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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181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6 Hotel Siam@Siam Pattaya의 빅피시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타이쿠킹스쿨에 참가했다. 세 가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선택했다. 쿠킹스쿨에서는 쏨땀 (Spicy papaya salad), 똠얌 꿍 (Thai spicy soup with shrimp), 팟타이 꿍 (Stir-fried rice noodle with bean sprouts & prawns)을 만든다고 알려왔다. 저하에게 자극적인 맛의 솜땀과 똠양꿍은 먹기가 힘들 것 같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일단 팟타이를 먹으라고 하고 정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 그곳 식당에서 별도로 주문을 해줄 생각이었다. 교육을 담당한 요리사는 인도네시아 출신 난낭(Nannang) 씨였다. 우리도 인도네시아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니 무척 반가워하.. 2023. 7. 8.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5 아내와 내가 스노클링을 처음 해본 건 코끼리 타기처럼 딸아이가 지금의 저하 나이인 30여 년 전 인도네시아 뿔라우 스리브(Pulau Seribu)에서였다. 지금은 그곳 바닷속 모습이 많이 망가졌다고 하지만 그때는 예쁜 산호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열대 물고기들이 떼 지어 헤엄을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던 곳이었다. (*이전 글 참조 : 딸아이의 어린 시절 4 - 천 개의 섬 ) 아침에 호텔에서 픽업차량을 타고 오션 마리나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나는 30여 년 전의 그때를 떠올렸다. 아침 분위기도 길거리의 모습도 그때와 비슷했다. 딸아이 대신 저하가 있는 것만 달랐다. 지나고 보면 빠른 세월이다. 예전 딸아이에게 그랬듯 저하와 손을 잡고 스노클링을 하며 아름다운 바닷속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파타야 인근에서 .. 2023. 7. 8.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4 저하와 여행을 계획하면서 호텔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 몇 가지 일정을 더 생각했다. 매일 수영만 반복 하기는 (실제로 매일 하기는 했지만) 너무 단조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여행에 관해 상상하거나 욕망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상품이 되어 존재한다. 검색 끝에 파타야에서 저하에게 적합한 추가 활동으로 코끼리 타기와 스노클링(바다수영), 그리고 쿠킹스쿨에서 요리하기, 이렇게 세 가지를 정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태국은 송크란이 지나 바야흐로 우기철. 여행을 가기 전 매일 파타야의 날씨를 검색했다. 구글을 비롯하여, AccuWeather, Weather Channel 등등. 일기예보는 각각 조금씩 다른 듯 같았고 같은 듯 달랐다. 구름만 표기되어 있는 것보다는 구름과 해가 같이 그려있는 .. 2023. 7. 7.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3 유수풀 - 워터슬라이드 - 파도풀. 저하는 여행 내내 세 곳을 번갈아 가며 쉬지 않고 흘러가고 미끄러지고 출렁거렸다. 함께 따라다니다 가끔씩 갑자기 저하를 안으면 품 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안 돼요. 빨리 저기 가야 돼요!" 미리 말을 하고 다가서면 사력을 다해 수영으로 도망을 갔다. 성큼성큼 쫓아가서 다시 꼭 안으면 저하는 싱싱한 물고기처럼 요동을 쳤다. 팔과 가슴에 전해지는 그 작은 꼼지락거림이 좋아서 자꾸 안아 보고 싶었다. 저하도 말과는 달리 그리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었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중에서 - 2023. 7. 6.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2 스페이스 호텔의 수영장에는 저하에게 3개의 놀이터가 있다. 물이 흐르는 풀(유수풀)과 물미끄럼틀(워터슬라이드), 그리고 파도가 치는 풀장이다. 저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세 곳을 교대로 옮겨 다녔다. 나는 저하를 근접 경호(?) 하며 함께 놀았다. 가끔씩 아내가 역할을 교대했다. 유수풀은 숲 사이로 흐르는 물로 이어져 계속 따라가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형상이었다. 물의 깊이는 1미터로 일정해서 어린아이들에겐 최적이었다. 곳곳에 안개가 뿜어져 나오거나 동굴과 폭포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하는 그런 코스를 지날 때마다 마귀나 독거미와 싸우는 상상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지어냈다. 물에 떠내려 가는 나뭇잎을 헤엄쳐 구해내(?) 소중한 보석처럼 손에 쥐고 다녔다. 나는 가끔씩 물속으로 잠수하여 저하의 다리를 낚아채며.. 2023. 7. 5.
