음이 다 풀린 호수에는 오리들이 경쾌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호수 둘레길을 걷고 나와 도서관으로 갔다.책을 읽다가 토닥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유리창에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아내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비가 많이 온다며 우산을 들고 도서관으로 오겠다고 했다.장대비가 아니면 비 맞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라 처음엔 그러지 말라고 하다가 중간 지점에서 아내와 만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니 안에서 보던 것보다 빗줄기가 제법 거셌다.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우산이여.. 2025. 3. 3. 제13차 범시민대행진 어릴 적 나는 '애국'이란 단어를 막연히 현실을 뛰어넘는 어떤 가치나 사랑 같은 거라고 상상했다. 일테면 반공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적군 탱크를 향해서 맨몸으로 돌진하는 육탄 용사의 용기나 적이 던진 수류탄을 끌어안고 산화하여 아군을 보호하는 희생처럼 거룩하거나 거대한 어떤 것.일상에서 '애국적' 감정이라고 내가 느꼈던 것은 킹스컵이나 메르데카 축구대회의 라디오 중계 때 '가슴에 태극 마크도 선명한 우리 선수들 어쩌고저쩌고' 하는 멘트를 들을 때뿐이었다. 조금 더 커서 근로, 납세, 국방, 교육이라는 국민의 4대 의무를 배울 때는 애국도 들어가 5대 의무로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도 같다.애국. 나라사랑. 좋은 말이다. 누가 거기에 반대할 수 있으랴.그러나 나는 '애국'과 '국가'를 특별.. 2025. 3. 2. 너무도 자명하기에 층층의 바위 절벽이십리 해안을 돌아나가고칠산바다 파도쳐 일렁이는채석강 너럭바위 위에서칠십육년 전 이곳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해산 전수용을 생각한다산낙지 한마리에 소주를 비우며생사로서 있고 없는 것도 아니요성패로써 더하고 덜하는 것도 아니라던당신의 자명했던 의리와여기를 떠난 몇 달 후꽃잎으로 스러진당신의 단호했던 목숨을 생각한다너무도 자명했기에 더욱 단호했던당신의 싸움은망해버린 국가에 대한 만가였던가아니면 미래의 나라에 대한 예언이었던가예언으로 가는 길은 문득 끊겨험한 절벽을 이루고당신의 의리도 결국 바닷속에깊숙이 잠기고 말았던가납탄과 천보총 몇 자루에 의지해이곳 저곳 끈질긴 게릴라로 떠돌다가우연히 뱃길로 들른 당신의 의병 부대가 잠시 그 아름다움에 취했던비단 무늬 채석강 바위 위에서웅얼거리는 거친 파도 .. 2025. 3. 1. 고맙습니다 밝은 빛이 비쳐드는 식탁 위에 음식이 놓여 있고 노인이 다소곳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빵의 양이나 칼이 놓여 있는 위치로 보아 혹시 맞은편이나 옆에 누군가 있을 수도 있을 것도 같은데 왜 그런지 보이지 않는다. 기도를 하고 있어서일까? 혼자여도 크게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식탁보를 잡아당기며 앙증맞은 생기(生氣)를 일으키려하지만 '기도하는 노파'의 차분한 분위기를 흔들지는 못한다. 기도란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음성을 듣는 것이다 - 이재무, 「기도」-2월이 다 지났다. 하루, 일주일, 한달, 일 년.시간의 한 마디마디를 지날 때마다 올리는 기도.오늘은 어제와 같고, 3월도 2월과 같기를.아내와 맛난 음식 .. 2025. 2. 28. 작심삼일 대전 성심당은 군산 이성당, 대구의 삼송빵집과 함께 지역 명물 빵집이다.요즈음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전국구 상표가 되었지만.사위가 대전 출장을 다녀오면서 성심당 빵을 사왔다.손자들을 포함한 온 식구들이 나누어 먹었다.특히 단맛을 좋아하는 나는 한밤중에 한 개 반을 더 먹었다.반 개는 아내가 먹었다."당신 때문에 나도 먹게 되잖아!"아내는 내 핑계를 댔다.나는 커피까지 마셨다.3월부터는 야식을 하지 않겠다는 작심삼일의 결심을 또 한 번 해보면서.아무일도 없던 듯이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상욱, 「작심삼일」- 2025. 2. 27. 그 단어가 몇 번 나왔을까? 초등학교 시절 월요일 아침마다 있었던 '애국조회'를 기억한다.가장 지루한 것은 교장선생님의 훈화였다. 어린 우리들은 훈화의 '거룩한' 내용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교장 선생님의 '에······ 또······'의 숫자를 세며 견뎌야 했다.어제 헌재에서 '그 X'의 최후진술이 있었다.애초부터 그의 입에서 어떤 반성이나 사과가 나올 거라고는 티끌만큼의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재판의 마지막이라는 수식어에 끌려 유튜브 중계를 보았다. 짐작을 했으면서도 인내가 많이 필요했다.5분 정도가 지나면서부터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만 듣다가 나중엔 귀를 씻고 싶어질 정도였다."거대야당이 ······ 거대야당을······ 거대야당해서······거대야당 때문에······"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어도 술어도 목적어.. 2025. 2. 26. 이전 1 2 3 4 5 6 7 ··· 3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