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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스쿨7

아주 잠시라도 노노스쿨에서 주변 마을의 어르신을 위한 도시락 만드는 날. 내가 속한 조가 맡은 일은 새우마늘종볶음이었다. 새우을 볶고 마늘종을 데치고 양념을 만들어 함께 졸여내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었다. 다른 두 조는 오미자소스돼지갈비찜과 무생채를 만들었다. 하루종일 날이 궂었지만 시간차의 행운으로 음식 배달에 큰 문제는 없었다. 우리가 만들어 건네는 작은 도시락 하나. 뚜껑을 여는 순간만이라도 창을 흔드는 비바람을 잊을 수 있으시기를. 가난한 식구 밥 해 먹는 솥에 빈 솥에 아무도 없는 대낮에 큰 어머니가 빈 솥 한복판에 가만하게 내려놓고 간 한 대접의 밥 - 문태준, 「낮달을 볼 때마다」- 2023. 4. 11.
노노프렌즈 도시락 만들기 노노스쿨에 나가 도시락을 만들었다. 인근 지역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오이생채팀에 배정되었다. 다른 팀에선 떡갈비, 새우부추전을 만들었다. 오이생체는 다른 두 가지에 비해 만들기가 간단하여 일찍 끝내고 떡갈비 치대는 일도 할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들어 도시락을 채우고 집집마다 배달하기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전 글 : 다시 노노스쿨에 가다) 다시 노노스쿨에 가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는 여기저기서 실버세대를 겨냥한 유·무료의 교육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작년 노노(NO老)스쿨에서 음식과 식문화 전반에 관한 실기와 지식을 배웠다. 은퇴 jangdolbange.tistory.com 밥이라는 주어는 가장 많은 술어와 어울릴 수 있다고 한다. 밥은 '맛있다, .. 2023. 3. 28.
뗏목을 버린 후에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부처님의 이 말씀은 다양한 의미와 용도로 인용된다. 60대 중반을 넘긴 나 같은 은퇴 세대에겐 지난 삶의 방식을 털어버리고 이른바 새로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라는 경구(警句)로도 자주 쓰인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나의 직장 생활도 늘 숫자로 표시되는 목표치에 실적을 맞추려는 안간힘의 시간이었다. 나의 '뗏목'은 그것을 위해 떠돌아다닌 모든 발품과 거래처라는 인맥으로 엮은 것이었다. 강을 건너고 난 후 뒤를 돌아보며 연연해 하진 않았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갔고 거래처도 변함이 없이 존재했다. 뗏목은 저절로 버려졌다. 정년퇴직을 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그냥 밤을 새워 보는 거라고 말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있었다. 왜냐하면 뒷날 피곤할 걸 염려해서 한 번도 시.. 2023. 3. 8.
노노스쿨의 베짱이 2019년 SK그룹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노노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약 9개월에 걸쳐 한식조리를 메인으로 커피와 차 등 식문화 전반을 다룬 교육은 은퇴 후 받은 교육 중 가장 짜임새 있는 것이었다. 나만큼 (혹은 나보다) 노노스쿨을 더 반긴 것은 아내였다. 은퇴를 하기 전부터 아내에게서 서서히 넘겨받던 부엌일을 노노스쿨에 다니면서는 완전히 나의 '나와바리'로 접수를 하였기 때문이다. "당신이 직장에서 은퇴를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부엌에서 은퇴를 했다." 아내는 서로의 변화를 그렇게 정리했다. 노노스쿨 졸업생들은 한 달에 한번 모여 학교 주변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활동을 한다. 나는 그동안 손자'저하'를 모셔야 하는 일 이외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2022. 11. 26.
다시 노노스쿨에 가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는 여기저기서 실버세대를 겨냥한 유·무료의 교육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작년 노노(NO老)스쿨에서 음식과 식문화 전반에 관한 실기와 지식을 배웠다. 은퇴 후 받은 교육 중 이곳이 내겐 최고였다. 훌륭한 시설과 강사진, 그리고 짜임새 있는 커리큘럼을 볼 때 단연 그랬다. 은퇴하는 친구들에게 '백수의 앞치마는 세계평화를 부른다'고 주장해 왔던 터라 '세계 평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나름 열심히 음식 공부에 매달렸던 시간이기도 했다. 졸업 후 처음으로 노노스쿨에 갔다. 졸업생과 올 교육생들이 만나는 날이었다. 복날을 맞아 1년 시차의 선후배가 함께 인근 지역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을 나누어주기 위함이었다. 조별로 나누어 흑미 삼계탕과 부추무침 등을 만들어 도.. 2020. 7. 24.
학교, 입학, 졸업 학교, 입학, 졸업이라는 옛말들이 현실이 되었던 한 해. 8개월 여 동안 한식조리와 식문화 전반를 배운 노노스쿨을 졸업했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그처럼 우수한 한식조리를 비롯한 식문화 전반의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아쉬움도 남는다. 기왕지사 시작한 것이니 식문화의 인문학적인 부분에 개인적인 노력을 더 했어야 했다. 월수금의 수업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려 너무 바쁘게 지낸 것도 실수다. 학교의 좋은 시설과 지원을 활용할 지혜를 모으기 위해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는 시간도 열정도 부족했다. 선의의 개인이 모인 집단이라도 선의의 총량이 쉽게 모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내년부턴 만남과 모임의 종류를 줄이고 좀 더 백수답게.. 2019. 11. 28.
잘 먹고 잘 살자 55 - NONO SCHOOL 올해는 "노노스쿨"에서 한식 요리 공부에 집중할 예정이다. 노노스쿨은 고맙게도 SK그룹에서 우리 사회에 늘어가는 50+계층을 위해 무료로 열어준 학교이다. 주 3일 교육이 연말까지 어어지는 터라, 아내와 좋아하는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은 잠시 그것을 보류할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지난 연말에서 올 2월까지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쳤다. 합격된 것은 행운이고 기쁨이었다. 휴대폰으로 온 합격 문자를 보여주며 아내에게 큰소리를 쳤다. "연말쯤에는 한식 조리의 인간문화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동기생 중의 한 사람이 입학 소감에서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평소 나도 생각해 오던 말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이전 글 참조 " https:/.. 2019.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