내 인생의 특별한 여행 1 2017년 아직 손자저하가 채 한 살이 되기 전 방콕을 여행한 적이 있다. 출산과 육아로 고생을 한 딸과 사위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의미에, 손자가 태어나면 열대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아내의 오랜 소망을 담은 여행이었다. 나는 인천공항 출발 라운지에서부터 돌아와 공항에서 헤어질 때까지 캥거루처럼 저하를 앞에 품고 다녔다. 손자도 나만 바치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식구들은 아마 전생에 연인 관계인 것 같다고 킥킥거렸다.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저하의 몸짓과 옹알거림은 감미로웠다. 저하는 그 뒤로 우리(아내와 나, 딸아이네)와 마카오를 여행했고 제 부모와 서너 번의 해외여행을 더 했다. 그리고 하늘길마저 정지시킨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 시기에 태어난 둘째저하는 제 형과 같은 여행 경험을 할 .. 2023. 7. 3.
방콕2023(끝) - 이런저런 태국은 국민의 94%가 불교를 믿는다. 호텔, 상점, 길거리 등 도처에서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특히나 송크란 시기여서 여느 때보다 부처님은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부처님 꽃을 바치고 기도를 하고 어깨에 물을 부었다(부처님을 씻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기도하는 여인. 천주교 신자로서 나의 기도는 저런 정갈함, 엄숙함, (뭔지 모를) 절실함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다가 여인이 합장의 손을 풀 때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방콕의 전철(BTS) 칫롬역에서 내려 센트럴월드 쪽으로 가다 보면 사거리 한 모퉁이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태국인들에게 유명한 에라완 사당(ERAWAN SHRINE)이다. 특이하게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 신 브라흐마(BRA.. 2023. 4. 26.
방콕2023 - 외출 숙소에 '자발적 유폐'를 하기로 했지만 가끔씩 외출을 하게 된다. 숙소에서 약 2km 정도 거리에 쑤언플루(SUAN PHLU) 공원이 있다. 아침 산책으로 다녀왔다. 연못 주위에 핀 화사한 열대의 꽃들이 아름다운 아담한 크기의 공원이었다. 공원 주변의 사톤 지역은 대사관이 여럿 있고 유명인들도 많이 사는 방콕의 부촌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원에 이르는 보행자 도로는 그다지 걷기 친화적이지 않았다. 일부 구간을 빼곤 인도는 옹색하게 한쪽으로 붙어 있거나 아예 없어 오고가는 차와 오토바이들에게 자주 길을 내주어야 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방콕에선 개와 미국인만 걷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침마다 자주 걷는 두 명의 한국인도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각자 휴대폰과 책을 보며 뒹굴다문득 생.. 2023. 4. 25.
방콕2023 - 호캉스 송크란이 끝나고 짜오프라야 강변을 떠나 사톤 지역의 반얀트리 (Banyan Tree)로 숙소를 옮겼다. 차가 출발하자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기가 시작되는 신호인가 했더니 운전기사는 아직 아니라고, 본격적인 우기는 5월부터인데 송크란 즈음 해선 꼭 비가 한 번씩 온다고 했다. 비는 제법 거세게 쏟아지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멈추었다. 날씨가 조금 시원해졌다. 반얀트리에는 세레니티클럽 룸에 예약을 해두었다. 클럽룸은 라운지에서 아침식사는 물론, 오후에 애프터눈티, 저녁엔 칵테일(맥주)과 안주류가 제공되었다. 각각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해서 가급적 호텔 밖을 나가지 않고 호캉스를 즐기려는 우리 계획과 잘 부합되었다. 반얀트리는 생긴 지 오래되었지만 머무는 동안 특별히 낡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 2023.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