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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3

연두빛 마곡사 춘마곡(春麻谷)이라 했던가. 계곡과 산언덕에 불꽃놀이를 하듯 터져 나오는 연두빛 새 잎들의 반짝임. 눈부심. 봄이 아름다운 곳이 어디 마곡사 뿐이겠는가마는 계곡을 따라 걸어 마곡사까지 가는 동안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내와 내게 세상은 온통 연두빛 마곡사뿐이었다. 계절은 변함없이 제 때에 예상할 수 있는 모습으로 오고가면서도 늘 새로운 감동과 경외스러움을 남긴다. 이 봄도 마곡사도 그랬다. 햇살도 따사롭게 감겨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도대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07.04) 2012. 4. 20.
남사당 전수관의 남사당(男寺黨)공연 아트센터 마노와 남사당 전수관은 잔디밭을 통해 울타리 없이 이어져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남사당 전수관 앞 야외공연장에서는 남사당 공연이 벌어진다. 입장료는 없다. 강조를 위해 반복하자면 무료공연이다. 무료라고 해서 공연의 진행이나 내용이 허접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비싼 입장료를 내고 보았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 수준급의 공연이다. 일단 공연을 시작하면 두 시간이 넘는 공연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그만큼 재미와 신명이 있다. 남사당은 “1900년대 초 이전에 있어 서민층의 생활군단(生活群團)에 자연발생적 혹은 자연발전적으로 생성된 민중놀이집단”(심우성)을 일컫는 이름이다. 남사당놀이는 다른 우리의 전통 민속놀음의 운명처럼 외.. 2012. 4. 20.
아침가리 계곡의 단풍길을 걷다. 아침가리를 다녀왔다. 해마다 봄 가을이면 거르지 않고 아침가리를 찾는 친구가 숙소와 음식 등 일정 전체를 준비했기에 신경 쓸 것 없이 몸만 다녀오면 되는, 미안할 정도로 편한 여행이었다. 앞선 두 번의 아침가리행이 있었지만 모두 봄철에 한 것이어서 가을철에 아침가리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내가 동행한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었다. 아내가 동행할 때까지 어느 지역에 대한 나의 여행은 미완성으로 남는다. 이것은 논리와는 상관없는 나만의 감성의 문제이다. 이상기후 탓에 아침가리의 올 단풍도 예년만 못하다고 했지만 이미 덕유산이나 도봉산의 단풍에 다소 실망을 했던 내게 아침가리의 단풍은 올 들어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가을 가뭄으로 계곡의 물이 줄어 바위와 돌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덕분에.. 2012. 4. 20.
안면도에서의 하루 8월 초 아내와 함께 안면도 마검포에 있는 후배의 별장에 다녀왔습니다. (후배녀석은 별장이 아니라 '농막'이라고 우깁니다만). 지상의 모든 것을 불볕으로 달구던 해는 서쪽 하늘에 걸리어 마지막 불꽃을 장엄한 노을로 태우고 있었습니다. 노을을 보면 나이 먹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죽음까지는 몰라도 나이 먹는 사실에 대한 겸손한 수용. 안타까울 것 없고 조바심칠 필요없는 넉넉함으로. 다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 시간이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둠이 내린 후에 해변에서 돌아와 나중에 도착할 사람들과의 하루 저녁을 위해 백사장이라 이름 붙여진 시장에 나가 조개류와 새우, 붕장어를 샀습니다. 그리고 앞마당에 불을 피우고 달이 별장 서쪽의 해송 너머로 기울도록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 2012. 4. 20.
봄이 오는 길. - 강원도 문막에서 - 2012. 4. 19.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강화도에 고려산까지(?) 있다는 사실은 이제까지 여행지로서 강화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어왔던 내게 그 점수를 더욱 높여 주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화도는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을 비롯,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이 무려 120여기나 있으며, 몽고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왕궁이 옮겨온 곳이기도 하다. 또한 근대사의 여명에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섰던 처절한 항쟁의 유적이 즐비한 곳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강화도를 일컬어 문화와 신화의 원형질을 담고 있는 땅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바다와 개펄, 산과 들의 수려한 자연이 어우러져 있으니 강화도는 여행자에게 커다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고려산은 높이 436미터의 높지 않은 산으로 강화읍에서 5k.. 2012. 4. 18.
2003 캄보디아 여행기(끝) - 똔레삽 호수를 지나며 문을 두드려서 깨워주는 ‘모닝콜’에 잠이 깨었다. 똔레삽 호수를 가로질러 프놈펜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전날 저녁에 미리 부탁을 해둔 터였다. 짐을 꾸려 밖으로 나오니 타고 갈 작은 픽업 트럭이 벌써 숙소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위 사진 : 시엠리엡에 머무는 내내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던 숙소의 종업원들. 차에 오르려는데 숙소의 종업원이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수를 한 병 내밀었다. 아침에 앙코르 사원으로 향할 때마다 음료수 한 병씩을 꼭 가지고 가던 것을 챙겨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물값을 주려고 하자 받질 않는다. 선물이라는 것이다. 지난 밤 내가 시엠리엡에 머무는 동안 친절히 대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약간의 팁과 작은 인삼차 한 곽을 선물로 .. 2012. 4. 9.
2003 캄보디아 여행기 7. - 앙코르 사원군1 * 위 사진 : 프놈펜에서 시엠리엡 갈 때 타고간 시엠리엡에어 비행기 앙코르 왓은 시엠리엡에 있는 한 사원의 이름이다. 동시에 그것은 시엠리엡의 주변의 방대한 지역에 걸쳐 흩어져있는 모든 사원을 지칭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앙코르 왓을 보러간다고 할 때 그것은 대체로 8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시엠리엡 지역에 세워진 엄청난 사원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 된다. 이번 앙코르 왓 순례도 그 ‘대명사’ 방식으로 보기로 했다. 개개의 사원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전체를 하나의 앙코르왓으로 보기로 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개의 세워진 시기나 세운 사람의 구분 따위는 무의미한 것으로 제쳐 두었다. 내가 그나마 앙코르 왓 순례를 위해 준비를 한 것은 시엠리엡의 숙소에 도착하여 2박3일동안 돌아보고자 .. 2012. 4. 7.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 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 조병화, ‘가을’ - 비가 참 많은 올해입니다. 그래도 이제 기온은 완전 가을입니다. 아직도 남은 더위가 마지막 힘을 한두번 쓰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땀을 흘리며 보낸 시간들이 영글어가는 조롱박처럼 소담스런 결실로 남는 ‘의젓한’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2005.09) 2005.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