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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181

방콕2023 - 축제가 지나간 자리 3일간의 공식적인 송크란축제가 끝난 아침, 카오산으로 나갔다. 아내가 인정한 '종군기자'로서 '전장'으로 마지막 산책을 간 것이다. 축제 마지막 날의 치열했던 '전투' 열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폐기된 '총'과 술병,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들이 커다란 검은 봉지에 담겨 곳곳에 쌓여 있었다. 길바닥에는 물에 섞여 뿌려진 석회가 아직도 하얗게 깔려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하룻밤의 흥겨움이 남긴 잔해라기엔 나도 그곳에 있었다는 점에서 황당하고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가게 앞을 청소하고 청소차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지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 3년간 금지되었던 물축제가 다시 열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을 거리로 불러냈을 것이다. 축제 기간 중 호텔 투숙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 .. 2023. 4. 21.
방콕2023 - 행복하라 송크란 마지막 날. 간밤의 치열한 전투를 치른 후의 풍경이 궁금해서 이른 아침에 람부뜨리 로드를 지나 카오산까지 걸어가 보았다. 예상외로 거리는 깔끔했고 조용했다. 물론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쓰레기차와 그 앞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인 듯했다. 카오산에 들어서자 밤새 이어진 술자리를 아직 파하지 못한(혹은 새롭게 판을 벌인) 사람들이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은 요란스레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다간 갑자기 자기들끼리 물총을 난사하며 예의 그 비명과 웃음을 터뜨렸다. 숙소로 돌아와 사진과 함께 거리 상황을 설명해 주자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무슨 종군기자 같다고 웃었다. '종군기자'의 상황 브리핑을 끝내고 아내와 파쑤멘 요새까지 걷는 산책을 나섰다. 왜 그런지 요새를 둘러싸고 서있는 우람한 .. 2023. 4. 19.
방콕2023 - 송크란'전투' 2일차 아침 산책과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점심 무렵 아이콘시암(ICONSIAM)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강변도로를 따라 불과 200미터 떨어진 '파 아팃(Phra Arthit)'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원래는 차오프라야 투어리스트 보트(Chao Phraya Tourist Boat)를 탈 생각이었다. 이름처럼 주요 관광지에 가까운 10곳 선착장만 경유하여 이동시간이 빠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종점인 Sathorn 선착장까지 30바트)은 일반 보트(16바트)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선착장에 가니 때마침 먼저 도착한 주황색 깃발의 보트가 막 출발할 태세여서 그냥 올라탔다. 주황색 보트는 방콕시민들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라 많은 선착장을 들리는 대신 운행 주기가 짧은 장점이 있다. 급한 용무가.. 2023. 4. 17.
방콕2023 - 송크란 시작되다 호텔 로비에서는 송크란 음악이 쉬지 않고 나온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짧은 소개 영상이 있다. 유네스코에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아침에 강변을 산책했다. 호텔이 짜오프라야 강과 붙어 있어 수영장 옆길로 나가면 바로 강변이 나왔다. 강변 산책로는 1km에 조금 못 미칠 정도로 짧지만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걷기에 편했다. 파쑤멘 요새(Phra Sumen Fort)로 걸어가는 방향인 강 상류 쪽으로 라마8세의 다리가 보이고 하류 쪽으로는 멀리 삔끌라오 다리가 보였다. 낮이 되면 오고 가는 배들로 부산스러울 강은 텅 빈 채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수면은 잔잔했고 덩달아 마음도 평화로웠다. 산책의 반환점에 있는 파쑤멘 요새는 18세기에 차오프라야 강 동쪽에 있는 수도를 방어할 목적으로 .. 2023. 4. 14.
