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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바둑교실 참관

by 장돌뱅이. 2024. 7. 6.

1호 손자저하가 방과 후에 하는 바둑교실에 가보았다. 학부모참관 수업이었다. 
지도 선생님은 촉촉수와 환격 같은 바둑 기법을 설명하고 관련 예제를 학생들과 함께 풀었다.
저하는 용감하게 손을 들고 나가 포석과 행마에 대한 발표를 했다.
긴장하는 기색이나 막힘도 전혀 없이 깔끔하게 설명을 해서 대견스러웠다.
매일 축구 연습으로 늦게 와서 학원 숙제도 제대로 못하는 걸 알고 있기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우와! 언제 이렇게 바둑공부를 했어?"
수업이 끝나고 물었더니 전날 저녁에 축구를 다녀와서 한번 외웠다고 했다.

학생들 간 몇 차례 짧은 대국도 있었다. 첫 번째 대국에서 흑을 잡은 저하는 실리와 세력에서 기세등등했으나 깜빡 실수로 다 잡았던 (아래 사진 좌상 귀의) 백 대마를 놓치고 잠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저하는 중급반이어서 초급반을 상대로는 접바둑을 두었다. 일주일엔 한번 하는 바둑교실을 6학년까지 계속하면 바둑학원을 2년 정도 다닌 실력쯤 될 거라고 선생님이 말해주었다.

장기(將棋)와는 달리 바둑은 내가 저하에게 가르치기가 조심스럽다.
바둑은 포석과 행마의 기초가 중요한데 그런 걸 체계적으로 가르칠 바탕이 내게 없다.
저하와 바둑을 둘 때면 '할아버지는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동네친구들끼리 막 배운 엉터리니 따라하지 말라'고 말해주곤 한다. 그 동네바둑마저도 중학교 1학년이후론 거의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늙은이의 유쾌한 일(老人一快事)>이라는 시 여섯 편을 남겼다.

그중에 한 가지가 강한 상대를 피하여 만만한 하수를 골라 편안하게 바둑을 두라는 것이다.
힘들지 않은 일을 하다 보면 (늙어도) 힘이 남는다는 것이다. 또한 다산은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消暑八事) 중의 하나로  '서늘한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淸簟奕棊)'를 꼽았다.

올여름 아내와 유튜브의 쉬운 초보 바둑을 따라하며 더위를 식혀볼까 한다.
그래야 저하와 바둑놀이를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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