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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6

국수의 해 지난 태국 여행 중 다양한 종류의 국수를 먹어보자고 생각하다가 문득 국수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전문적인 깊은 지식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상식의 범위 내에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국수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탄생 시기와 지역이 자료마다 애매모호하다. 다음백과는 기원전 6000년 경에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져 퍼져나갔다고 했다. 유래가 어쨌든 쌀만큼이나 오래된 음식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먹는 주식은 대체로 쌀(밥)과 빵과 국수이다. 쌀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원래 형태에 가깝게 사용한다면 국수와 빵은 어떤 추가의 과정을 더해서 만들어진다는 차이가 있다. '어떤 추가의 과정', 그것은 문화의 다른 이름이다. 어떤 이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이 문화라고 했다. .. 2023. 5. 20.
제주 함덕 26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보다 날씨가 좋았다. 한라산 쪽으로 두꺼운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그건 자주 있는 일이라 그 구름이 비를 몰고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잠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탁한 구름에 가려졌고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졌다. 아내와 나는 거실 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들었다. 아내는 비가 오는 날엔 '달달이'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나는 비장의 무기인양 아껴두었던 믹스커피를 타고 음악을 듣기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다. 비와 관련된 노래와 음악은 유투브에 흔했다. 이런 날에는 수제비가 제격인데 밀가루가 없었다. 궂은 날씨에 사러가기도 뭐해서 궁리 끝에 미숫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보았다. 밀가루에 비해 탄.. 2022. 11. 13.
가을비 오는 날 새벽부터 시작한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며 멈추질 않는다. 하루 사이에 기온도 냉랭하게 떨어졌다. 입동(立冬)이 지난 11월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일까지 계속될 비는 단풍을 많이 떨굴 것 같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11월」- 아내와 음악을 들으며 빈둥거리다 파전과 수제비를 해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마다 해 먹는 단골 메뉴다. 블로그의 지난 기록을 뒤져보니 작년에도 이 맘 때쯤 비오는 날 해먹었다. (*지난 글 : 2020.11.19 "수제비 당기는 날" ) .. 2021. 11. 8.
수제비 당기는 날 가을비가 유난히 요란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눈부셨던 단풍들을 훑어내 듯 떨어뜨렸다. 내일부턴 기온도 뚝 떨어진단다. 겨울이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겠다. 늦가을 비와 감미로운 '배고픔'. '속살까지 뜨거워지는' 한 그릇 수제비가 당기는, 아니 '땡기는' 하루였다.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이명윤의 시 - 내 마음의 강가에 펄펄, 쓸쓸한 눈이 내린다는 말이다 유년의 강물 냄새에 흠뻑 젖고 싶다는 말이다 곱게 뻗은 국수도 아니고 구성진 웨이브의 라면도 아닌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나 오늘, 원초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너덜너덜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도시의 메뉴들 오늘만은 입맛의 진화를 멈추고 강가에 서고 싶다는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와 귓가를 스치고 내 유년의 처마 끝에 다소곳이 앉는 말.. 2020. 11. 19.
손자친구와 음식 만들기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손자친구가 24시간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잠시 멈춤'의 시기이다. 문제는 활동적인 친구의 '활동'은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키즈카페, 친구집 방문과 초대, 놀이공원, 체육관, 방문교사와 만남, 자전거와 미끄럼과 그네 타기 등등의 다양함이 사라진 환경은 친구에게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어른에게도 한정된 공간에서 친구와 이전보다 긴 시간 보내기는 만만찮은 일이다. 해서 친구와 놀거리도 공부를 해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친구의 속내를 파악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분명히 재미있어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준비한 놀이에는 '별로'라는 듯 큰 관심을 보이자 않다가 전혀 준비 없이 우연히 시작한 놀이에는 흥미진진해하곤 하기 때문이다. 음식 만들기는 아내가 생각해 냈다. 어차피 해야 하.. 2020. 3. 18.
잘 먹고 잘 살자 58 - 장마철 집밥 서울엔 별로 비가 오지 않는 장마다. 태풍까지도 남해안만 흔들었을 뿐이다. 다행이지만 장마가 끝나고 나면 혹 가뭄 걱정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조금씩 내렸던 비 덕분인지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다. 두터운 구름과 바람까지 있어 아직까진 선선하고 쾌적한 여름이다. 매미소리가 맹렬해지기 시작하였으니 곧 열대야도 밀려오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가던 노노스쿨이 방학이다. 덕분에 아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학기 동안에 배운 음식 중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복습겸 만들어 보았다. 거기에 책과 인터넷에서 찾아내 아내의 '재가(裁可)'를 얻은 음식도 더했다. 아내의 품평을 받으며 음식을 나누는 식탁이 어릴 적 여름날 멍석 위의 저녁 식사처럼 오붓하다. 삶에 더 무엇을 욕심내랴. 아내의 아픈 한 쪽 팔이.. 2019.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