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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친구18

인생은 아름다워 손자친구들과 뒹구는 시간이 내가 상상하며 기다리던 설연휴다. 무엇으로 그만큼 기분좋게 혼이 빠지랴.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눈이 보인다 귀가 들린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고맙다! 인생은 아름다워 - 쥘 르나르 (Jules Renard), 「인생은 아름다워」 - 엉뚱한 방향으로 절을 하는 손자 2호가 불러온 폭소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점점 더 낭자해져 갔다. 쥘 르나르가 말하는 인생이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최소 한 가지가 더해져야 하지 않을까? 2023. 1. 23.
친구들의 연말 손자친구들이 산타할아버지가 주고 간 선물자랑을 했다. 1호는 레고, 콩순이 컴퓨터와 책을, 2호는 좋아하는 경찰차를 받았다. 1호는 선물도 좋지만 자신이 착한 아이라는 걸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산타의 존재를 믿었는데 손자친구들은 몇 살까지 갈까? 방학에 들어간 1호가 집에 놀러 와 2 ∼3일 자고 가겠다 한다. 여러 가지 놀이도구를 챙겨 와 할아버지와 계속 놀겠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1. 삼계탕(친구는 삼계탕을 할아버지만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생각한다.) 2. 치킨마요 3. 피자(친구가 좋아하는 피자는 매드포갈릭의 "갈릭스노윙피자"다.) 4. 탕수육과 볶음밥 5. 프라.. 2022. 12. 26.
제주 함덕 20 아침 함덕 해변을 걸었다. 기온은 다시 온화해지고 바람도 한결 잦아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오드랑 빵집에서 어니언 베이글을 사다가 버섯수프와 함께 먹었다. 제주살이가 10일 정도 남았으므로 이제부턴 냉장고 속의 식재료를 줄여나가야 한다. 점심엔 며칠 전 아내의 친구가 사다준 갈치를 꺼냈다. 재료가 워낙 싱싱한 터라 그냥 프라이팬에 구웠을 뿐인데도 여느 갈치구이 전문식당의 맛에 뒤지지 않았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두암은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던 시절에 제주 인증샷을 찍는 장소였다. 신혼부부의 집들이를 갈 때마다 벽에 걸린 용두암 배경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나는 아내에게 빚처럼 남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아내와 용두암을 찾았을 때.. 2022. 11. 9.
병실에서 18 딸아이네가 병원에 다녀갔다.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는 올라올 수 없고 일층 로비에서 잠깐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아내가 거동을 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물론 사전에 전화를 주었다면 아마 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오고 가는데 소비하는 시간에 비해 만나는 시간이 너무 짧아, '가성비'가 안 나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간파한 딸아이는 도착 10분 전에 전화를 주어 거절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한동안 영상통화로만 보던 손자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친구들을 찰지게 안았을 때 느껴지는 보드랍고 달달하고 살가운 감촉, 꼬숩고 꼬수운 냄새······ 한 달 사이 손자 1호는 '형아' 티가 많이 났고 말하는 것도 의젓해졌다. 2호는 고무공처럼 통통거림이 늘어 함께 오래 놀아도 즐거울 것.. 2022. 9. 3.
여섯 살 된 친구 "일 년에 하나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손자친구가 좋아하는 수수께끼 놀이를 했다. 친구는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수박? 아니고, 탕수육? 아니고······" 자문자답을 하며 끙끙거리는 친구에게 힌트를 주었다. "지금까지 너는 여섯개를 먹었고 할아버지는 60개도 넘게 먹었지." 머뭇거리던 친구가 드디어 답을 찾았다. "나이!" 여섯살이 되는 생일 아침에 친구가 거울을 보며 말했다고 한다. "여섯 살이 됐는데 왜 얼굴이 그대로지?" 손자친구의 축구교실에 동행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축구교실로, 친구의 '연륜(?)'이 쌓이면서 일상의 내용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친구는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특히 숫자와 단어에 호기심이 강하고 거침없이 대화 중에 활용을 해서 우리를.. 2021. 3. 11.
너를 꼬옥 안으면 노란 햇병아리 솜털 보들보들 매끌매끌 만져진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고요한 산그늘 졸졸 작은 냇물, 파들파들 송사리 떼 함께 흐른다. 맑은 햇살 청아한 바람 따라 꼬신 참기름 냄새 솔솔 묻어온다. 삶은 이런 것이었다! 2021. 1. 18.
둘째 손자 백일 둘째 손자가 태어난 지 백일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전례가 없이 험난한 시절에도 건강하게 자라 주어 고마울 뿐이다. 원래 사돈댁과 함께 축하를 나눌 생각이었으나 악화된 팬데믹 상황에 취소를 해야 했다. 대신에 직계 가족들만이 약식으로 자축 행사를 치르고 사진을 보내왔다. 주님, 이 작은 친구에게 자비와 축복을 내려주소서! 2020. 12. 20.
손자 친구의 하이킥 여느 어린이가 그렇듯 손자 친구는 솔직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이해한 상황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는다. 친구의 군더더기 없이 산뜻한 하이킥엔 백전백패(?)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 이전 글 : https://jangdolbange.tistory.com/2074 ) 어른이 된다는 것은 혹 그런 솔직함과 거침없음, 기발함이 무뎌진다는 뜻 아닐까? 손자 친구의 하이킥1 당연한 말이겠지만 요즈음 아이들이 접하는 문명의 이기는 우리 어릴 적과는 아주 다르다. 손자1호는 컴퓨터는 물론 아이패드를 알고, A.I 스피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안다. 능숙하진 않아도 조금씩 활용하기까지 한다. 컴퓨터에 영문과 한글을(물론 아무 탭이나 누르는 수준) 눌렀다가 지우고, 아이패드를 켜주면 혼자서 산수 공부를 할 줄.. 2020. 12. 19.
손자친구와 음식 만들기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손자친구가 24시간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잠시 멈춤'의 시기이다. 문제는 활동적인 친구의 '활동'은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키즈카페, 친구집 방문과 초대, 놀이공원, 체육관, 방문교사와 만남, 자전거와 미끄럼과 그네 타기 등등의 다양함이 사라진 환경은 친구에게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어른에게도 한정된 공간에서 친구와 이전보다 긴 시간 보내기는 만만찮은 일이다. 해서 친구와 놀거리도 공부를 해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친구의 속내를 파악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분명히 재미있어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준비한 놀이에는 '별로'라는 듯 큰 관심을 보이자 않다가 전혀 준비 없이 우연히 시작한 놀이에는 흥미진진해하곤 하기 때문이다. 음식 만들기는 아내가 생각해 냈다. 어차피 해야 하.. 2020.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