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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95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 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 조병화, ‘가을’ - 비가 참 많은 올해입니다. 그래도 이제 기온은 완전 가을입니다. 아직도 남은 더위가 마지막 힘을 한두번 쓰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땀을 흘리며 보낸 시간들이 영글어가는 조롱박처럼 소담스런 결실로 남는 ‘의젓한’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2005.09) 2005. 9. 14.
매향리, 공습이 그치다. 내 조국은 식민지 일찍이 이방인이 지배하던 땅에 태어나 지금은 옛 전우가 다스리는 나라 나는 주인이 아니다 어쩌다 아비가 물려준 남루와 목숨뿐 나의 잠은 불편하다 -정희성의 시, '불망기' 중에서- 몇해전 아내와 매향리에 간 적이 있다. 초겨울의 음산한 날씨속에 소름 돋는 소리를 내며 미군폭격기들이 작은 해안 마을 매향리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공습은 이라크 바그다드에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우리의 국토 작은 농섬은 무려 반세기동안 미군의 공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매향리에서 그것은 훈련이 아니라 분명 공습이었다. * 미군의 폭격으로 형편없이 쪼그라든 우리의 국토 농섬. 수십 년동안 폭탄에 짓뭉개진 섬은 크기마저 원래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국토의 모습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2005. 8. 13.
우연한 터어키 여행 9.- 마르딘 시장과 사람들. *세상의 여느 시장처럼 마르딘의 시장도 북적이고 시끄럽고 활기찼다. (2003년 10월) 2005. 3. 11.
우연한 터어키 여행 8.-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 1). DEYRUL ZAFARAN 수도원 예수 이전 시대부터 있어온, 마르딘에서는 가장 오래된 성소로 현재는 고아원도 겸하고 있다고 한다. 2). MOR MIHAIL 교회 3). SULTAN KASHIM 사원 1400년대에 지어진 이슬람 사원이라고 한다. 4). ZINCIRIYE 사원 1350년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이다. *본인이 들으면 혹 기분 나쁠지 모르겠지만 사진 맨 왼쪽의 남다른 포즈를 취한 녀석은 내가 임의대로 가수 박진영이라고 별명을 붙여 기억했던 개구장이이다. *사원에서 내려다 본 마르딘의 모습. (2003년 10월) 2005. 3. 8.
남이섬의 가을. * 위 사진 : 남이섬과 선착장, 대부분의 승객이 중국인이었다. 남이섬은 원래 홍수 때만 섬이 되던 곳이었으나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십사 만여 평의 작은 섬이 되었다. 행정구역 상으로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시 남면 빙하리로 되어 있는 강원도 땅이다. 그럼에도 흔히 우리는 그곳을 경기도 가평 땅으로 착각을 하곤 한다. 그 이유는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장소가 경기도 가평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 빙하리 사람들이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던 땅이었는데 60년대 중반 한 관광회사에서 섬을 사들여 잔디와 나무를 심고 오솔길을 만들어 놀이터로 개발을 하였다. 그때 이 섬에 남이장군이 묻혀있다는 전설이 담긴 돌무더기가 있었는데, 관광회사에서 흙을 덮어 봉분을 만들고 주변을 번듯하게 꾸몄다. 섬 이름인 남이섬도 거기에.. 2005. 2. 22.
여행에 대한 잡담 2. - 소심한 사람의 여행 내가 아주 어릴 적 큰누나는 가끔씩 나를 업고 어를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애기는 이다음에 커서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훌륭한 사람이 돼라.” 비행기를 타는 것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전혀 등식이 성립될 수 없는 관계지만 50년대 말 한국 사회에서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소녀가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성공의 상징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큰누나의 기원 덕분인지 나는 보통 사람들의 평균치보다는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장돌뱅이가 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훌륭함은 더더욱 아득하다. 그래서 나는 큰누나를 볼 때마다 불평을 해댄다. 마치 오늘의 나의 경제적 무능력이 누나의 잘못된 기원 때문인 것처럼. “기왕지사 비나리를 .. 2005. 2. 18.
여행에 대한 잡담 1. - 서두르지 않아야겠다. 얼마 전까지 국내건 해외건 내게 있어 여행은 다분히 양적 축적을 위한, '달리는 말에서 산을 보는' 식의 바쁜 일정을 의미했던 것 같다. 어떤 지역을 가볼라치면 계획 단계부터 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 빡빡한 일정을 만들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 일정에 따라 그야말로 강행군을 하였던 것이다. 식구들에겐 시간이 한정된 직장인이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밖에 더 있겠냐고 설득을 시켰고 아내와 딸아이도 그런 논리에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편이었다. 일테면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왔으니 가능한 한 많이 보고가야 본전 뽑는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떤 때는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면 단 몇 마디라도 정리를 해볼 틈이 없이 피곤함에 쓰러져 자고, 이튿날 아침 서둘러 일어나 우.. 2005.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