방콕2023 - 송크란 전야 인천공항 제2청사에 있는 마티나( Matina) 골드라운지 08시 40분. 아내와 맥주잔을 부딪히며 방콕 출정식(?)을 했다. 이쯤 되면 낮술이 아니라 새벽술이다. 마티나 골드라운지는 올 3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고 안내 직원이 알려주었다. 작년 6월 태국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일반 라운지만 열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재개하게 된 것 같다. 증명이라도 하듯 골드와 일반 라운지 모두 손님들로 북적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했음에도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카오산 지역의 차오프라야 강 가까이 있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가는 태국 시계라 봄날의 해가 아직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짐을 풀고 숙소 근처에 있는 소고기쌀국숫집 나이쏘이로 갔다. 간판에.. 2023. 4. 13.
'드디어' 방콕에 가다 9(끝) 엄폰과 티티퐁.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태국인 부부다. (*지난 글 참조 : 태국인 친구 나이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업무로 알게 되었다가 점차 개인적인 친구 사이로 발전하게 된 태국인 부부가 있다. 처음 만난 것이 93년도이니 16년이 되었다. 부인 엄폰AUAMPORN은 태국의 최고의 대 jangdolbange.tistory.com 태국에서 온 친구 회사일 때문에 태국을 들락거리다 알게 되어 이제는 친구가 되어버린 태국인 친구가 추운 날씨 속에 서울을 찾아왔습니다. 방문 목적인 업무 이외에 그녀가 가장 경험하고 싶어 했던 일은 하늘 jangdolbange.tistory.com 내가 읽은 쉬운 시 142 - 나해철의「죽란시사첩 머리말」 엄폰(AUAMPORN)은 90년 대 초 나의 태국 거래처의 젊은 구.. 2022. 7. 8.
'드디어' 방콕에 가다 8 소나기는 피해 가라. 우기철의 방콕에선 특히 새겨둘 말이다. 빗줄기가 거세 우산도 우비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퍼붓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 잦아들 때까지 잠시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유일하고 현명한 방법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다행히 비 때문에 큰 곤란을 겪지는 않았다. 딱 한 번 대책 없이 비와 마주 서게 된 경우를 제외하곤. 아이콘시암에서 식사를 할 적에 유리창으로 멀리 검은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구름은 점차 하늘을 덮으며 다가왔다. 간간히 번개도 보였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겁만 주다가 그대로 지나가나 했는데 웬걸, 전철역에 도착하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철역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전철과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비가 그치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하철.. 2022. 7. 8.
'드디어' 방콕에 가다 7 태국 음식은 아내와 나를 태국으로 이끄는 강력한 유혹 중의 하나다. 태국 음식은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여 다양한 향이 나고 자극적이다. 맵고 짜고 달고 신 맛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맛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대체적으로 잘 맞는 이유다. 쥐똥고추, 즉 쁘릭키누는 매운맛의 원천이다. 우리나라 청양고추는 이 쁘릭키누에 토종고추를 접붙여 나온 고추로 청송과 양양에서 재배에 성공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할 때 나는 동료와 함께 멋모르고 쥐똥고추를 된장에 찍어먹었다가 혼비백산한 경험이 있다.) 짠맛에는 어간장(Fish Sauce) '남쁠라'가, 단맛에는 일반 설탕 외에 '따이'라 부르는 팜슈가가, 신맛에는 '마나우' 라고 부르는 라임이 주로 사용된다.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 식사 후.. 2022. 7. 7.
'드디어' 방콕에 가다 6 열대 과일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과일에 얽힌 몇몇 기억들이 떠오른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잘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들. 그런 소소한 기억들이 많을수록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나는믿는다. 첫사랑, 첫만남, 첫키스, 첫여행 처럼 무엇이건 '첫'자가 들어가는 기억은 일생을 동반하는 법이다. 지금도 망고스틴을 먹을 때면 90년대 초 처음으로 (신혼여행 때도 못 타본) 비행기를 타고, 첫 외국인 인도네시아에 도착하던 첫날을 생각하게 된다. 저녁 식사를 겸한 환영식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니 먼저 와있던 동료들이 열대과일 오리엔테이션이라고 냉장고에 여러가지 과일들을 넣어두고 있었다. 망고스틴이 모양과 맛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이외에는 열대과일을 알지 못하던 시절이라 듣지도 보지도 못한.. 2022.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