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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5

2005하노이8 - 하롱베이를 지나서(끝)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롱’은 용이 내려왔다는 뜻의 하룡(下龍)을 의미한다. 통킹만의 푸른 바다 위에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처럼 수천 개의 섬들이 떠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어떤 이는 기대치보다 못함을 서운해 하지만 아내와 내게는 배에 몸을 싣고 그림처럼 떠있는 섬 사이를 지나는 유유자적함이 좋았던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의 어느 곳이든 가 볼만한 가치가 없는 곳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에서 일박을 하는 투어를 선택하여 섬 사이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었다. 운이 좋다면 깊은 밤 검은 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볼 수 있으리라. 하롱베이를 끝으로 모든 여정이 끝이 났다. 하노이로 돌아와 우리는 호텔 직원이 소개해준 차를 타고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2012. 4. 18.
2005하노이7 - 흐엉사원 *위 사진 : 흐엉사원으로 배가 출발하는 선착장의 모습. 흐엉사원(CHUA HUONG, PERFUME PAGODA)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퍼퓸파고다로 더 알려진 듯하다. 흐엉사원의 여정은 땀꼭 여행과 동일하다. 아침에 하노이에서 버스로 두 시간을 달린 후 옌강 YEN RIVER을 따라 약 한시간 정도 보트를 타고 간다. 다른 점은 보트에서 내린 후 한 시간 정도의 산행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흐엉사원은 산 정상부의 거대한 동굴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옌강은 땀꼭의 응오동강보다 폭이 넓었다. 그래서인지 배도 어제의 두 배 크기로 한 배에 사공 외에 네 명씩 탈 수 있었다. 우리는 영국에서 온 부부와 동승을 했다. 남자는 인상이 좋게 생긴 영국인이었고 부인은 태국인이었다. * 위 사진 : 사원으로 오르는 길 중.. 2012. 4. 18.
2005하노이4 -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위 사진 : 작은 연못 속 한 개의 돌(콘크리트?) 기둥 위에 지어진 사원. 바다에서 피어난 연꽃을 상징한다고 하던가?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면서 추운 날씨가 점차 풀려갔다. 선선하기가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호치민묘소 옆의 일주사(一柱寺, CHUA MOT COT)를 한 바퀴 돌고 문묘로 가기 위해 도로 쪽으로 걸어 나가는 도중 택시가 다가와 선다. 깔끔한 흰 색 마티즈다. 반가운 마음이 들어 사진까지 한 장 찍었다. *위 사진 : "마티즈 청년. 장돌뱅이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구 들어 . 바가지요금 없애고 기본 요금으론 안되겠니?" 문묘를 향해 출발한 직후 미터기의 요금이 이미 한참 진행되어 있었다는 알게 되었다. 손으로 가리키며 미터기를 다시 시작하라고 했으나 모른 척 하는 것인지 못 알아듣는.. 2012. 4. 18.
2005하노이2 - 하노이 오케스트라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오는 아침은 얼마나 큰 여유인가. 현지 시간에 적응되지 않은 동남아 여행 첫날 아침에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아직 잠든 아내를 두고 혼자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구름 때문에 해가 나지 않은 탓인지 겨울 아침 하노이는 꽤 추웠다. 사람들이 인도에 가로막고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네트까지 치고 바닥에 선까지 그어 놓은 것으로 보아 매일 아침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호수 주변의 아침은 우리의 아침이 그렇듯 활기차 보였다. 천천히 호수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가니 아내는 일어나 책을 읽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다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본격적인 아침이 시작된 거리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잠시도 끊어지지 않는 .. 2012. 4. 17.
2005하노이1 - ‘묵사발’의 하노이로 가며 묵사발이란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 말은 “묵을 담는 그릇”의 의미로 쓰는 경우보다는 “심한 타격을 받고 사물이 몹시 일그러지거나 망가진 상태”를 일컫는 의미로 더 자주 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그 말을 여러 번, 그것도 의도적으로 쓴 적이 있다. 월남전 관련한 글짓기나 파월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쓸 때였다. 나는 나의 편지가 국군아저씨들에게 놀라운 사기를 북돋아 줄 것이란 확고한 믿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침을 발라가며 또박또박 편지를 썼다. 어린 나는 나름 ‘묵사발’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월남 장병 아저씨에게 가장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붉은 이리’와 ‘붉은 늑대’ 중 어느 표현이 더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가며, 그리고 주먹으로 치면 수많은 파편으로 쉽게 부서져버릴 .. 201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