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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24

롱펠로우의 시집 "햇빛과 달빛" 롱펠로우 LONGFELLOW. 고등학교 시절, 그의 이름을 처음 들으며 LONG? FELLOW? '키가 큰 녀석'? 이름이 뭐 이래? 키가 무척 컸었나? 아니면 그의 부모가 키가 작아 자식만은 키가 크기를 바래서 지어준 이름인가 하는, 시험에 절대 나올 리 없는. 싱거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번에 읽은 그의 시 열여섯편. 그 속에 그려진 세상은 밝고 따뜻하고 깨끗하고 조화로웠다. 너무 완벽해서 실재하지 않는 환상같은. 축구에 비하자면 골문을 향한 부단한 시도와 모색의, 거친 숨소리와 땀으로 범벅된, 경기장을 달리는 선수의 축구가 아니라, 완벽한 팀웍으로 만들어내는 화려한 골모음만을 모은 편집방송 같은, 아니면 깔끔한 양복을 입고 화려한 작전을 편하게 풀어놓는 해설가의 축구 같은. 가끔씩 눈을 감고 .. 2013. 6. 20.
샌디에고 아시아영화제2 - "OPEN CITY" OPEN CITY? "나눔의 집"에 이어 두번째 본 영화. 제목을 보며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을 생각해 보았다. 열린 도시? 개방된 도시? ... 결론은 "무방비도시"였다. 영화 내용으로 보니 '범죄에 대한' '무방비도시'(OPEN CITY TO CRIME)쯤 되었다. 김명민과 손예진 주연. 형사건 범죄자건 너무 멋있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진지한 장면에서도 가끔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국땅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만난 변함없이 예쁜 손예진에 만족했고 아내는 김명민의 깔끔한 모습에 즐거워했다. (아내는 자신은 김명민의 연기에 주목했을 뿐이라고 나의 원초적 혹은 말초적(?) 즐거움과는 수준 차이가 있음을 강조하지만^^) (2008.10) 2013. 6. 20.
『일하는 아이들』 학창시절 고(故) 이오덕선생님의 책,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이란 교육 수필집과 "시정신과 유희정신"이란 문학평론집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선생님이 지은 "우리글 바로쓰기"는 여전히 나의 글쓰기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그때 만났던 어린 학생들의 글을 30여 년만에 이오덕선생님의『일하는 아이들』을 통해 다시 읽어보았다. 가난한 시절. 어린 동심들이 그 가난을 살아내는 모습이 거기 있었다. 때로 슬퍼하고 때로 기뻐하며 그러나 언제나 정직하게 자신의 생활을 바라본 글이 또한 거기에 있었다. '공은 공은 바보 . 살짝만 건드려도 펄쩍 뛰며 화를' 낸다거나, '제트기는 제트기는 심술장이야, 잠자는 우리 아기 잠깨어 놓고 어머니가 야단칠까 도망갑니다' 하는 식의 말 장난이 거기에는 없었다. 비록 가난은.. 2013. 6. 19.
낯설음(곱단이의 글) 아침에 무심코 티비를 켰는데 주절주절 영어들이 튀어나올때. 파 한단이 필요해도 차를 타고 슈퍼에 가야할때. 길거리 스톱싸인에서 서지않아서 300불이라는 거금의 딱지를 끊게되었다고 들었을때. 프리웨이에서 돈을 내지않고 들고날고할때. 강남에서나 볼 수있던 외제차가 흔하고 국산차를 보면 반가울때. 한국말이 들리면 반가울때. 76이라는 숫자를 보면 주유가 생각날때. 아파트에서 내다본 풍경이 잔디밭일때. 카펫용 커다란 청소기와 씨름할때.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웃으면서 인사를 할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화장기를 볼 수없을때. 그럴때면 문득문득 낯설음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가장 낯설음을 느끼며 동시에 부러웠던 것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동네에서 잠깐동안이라도 자전거를 탈때조차도 모든 어린이들은 안전모를 착용한다는 것.. 2013. 6. 19.
