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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멕시코 축구 탈락

by 장돌뱅이. 2024. 7. 5.

남미 10개국에 북중미 6개국이 참가하여 아메리카 대륙 최강을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가 미국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가 열리기 전 나의 관심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그럴, 아르헨티나의 'G.O.A.T' 리오넬 메시의 활약을 보는 것이다. 그가 만약 2026년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이로운 '전설'을 보는 마지막 국가대표 대회일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조별 예선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 주저 앉은 멕시코 선수

두 번째는 멕시코 팀의 결승 진출을 응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FIFA랭킹 15위인 멕시코는 자메이카에게만 1-0으로 승리했을 뿐, 베네수엘라(54위)에 0-1로 패하고 에콰도르(30위)에 비기며 탈락했다.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압도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골이 저렇게도 안 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던 끝에 마지막엔 페널티킥조차 실축하며 지고 말았다.

내가 멕시코를 응원하는 건  미국 생활 동안 함께 일했던 멕시칸 동료들 때문이다.
월드컵이나 코파 대회에서 멕시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예 멕시코 공장에선 가동을 중지하고 함께 모여 응원을 하고 음식을 나누곤 했다. 월드컵에서 멕시코가 우승하면 회사에 일주일 동안 나오지 않고 거리를 뛰어다닐 것이니 양해해 달라던 이반, 'Soccer is my life'라며 축구 때문에 아내와 잦은 다툼을 고민하던 라파, 꼬레아 축구쯤이야 상대도 안 된다고 기세등등하던 까를로스 등의 기억이 지금도 멕시코가 마치 우리팀인 것 같은 감정의 동화를 일으킨다.

*이전 글 : 2012.11.30 - XOLOS 파이팅!

 

XOLOS 파이팅!

지난 월요일 아침, 자재를 담당하고 있는 MR. RAFA(라파)가 가져온 서류를 결재하는데 술냄새가 났다.그의 쪽으로 가깝게 몸을 기울여보니 더 진하게 풍겨왔다."술 마셨나?""어제저녁에 많이 마셨

jangdolbange.tistory.com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멕시코는 요즘 우리 축구와 비슷하게 하향세다. 답답한 멕시코의 경기를  분명히 지켜보았을 옛 동료들의 한숨과 격앙된 목소리가 쉽게 상상되었다. 

코파아메리카 8강 대진표

오늘부터 8강전이 시작되는 코파 아메리카에 대한 나의 기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이다.

요즈음 낮에는 코파아메리카 축구라면, 밤에는 EURO2024  축구다. 유로대회도 8강이 확정되었다.
새벽4시 경기는 보기 힘들지만 스페인과 독일의 새벽 1시 경기는 적어도 전반전은 직관할 생각이다.
거기에 윔블던 테니스도 시작되었고 짬짬이 손자저하들도 모셔야 하니 백수도 바쁘다. 


* 위 인용한 지난 글 「XOLOS 파이팅」의 '파이팅'은 잘못된 표현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파이팅(Fighting): 감탄사,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라고 나와있다. (발음은 '화이팅'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쓰는 건 '파이팅'이라고 해야 하는지 잘 납득이 되질 않는다. 사전에 '화이팅'은 나오지 않고 '파이팅'만 나온다.) 

문제는 영어에서 'fighting'은  우리가 말하는 그런 뜻이 아니라는데 있다. (영문학자이며 번역가인 안정효 씨에 따르면) '어디 우리 한번 잘해 봅시다'라는 말이 아니고  그냥 '치고받고 싸운다'는 뜻밖에 없다. 그나마 '싸우자'라고 하려면 'Fighting!'이 아니라 동사형을 써서 'Fight!'해야 하고, '우리 함께 싸우자'라는 뜻이라면 'Let's have a fight!'가 적절하겠다. 아마도 '화이팅'이라는  구호의 어원은 용감하게 끝까지 사우자는 '투혼(fighting spirit)'이 아닌가 싶다. 

운동 경기에 나선 '선수가 잘 싸운다'는 뜻으로 말할 때 'They are fighting well'이라고는 한다.
그러나 그냥 'They are fighting' 하면 선수들이 운동장에 나가서 경기를 하는 대신 상대편 선수들과 싸움박질을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말로도  '선수들이 잘 싸운다'와 '선수들이 싸운다'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서양에서는 우리의 '파이팅' 대신에 격려의 뜻으로 'Go! Go!'를 사용한다.
미국에 있을 때 자주 가던  야구장에서는 관중들이 'Let' go' 다음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이름을 넣어 'Let's go, Dodgers(또는 Padres , Giants 등등)!' 하는 식으로 구호를 외쳤다.

더 큰 문제는 '싸움(fighting)'이 우리 사회에서 운동 경기만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쓰인다는 것이다.
대개 기운을 북돋우려는 격려의 의미로 시험을 보러가는 수험생에게나 회사 회의나 회식 자리에서, 혹은 TV오락프로그램에서도 걸핏하며 '싸우라'고 외친다. 이렇게 말하는 나부터도 어제 축구경기에 나서는 손자저하와 손바닥을 부딪치며 습관적으로 '싸우라'고 했다. 이곳 블로그에도 그런 '싸우라'를 여러번 사용했다. 여러가지 의미로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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