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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435

늦은 가을의 창덕궁 *위 사진 :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敦化門)이다. 현존하는 궁궐 정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이다. 12월에 들어 눈이 오고 나더니 갑작스레 겨울이 와버린 듯 하다. 제법 매운 맛나게 밀려온 동장군 첫 기세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듯 벌써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특별히 겨울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출장을 다녀온 뒤라 유난히 빨리 막바지에 이른 듯한 가을의 끝도 좀더 오래 음미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창덕궁 관람은 평소 정해진 시간에 안내원을 따라 정해진 곳을 돌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장소다. 그런데 11월 중에는 일요일에 한하여 자유로운 입장과 관람이 가능했다. 특히 근래에 개방된 후원까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오래 전부터 계획을 잡아두었으나 이런저런 일로 미루다 11월 마지막 일요일인 27일, 자유관람 .. 2012. 4. 17.
가을 단풍을 따라서2 - 대둔산 대둔산(大芚山)은 큰두메산 혹은 큰덩이산을 뜻하는 ‘한듬산’을 한자화 한 것이라고 한다.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와 고개를 드니 산머리에 거대한 바위봉우리를 이고 서있는 대둔산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들 사이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받치고 있었다. 산행길은 정상까지 오르락내리락이 한번도 없는 가파른 비탈로 이어졌다. 처음에 아내를 생각하여 중턱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르려 했다. 그러나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그 생각을 접고 말았다. 만만찮은 경사에 걱정이 되어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매단 채 생각보다 잘 오른다. 아내의 꾸준한 운동과 올 가을에 집중된 몇 차례의 산행이 동네 야산도 힘겨워하던 그녀를 드디어 ‘강철의 여전사(?)'로 새로 태어나게 한 것 같다... 2012. 4. 17.
가을 단풍을 따라서1 -치악산 가을바람과 함께 유난히 부산을 떠는 것은 우리 부부만이 아닌 모양이다. 평소 운동이나 산행에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도 텔레비전에 단풍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는 들썩거리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극적으로 바뀌어가는 계절의 모습이 사람의 마음마저도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조바심을 치며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아내와 나였지만 올 가을에는 주위의 부추김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몇 주간 집중적으로 단풍을 따라 몇 곳의 산을 오르거나 걸어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별하게 단풍을 쫓아갔다기보다는 산에 오르니 그곳에 숲이 있었고 그 숲에 단풍이 있었다는 표현이 맞다. 억새가 특정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을의 정취라면 단풍은 우리 국토의 모든 산들이 지닌 보편적인 가을.. 2012. 4. 17.
오대산 첫눈 산행 *위 사진 : 가장 완벽한 단풍은 가을의 논이라고 했던가요? 둔내성우리조트로 가는 도중의 논은 이미 진한 가을의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돈을 버는 일도 아니면서 가을이 오면 유난히 바빠집니다. 은빛 억새에 현란한 단풍에... 그러지 않아도 장돌뱅이 체질의 내가 요동치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계획에 마음부터 부산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둔내 성우리조트의 예약 소식을 친구녀석이 전해 왔을 때 나는 월정사계곡의 타오르는 단풍을 머리 속에 그리며 며칠을 오대산 등산지도를 보며 지냈습니다. 토요일 오전, 영동고속도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주차장이 되어갔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가며 바꿔 탄 끝에서야 점심 무렵 성우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인.. 2012. 4. 17.
맑고 깊은(潭) 햇살(陽)의 고장, 담양. *위 사진 : 담양의 대나무공원. 여름이 오면 아내는 늘 담양 명옥헌의 배롱나무를 이야기 한다. 팔년 전 여름 명옥헌을 찾아갔을 때 보았던 붉은 배롱나무 꽃의 기억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날이 더워지자 아내는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 나는 올해는 여름이 가기 전에 기필코 담양의 명옥헌행을 실행하리라 마음 속에 숙제로 새겨 두었다. 이름처럼 햇살이 맑고 깊어 그럴까? 담양에는 대나무 숲이 많다. 우리나라 대밭 면적의 4분의 1이 담양에 집중되어 있다니 가히 우리나라의 대밭이라고 불러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주에서 국도를 타고 순창을 거쳐 담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대나무골테마공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대나무 숲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 본 대나무 숲 중에 가장 깊고 서늘했다. 대나무 숲 사이.. 2012. 4. 17.