성당 야유회 성당에 나간다고 했을 때 한국의 친구 녀석들 중의 일부는 대뜸 '수녀님이 예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짓궂은 메일을 보냈다. 그들의 나의 종교적 성실함에 대한 평가절하는 맞다. 평소 별로 종교적으로 살아오지도 못했고 아내와 종교를 갖는 것에 대해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천주교여야 한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외국생활이 아니었다면 어느 종교의 교회당이건 나가보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늦추어졌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수녀님에 대한 그들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 예쁜 수녀님 때문에 성당에 나가게 된 것은 아닐지라도 수녀님이 아름다우신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수녀님을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 나오는 마리아수녀(쥴리앤드류.. 2013. 6. 19.
『고향길』 윤중호의 시에서 만난 고향은 행복했다. 그래서 두 번을 읽었나 보다. 먼 유년의 가난한 기억. '엄니의 막막한 행상길'에, 칙칙푹푹 잘 자라는 '기찻길 옆 애호박'에, 노스님 떠난 선방에 내리는 윤사월 실비 속에, 그의 고향이 있었고 우리의 고향이 있었다. 특별나달 것이 없는 것들은 가을 햇볕이 달군 툇마루처럼 따뜻하게 다가왔고 밖에서 이룬 요란한 아우성과 거대한 성취들을 왜소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보였다.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길" 세상이 소란스러운 것은 언제부터인가 온갖 이유를 들어 그 길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를 읽으면서 우리 경험의 빛으로 시를 판단하기를 멈추고 시의 빛으로 우리 경험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던가. 여러 번 눈길을 주었던 아래와 같은 시.. 2013. 6. 19.
『찰리와 함께 한 여행』 죤스타인벡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대학 신입생 시절, 그의 소설 『분노의포도』를 추천해 준 한 선배 덕분이었다. 제일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인 번영을 누리는가 싶던 어느 날 경제 대공황이 불어 닥쳤고, 거기에 자연재해마저 더해지면서 가난과 절망에 허덕이던 소설 속 주인공 가족은 희망의 상징인 캘리포니아를 향해 먼 길을 떠난다. 애굽을 떠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으로 향하는 이스라엘의 백성들처럼. 그러나 험난한 여정에 식구들은 죽거나 혹은 헤어지고 마침내 도착한 그곳도 이미 구원의 땅은 아니었다. 번영과 풍요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미국에서 일어난, 상상을 뛰어넘는 굶주림과 비참함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소설은 현장감 넘치는 르뽀와 같았다. 내게 미국이란? 아니면 자본주의란? 하는 생각을 최초로.. 2013. 6. 18.
나이가 수상하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多寶塔)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釋尊)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를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 정토가 되는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유안진의 시, 「다보탑을 줍다」- 젊은 시절 한 때 그녀의 글을 싫어한 적이 있다. 무관심 한 것이 아니라 분명 싫어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7080’의 세상은 추억하는 노랫말처럼 낭만적인 것만이 아니어서 사람들의 꿈과 일상이 부패한 권력과 가진자들의 텀욕으로 얼.. 2013. 6. 18.
국어 사전을 찾아봅시다. 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인터넷을 켰다. 올림픽축구 카메룬과의 예선 첫 경기의 결과가 궁금해서다. 한국 같으면 텔레비젼 중계로 보겠지만 제 나라 축구경기도 중계하지 않는 미국 방송에서 한국축구를 중계할 리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초기 화면인 네이버 뉴스난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보인다. 축구야 (그 시간에는) 일대영으로 이기고 있었고 어차피 문자 중계이니 급할 것이 없어 밤 사이 한국에서 또 무슨일이 있었나 싶어 "'KBS 사수 촛불집회' 강제진압…24명 연행" 을 클릭하여 보았다. 나는 2MB 정권이 진짜로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지 아닌지, 한다면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KBS의 정연주 사장이 경영자로서 무능해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지 아닌지, 세부적으로 혹은 결정적으로 아는 바 없다.. 201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