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옛 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 한때 돌멩이도 소화시켰다던 시절의 과장된 기억을 자주 들먹이다가, 한번 이야기가 터지면 삐걱이는 관절과 침침해진 시력, 흔들리는 이(齒牙), 높은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까지 가히 종합병동에 들어서곤 한다. 건강 푸념이 끝나면 대개 뭐 하며 지내느냐고 묻는 게 순서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친구끼리는 이미 서로의 일상을 잘 알고 있지만 경조사나 송년회 자리에서나 가끔씩 만나는 사이에서는 부담 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공통된 질문이 된다. 백수가 된 동창들은 은퇴 전만큼이나 다양한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 캠핑, 낚시, 등산, 헬스, 마라톤, 서예, 그림, 악기, 연극, 목공예, 봉사, 요리 등등. 쓰임새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2023.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