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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스톤7

YELLOWSTONE 국립공원7(끝) - 집으로 그랜드티턴을 나오는 길. 아침이라 오고가는 차가 별로 없어서인지 느닷없이 버팔로가 나타났다. 나는 차를 세우고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냈는데 녀석들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천천히 차도를 벗어나 초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가까이서 야생의 동물을 육안으로 본 것은 엘크에 이어 큰 행운인 것 같았다. 인간과 가까운 야생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망원경을 준비해와서 찬찬히 숲을 살피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내를 세우고 그랜드티턴을 배경으로 어제 찍었던 사진을 다시 찍는 것으로 일주일의 여정과 작별을 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일박을 할 예정이지만 그것은 집으로 가는 길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그리고 길을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잠시 경치 좋은 곳에.. 2012. 10. 24.
YELLOWSTONE 국립공원6 - GRAND TETON 3일간의 짧은 캠핑을 마치고 엘로우스톤을 떠나는 날. 텐트를 거두고 주변을 정리하자 횡한 공간이 눈길을 잡는다. 짐 정리를 끝내고 식탁 모서리에 앉은 아내의 얼굴에도 아쉬운 표정이 드러나 보였다. 그러나 아쉬움은 종종 흡족함의 역설적 표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잔잔했던 지난 밤. 장작불도 흔들림 없이 피워올랐고 하늘엔 유난히도 많은 별들이 드러났다. 시간이 흐른 뒤 엘로우스톤의 기억도 그럴 것이라 믿어 보았다. 오늘은 그랜드티턴 GRAND TETON 으로 가는 날이다. 그랜드티턴은 엘로우스톤의 명성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옐로우스톤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국립공원이다. 한 여름에도 정상에 녹지 않는 눈으로 그 높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3천미터 이상의 높은 봉우리들.. 2012. 10. 24.
YELLOWSTONE 국립공원5 - LAKE OVERLOOK TRAIL 엘로우스톤의 전형적인 여름 날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머무는 이틀동안 밤이 깊으면 빗줄기가 텐트를 두드렸다. 그러다가 날이 새면 시치미를 떼 듯 하늘은 맑아 있었다. 해맑은 햇살과 공기, 숲이 주는 초록의 질감과 향기. 그속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오전을 보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의자에 파묻혀 이웃 텐트의 어린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심을 먹고나서도 한참을 한가롭게 지내다 계획했던 대로 트레일 한 곳을 걷기로 했다. 가까이 있는 WEST THUMB에 있는 LAKE OVERLOOK TRAIL 이었다. 차량으로 10분 이동을 하여 한 시간 남짓 걸으면 되는 코스였다. 오후가 되면서 먼 하늘에 비름 머금은 듯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옐로우스톤 전체가 해발 3천미터 안.. 2012. 10. 24.
YELLOWSTONE 국립공원4 - 자동차로 돌아보기 새벽녁에 빗소리를 들었다. 잠자리에 들 때만해도 별들이 무수히 돋아나 있어 탄성까지 질렀는데 의외였다. 잠결이었지만 초저녁에 텐트를 좀 더 높은 자리로 옮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비가 많이 올 경우에 대비해서 번거로움을 무릅썼던 것이다. 그 때문에 플라이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포근하게 들렸다. 비때문에 끊어졌던 잠을 다시 청하고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눈을 떴을 때는 어느 새 아침이었다.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오자 한층 더 투명해진 것 같은 첫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춰들었다. 물기를 머금은 숲은 더욱 싱싱해보였다. 새로 구입하여 처음 사용해 본 침낭과 야전침대 속에서의 잠이 편안했다는 아내의 말에 나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미국의 대부분의 국립공원이 기본적으로 자동차로 돌아보는 것을.. 2012. 10. 24.
YELLOWSTONE 국립공원3 - 도착 같이 아침 식사를 하게 된 미국인 부부가 솔트레이크시티에 오게 된 이유를 물었다. 엘로우스톤을 가려고 왔다고 하자 탄성을 터뜨렸다. "아! 옐로우스톤!" 자신들도 한번 가보았는데 너무 좋았다고 부러워했다. 그 때문에 우리의 옐로우스톤에 대한 기대치도 기분 좋게 상승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의 주인장과 작별을 했다. 아내는 전통수로 장식된 작은 청색 주머니를 선물했다. 주위의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에게 필요할 때 가볍게 선물을 하기 위해 아내가 일부러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다. 주인아줌마는 뷰티풀과 쌩규를 연발하며 좋아했다. 설사 그것이 의례적인 답례의 행동이라고해도 작은 소품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잠깐이지만 훈훈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대여섯 시간의 긴 자동차길이 이어졌다. 유타에서 아이다호를 거쳐 .. 2012. 10. 24.
YELLOWSTONE 국립공원2 - 솔트레이크시티 '테트리스'. 원래는 화면 상단에서 내려오는 여러 형상의 막대기를 효과적으로 아귀를 맞추어 치워나가야하는 컴퓨터오락의 이름이지만 캠핑 준비물들을 차의 뒷트렁크에 효율적으로 싣는 방법을 말하는, 캠핑마니아들 사이의 속어인 듯 했다. 마치 '번개'라는 말이 급작스런 만남을 의미하는 말로 자리잡았듯이. 그때 게시판의 사진 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캠핑용품들을 보면서 처음에 나는 솔직히 '저렇게도 캠핑을 하는구나' 아니면 '저렇게 해도 캠핑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단한 캠핑족은 아니었지만 오래 전 몇번의 경험으로 그 '테트리스'의 공간이 작은 베낭 안으로 한정되어 있던 방식에 익숙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어깨가 아니라 차량의 힘으로 어디든 필요한 물품을 운반할 수 있고, 운반 공간 또한 베낭과는 비교할 수 .. 2012. 10. 24.
YELLOWSTONE 국립공원1 - 출발과 귀환 여행을 마치고 샌디에고로 돌아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마일리지를 보았다. 500마일. 1000마일을 넘어설 때마다 다시 영(0)부터 시작한 것이 2번이었으니 이번 여행중에 달린 전체거리가 2,500마일(4,000키로미터)인 셈이다. 서울과 부산을 몇번 왕복한 것인가.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 기념으로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운전대를 껴안으며 나는 '어린양'을 하는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적토마야! 너도 수고했다. 으----! 미국은 정말 너무 커!" *위 사진 : 15번 프리웨이 위에서 황량한 사막이나 아득한 초원 사이로 실날처럼 뻗은, "천상천하유아독존" 아니 "천상천하유車독존"의 고적한 프리웨이가 아직도 눈앞에서 생생하게 어른거렸다. 길 위에서의 진동감이 몸 곳곳에서 미세한 떨림을 여운으로 남.. 2012.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