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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1200

여인들만 '사는' 칠궁(七宮) 칠궁(七宮)은 경복궁 뒤쪽 청와대 가까이 있어 예전에는 사전 예약을 해야 방문이 가능했는데, 얼마 전 청와대에 들어오게 된 양반이 거처를 옮기는 바람에 아무 때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은 곳이 되었다. 그런다고 그 양반에게 '덕분'이라는 표현은, 글쎄 ··· 별로 쓰고 싶지 않다. 경복궁역에서 나와 칠궁에 다다르기 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가 있다. 2016년 늦가을에서 2017년 봄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자주 왔던 곳이다. 낯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모여 청와대 쪽을 향해 "방 빼!"라고 외치곤 했다. 그 기억이 생생한데 세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씁쓸하다. 칠궁은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追尊)된 이들을 낳은 생모이면서 왕비가 아니었던 후궁 일곱 분의 사당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일.. 2023. 4. 4.
성북동 나들이 한성대입구역 근처 "국시집"은 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이다.. 성북동이나 대학로를 나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리는, 30년 이상된 우리 가족의 단골집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구수한 칼국수 맛이 한결같다. 아내와 나는 처음엔 나온 그대로의 슴슴한 맛을 즐기다가 반쯤 먹고 나면 파와 고춧가루를 다진 양념을 넣어 두 가지 맛으로 먹는다. 이번엔 오래간만이라 작은 수육 한 접시도 더했다. 역시 변함없는 맛이었다. 칼국수와 수육 이외에는 대구전과 문어숙회가 메뉴의 전부였는데, 뜬금없이 LA갈비가 메뉴에 올라있다. 선주후면(先酒後麵)에는 기왕의 안주만으로 충분해 보이는데 코로나를 지나면서 자구책으로 메뉴의 다변화를 꾀한 것일까?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로서는 칼국수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노포의 변화.. 2023. 3. 26.
겸재(謙齊) 정선(鄭敾)의 그림 넷 일주일에 한 번 칼림바를 배우러 다니게 된 노노스쿨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가까이 있다. 마침 근처에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겸재정선미술관"이 있어 칼림바 첫 수업을 마치고 가보았다. 내가 갔을 때는 내부공사로 2층은 문을 닫아서 1층과 3층만 볼 수 있었다. 3월 16일 이후 재개관을 할 때 아내와 다시 한번 방문할 생각을 하면서 둘러보았다. 미술관으로 들어가기 전 화단 한쪽에 금빛 마네킹이 있다. 겸재의 그림 「독서여가(讀書與暇)」에서 따온 형상이다. 겸재의 나이 60대 후반에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생각되는「독서여가(讀書與暇)」 -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툇마루에 비스듬하게 앉아 화분에 핀 모란꽃을 감상하는 자세가 한가롭고 여유롭다. 뒤쪽으로 보이는 책장에는 빼곡한 책들이 단정하다. 65세(1.. 2023. 3. 23.
도다리쑥국 먹고 덕수궁 가기 봄동이 끝나갈 무렵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봄동은 집에서 국도 끓이고 데쳐서 나물도 무치고 겉절이도 만들어 먹지만 도다리쑥국은 을지로입구 충무집에서 사 먹는다. 물냉면처럼 은근한 맛의 음식엔 아직 나의 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년 봄엔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도다리쑥국은 남해안 - 통영(충무), 고성 거제 일대 -의 토속 음식이라고 한다. 제철인 봄을 맞아 살아 통통이 오른 도다리 토막과 바닷바람을 맞고 돋아난 햇쑥을 옅은 농도로 된장을 푼 육수에 넣고 끓여내는 도다리쑥국은 별 기교가 없는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다. 아내와 나는 첫술을 뜰 때 입안에 감기는 그윽함에 종종 눈을 한번 감곤 한다. - 이곳 나의 글,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 중에서 - 늘 그래왔듯 멍게비빔밥을 곁들여 먹고 가까운 .. 2023. 3. 5.
