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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433

인사동 카페 "귀천" 천상병은 중학교 시절에 문단에 이름을 올린 천재 시인이었다. 1967년 이른바 '동백림 사건' 때, 이와 관련된 친구로부터 몇 백 원씩의 술값을 빌린 적이 있다는 이유로 함께 '간첩'으로 몰리게 되었다. 모진 고문을 받은 천상병은 아이를 낳을 수 없을 정도로 불구가 되었다. 이때 친구 여동생 목순옥이 수년간 간병을 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었고, 친구의 도움으로 인사동에 카페 "귀천"을 열었다. 지난 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남편은 6개월 만에야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대학 친구의 수첩에 적혀 있던 자신의 이름 석자가 ‘간첩’ 천상병으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간 유일한 죄목이었다. 피골이 상접한 육신과 황폐한 정신 그것은 시인에게 내려진 가장 잔인하고, 혹독.. 2012. 4. 8.
매향리, 공습이 그치다. 내 조국은 식민지 일찍이 이방인이 지배하던 땅에 태어나 지금은 옛 전우가 다스리는 나라 나는 주인이 아니다 어쩌다 아비가 물려준 남루와 목숨뿐 나의 잠은 불편하다 -정희성의 시, '불망기' 중에서- 몇해전 아내와 매향리에 간 적이 있다. 초겨울의 음산한 날씨속에 소름 돋는 소리를 내며 미군폭격기들이 작은 해안 마을 매향리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공습은 이라크 바그다드에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우리의 국토 작은 농섬은 무려 반세기동안 미군의 공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매향리에서 그것은 훈련이 아니라 분명 공습이었다. * 미군의 폭격으로 형편없이 쪼그라든 우리의 국토 농섬. 수십 년동안 폭탄에 짓뭉개진 섬은 크기마저 원래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국토의 모습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2005. 8. 13.
자운영 핀 오월의 들판. 지금 당장 오월 들녘으로 나가보세요. 거기 불붙는 슬픔이 당신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테니까요. 슬픔은 때로 저 자운영 꽃밭처럼 아름다운 것이기도 한 모양입니다그려. - 공선옥의 글 중에서- 슬픈 것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던가요? 저는 지극히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과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되었거나 오월은... (2004 전남 함평) 2005. 5. 10.
안면도에서 그래도 아름다운 계절이거니... (2005.05) 2005. 5. 10.
사과꽃이 있는 풍경. (2004 4. 경북 영주) 2005. 4. 27.
배꽃이 있는 풍경. (2004.4. 강원도 철원) 2005. 4. 27.
아! 양양 낙산사 지난 주말 속초와 양양을 둘러왔는데 오늘 그 일대가 불길에 휩싸였다니 놀랍고 가슴 아픕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동해낙산사!" 라는 감탄부호를 찍어야 마땅하다고 했던 그 낙산사도 잿더미가 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그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도 사라졌다니 애석하기만 합니다. 느닷없는 화마에 정든 집을 순식간에 빼앗긴 사람들의 상황이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본 연로하신 분들의 황망한 표정이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밤사이 비라도 퍼부어 남은 불길이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초여름 낙산사에 들렸을 때 담아둔 몇장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2004) 2005. 4. 5.
경북 청도 소싸움.(2005년 3월) 몇 해 전부터 청도가 고향인 지인으로부터 소싸움 축제를 보러오라는 제의를 받아왔으나 이런저런 일로 미루기만 하다 올해는 마음 먹고 아내와 다녀왔다. 처음 본 소싸움. 생각보다는 볼 만 했다. 짧게는 10분 안팎에서 길게는 한시간도 넘게 소들은 머리를 맞대고 거칠게 싸웠다. 지칠수록 혀가 길게 나오고 침이 허옇게 흘렀다. 두 소중 하나가 마주대었던 고개를 빼고 등을 돌리는 순간, 싸움은 끝나고 소는 거짓말처럼 '글래디에이터'에서 원래의 양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싸움소는 모두 숫소라고 한다. 소들이 싸우게 하는 적개심(?)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본능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반복 교육의 효과인지는 모르겠다. 그 어느쪽이던 싸움장 밖에 매어놓았을 때는 서로에게 무관심하던 소들이 어떻게 싸움장 안으로만 들어오.. 2005. 3. 31.
남한강변의 옛 절터 어느 덧 겨울의 초입이다. 지난 계절의 무성하던 이파리들을 다 떨군 나무들이 가느다란 가지만으로 찬 바람을 견디고 있다. 들도 산도 텅 비어만 간다. 날마다 점점 더 기온은 내려갈 것이고 머지 않아 눈도 내릴 것이다. 마음을 열고 세상을 보면 경이롭지 않은 계절이 없고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요즈음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시기이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좋고 그 하늘을 받들고 선 나무들이 좋다. 혹독한 계절을 견디기 위해 버릴 것을 다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으로 버티고 선 나무들은 이 계절만이 주는 감동이다. 헐벗은 나무들은 세한도 속에서 읽혀지는 옛 선비의 정신처럼 꼿꼿하고 당당해 보인다. 아내와 함께 초겨울의 문막 근처 남한강변의 옛 절터를 돌아보았다. .. 2005.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