전주 한옥마을에서 빗소리를 듣다. 전주 풍남동의 한옥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아무 것도 한 일은 없었다. 그냥 문가에 앉아 마당 가득히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빗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원래는 오후 세시 도착 즉시 자전거를 빌려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을 돌아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꾸물대던 날씨가 한옥마을의 주차장에 차를 세울 무렵 기어코 비를 쏟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도 우산을 쓰고 천천히 빗속을 걸어볼 생각이었지만 빗발이 점점 거세지면서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우리가 묵었던 방은 양반 가옥을 재현하였다는 한옥생활체험관 안채의 안방이었다. 체험관에서는 규수방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규수방은 문갑과 장롱, 문방소품과 백자 한 점이 있는 직사각형 형태의 방이었다. 앞마당에는 담장 밑에 장독대가 있고 뒤쪽으.. 2012. 4. 17.
강원도의 힘 - 아침가리의 추억2 *위 사진 : 아침가리의 폐가와 폐교가 된 아침가리분교.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해본 사람이라면 긍정하게 된다는 경구; “당신이 네팔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네팔이 당신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그곳에 있다. 당신의 주머니 속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에 기억을 담도록 하시오. 네팔은 지도상의 한 곳 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는 삶의 방식과 같은 경험이다.” 네팔 대신에 아침가리란 지명을 넣어도 의미와 가치가 줄어들지 않으리라. *위 사진 : 산나물 채취 - 곰취. *위 사진 : 산나물 채취 - 참나물. * 위 사진 : 산나물 채취 - 취나물. 2012. 4. 16.
강원도의 힘 - 아침가리의 추억1. 이른 아침부터 밭을 갈아야하는 곳이라는 말뜻을 지닌 아침가리와 골이 깊은 대골은 산 속의 궁벽했던 살림살이와 함께 땅과 하늘을 가슴에 품는 넉넉함을 짐작하게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홁과 나무로 집을 짓고 모여 살았던 이들은 지금 거의 다 떠났다. 홀로 남은 집들은 이곳에 태(胎)를 묻은 사람들을 기다리다 지쳐 허물어져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밤의 달무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내세우면서 다가오는 봄날은 어느 새 눈부 시다. 그리고 폐교된 방동초등학교 아침가리분교 터 한 쪽에서 뷹은 때찔레 꽃의 봉오리들이 활짝 피어오를 때 아침가리는 여름을 맞는다. 그리고도 짬없이 이어지는 가을과 긴 겨울이 있다. -안치운의 글 중에서 - 진동리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걸어 아침가리를 향했다. 계곡 양쪽의 가파른 .. 2012. 4. 16.
강원도의 힘 - 대골에 살다. 아침가리원정대란 이름으로 팀을 만들어 강원도 인제의 진동리로 향한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합류하게 된 여정이었다. 주말 연휴를 이용한 일정이라 각자 출발하여 진동리 한 민박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반가운 마음에 너무 일찍 서두른 탓인지 제일 먼저 도착하게 되어 아침가리를 가기 전 방동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골을 먼저 들렸다. 차를 버리고 숲길을 따라 걸으며 싱싱한 초록에 오붓이 물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거기에 길과 함께 따라오는 계곡의 힘찬 물소리라니. 대골의 산언덕에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언덕길을 걸어오르니 폐가가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흙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는 당연한 이치가 자주 맞지 않는 요즈음인터라 반갑기까지 했다. 밭일을 나갔는지 인기척이 없는 집마당을 서성이며 .. 2012.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