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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8

2007 싱가폴 여섯째날(끝) - 보물창고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안녕! 아내는 소녀같은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다. 창밖으로 우리가 며칠동안 머룰렀던 싱가폴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를 통해 이제 싱가폴은 두고 가는 땅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는 땅이 되었다. 싱가폴에서의 시간은 아내와 내가 지닌 보배로운 기억의 창고 속에 당당하게 빛나는 한 순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삶은 어차피 숨쉬기의 길이가 아닌 행복했던 시간의 크기와 강도로 평가되는 것 아니던가! 그들은 저 깊은 보물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 때 적절히 튀어나와 나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며 내 등을 두드려 줄 것이다. 슬프다고 느낄 때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하라고. 지치고 힘에 겨울 때 슬쩍 내 어깨에 기대라고. 비워.. 2012. 4. 25.
2007 싱가폴 다섯째날7 - 어제와 같은 오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어느 집안의 가훈 같은 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해지는 일상의 압박을 핵심적으로 요약했다고 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이 감미롭다면 그것은 어제보다 나아야 하는 오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와 내게 여행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즐기는 시간이다. 욕심을 내자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서 그 ‘나음’의 의미나 정의를 체험해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간밤에 늦게 수영을 하고 술까지 마신 탓인지 아침에 늦잠을 잤다. 덕분에 아침 산책은 빠졌지만,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같은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게으른 시간을 보낸 것은 어제와 같았다. 어제처럼 하늘은 맑았고 더운 햇살 사이로 불어와 젖은 몸을 말리는 강바람도 여전히 싱그러웠다. 배가 고파 올 때까.. 2012. 4. 25.
2007 싱가폴 넷째날6 - 강변에서 놀기 아침. 다시 강변을 걸었다. 이번엔 플러턴 호텔에서 출발하여 보트키와 클락키를 돌아왔다. 강물은 밤 사이에 한층 맑아진 얼굴로 하늘을 보며 누워흘렀고 간밤의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강변의 음식점과 술집에도 풋풋한 아침 햇살이 차분하게 스미고 있었다. *위 사진 : 흰 색의 스탬포드 래플즈경의 동상이 상대적으로 커보이는 것에서 그에 대한 싱가폴의 존경심이 엿보이는 것 같다. 내게 세상의 어느 곳을 가장 쉽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겉으로는 천차만별의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세상이지만 걷다보면 그 모든 것이 바람과 하늘과 물과 나무와 흙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 속에 사는 사람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 사진 : 플러턴 호텔의 아침식당 호.. 2012. 4. 25.
2007 싱가폴 셋째날5 - 강변 풍경 강은 산을 에돌고 평지를 적시며 사람 사는 마을을 휘감고 흘러 곳곳에 정겹고 따뜻한 풍경을 만든다. 위압적인 원시의 자연이 아니라 도시를 가르면서 흘러 사람들과 익숙해진 싱가폴강은 더욱 그렇게 보인다. 강물 위를 미끄러지는 목선들의 움직임과 함께 훈훈한 사람들의 체취가 녹아 있는 듯하다. *위 사진 : 아침 강변 풍경 스템포드에서 에스플러네이드와 플러턴 호텔 주변을 돌아오는 아침 산책은 강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새로움으로 반짝이는 아침 강물에는 크고 작은 강변 건물과 오고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유화처럼 담겨 흔들렸다. 호텔을 옮기는 날이다. 밤마다 볼 수 있었던 스탬포드호텔에서의 야경은 그 현란함으로 아내와 나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위 사진 : 래플즈시티내 마켓플레이스 아침 식사를.. 2012. 4. 25.
2007 싱가폴 둘째날4 - 식당 엠바와 야쿤카야토스트 *위 사진 : 엠버가 부속 식당으로 있는 차이나타운의 호텔 1929 점심은 차이나타운 1929 호텔 내에 있는 서양식당 엠버 EMBER에서 했다. 밤이 아닌 대낮에 차이나타운을 간 것은 오로지 이 식당에 들리기 위해서였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 둔 터였다. 소문대로 우리가 들어간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자리는 만석을 이루었다. 한 인터넷의 정보에 따르면 “등받이 없는 의자에 접시를 손으로 받치고 먹으라고 해도 또 가고 싶을” 정도의 맛을 지녔다는 식당다웠다. 거기에 깔끔한 분위기와 명랑하고 친절한 직원들까지 식당으로서 뭐 하나 트집 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위 사진 : 썬텍시티에서 오후에는 썬텍시티에서 (윈도우)쇼핑을 했다. 아내의 소품과 한국에 혼자 남아있는 딸아이에게 줄 선물 몇 가지. 늘 느끼.. 2012. 4. 25.
2007 싱가폴 둘째날3 - 리틀 인디아 내게 국한된 경우겠지만 회사에 나가기 전 새벽에 일어나 아침운동은 몇 번 해본 적이 있는데, 이제까지 아침 산책은 해 본적이 없다. 출근이라는 다음 일정이 주는 무게감이 가볍고 느긋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산책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는 몸을 푸는 의미의 활동적인 운동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위 사진 : 앤드류성당의 외부 모습 그런데 아침 산책이 가능한 때가 있다. 휴가차 여행 중일 때다. 여행 중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출장의 업무와 같은 의무가 아니기에 부담 없이 아침 산책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위 사진 : 앤드류성당의 내부 모습 호텔 방에서 내려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흰색의 앤드류성당을 아침 식사 전에 천천히 돌아보았다... 2012. 4. 25.
2007 싱가폴 첫째날2 - 걷고 먹고 술 마시기 *위 사진 : 스위소텔 스탬포드의 모습. 숙소는 래플즈시티와 붙어 있는 스위소텔 스탬포드. 동그란 형태로 솟은 70층짜리 호텔은 2백 미터가 넘는 높이 이외에는 평범했지만 고층의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변의 풍경은 압권이었다. *위 사진 : 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풍경 우리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커튼을 활짝 걷고 그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언젠가 출장길에 이 호텔이 묵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강변을 내려다보았던 기억은 없다. 출장은 여행과 달라 아마 그때는 체크인을 하자마자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가 밤늦게 돌아와 쓰러져 자기에 바빴을 것이다. *위 사진 : 역사적으로, 명성으로 싱가폴을 대표하는 호텔 래플즈 래플즈호텔은 한적한 어촌을 오늘의 싱가폴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영국인의 이름을 .. 2012. 4. 25.
2007 싱가폴 첫째날1 - 싱가폴 2000년 가을 대만 장카이섹 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추락으로 7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기까지 SQ는 창사 이후 무려 28년동안 단 한건의 인명사고도 없는 무사고 기록을 세웠다. 또한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대다수의 아시아 항공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흑자 행진을 계속하여 놀라움의 대상이 되었다. 2000회계년도 중 운항수입은 23억 달러에 이익은 무려 14억 65천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다른 항공사와는 달리 자국의 국내선 운행을 통한 이윤 창출을 기대할 수 없고 오로지 국제선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사정이므로 이런 실적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전문 기관의 조사와 승객들의 투표에서 여러번 최고의 항공사로 뽑힐 만큼 SQ는 훌륭한 기내 서비스와 안전 운행의 확실한 보장으로 정평이.. 2012.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