전시회 "미키마우스 Now and Future" 손자 1호가 집에 와서 하루를 잤다. 손님맞이를 위해 청소를 하고 먹을거리와 잠자리 준비를 하는 시간은 즐겁다. 어릴 때부터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 손자의 속마음과 취향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손자가 크면서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 한때 공룡을 좋아했으니 당연히 애니메이션 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는 데, 손자는 10여 분만에 고개를 젓고 를 선택했다. 의 화려한 색깔과 마술의 내용이 관심을 끌었을까? 이야기 전개와 의미가 애니메이션 영화치곤 아이들에게 그다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은 것 같은 데도 손자는 킬킬거리며 몰입해서 보았다. 음식 취향은 아내와 내가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손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만든 삼계탕이다. 아내가 만든 '소갈비찜'에 밀리지 않을.. 2023. 2. 28.
아차산숲속도서관 아내와 함께 평소 보다 좀 먼 "아차산숲속도서관"까지 걷기로 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잔잔했다. 완고하게 보이던 호수의 얼음은 어느덧 풀려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은 쌀쌀한 듯했지만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어린이 대공원을 지나 아차산으로 향했다. 나무 끝에 물기가 아주 연하게 차올라 희미하게 연둣빛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아차산숲속도서관은 작년 10월에 개관한, 아차산 생태공원 옆, 이름대로 숲 속에 있었다. 지상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일반·아동도서 약 5000여 권이 있는 자료실이, 2층에는 신문과 잡지들이 있는, 아담하고 예쁜 도서관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와 나는 2층 열람실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 잡지를 골라, 세부적인 기사보다는 사진 위주로 아내와 돌려.. 2023. 2. 20.
예닌다이즈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대형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튀르키예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가 찾아보았더니 터어키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작년에 바뀌었다고 한다. 2003년 터어키를 여행한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이 아닌 출장이었다. 원래의 출장지는 이라크 바그다드였는데 당시 이라크가 미국에 의해 점령된 직후라 갑작스레 일정이 꼬이면서 엉뚱하게 터어키에서 일주일 가량을 보내게 되었다. 비행기 이동이 안 된다고 하여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꼬박 24시간을 걸려 도착한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실로피(Silopi)에선 터어키 쪽에서 국경을 봉쇄하여 이라크에 들어갈 수 없었다. 국경 건너편 이라크 측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터어키 검문소에서 하루 사이에 방침이 바뀌었다며 요지부동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실로피에서 머무르다가 마르.. 2023. 2. 16.
겨울숲과 봄똥 2월.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봄기운도 쉽게 느껴지지 않는 애매한 달이다. 그래도 요며칠은 날이 푸근해서 아내와 오래간만에 서울숲을 걸을 수 있었다. 짙은 갈색의 나무들은 지난 가을에 잎을 떨군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겨울숲이 주는 차분한 침잠(沈潛)과 깊은 적요로움이 감미롭게 다가왔다. 화사한 봄과, 싱싱하고 무성한 여름과, 명징하고 화려한 가을이 쌓여 숙성이 되면 그런 겨울숲의 풍요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가끔씩 눈과 얼음이 녹아 말랑말랑한 땅을 만났다. 굳이 피해가며 걷고 싶지 않았다. 앞서간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 흙에는 여러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아내와 하굣길 신발 밑창에 달라붙은 진흙을 나뭇가지로 떼어내던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봄똥은 겨울이 가기 전에, 혹은 겨울을.. 2023. 2. 13.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 딸아이네와 지난 연말에 갔던 가평 소재 아난티코드에 다시 다녀왔다. 그곳에서 내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손자'친구'들과 놀면 되니 단순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손자'저하'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려니 복잡하다. 더군다나 어린 두 '저하'들의 나이차를 극복할 수 있는 공통의 놀이를 찾는 것과 각각의 전하에게 적절한 시간배분을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종종 '할아버지 쟁탈전'이라고 좋을 상황이 생겨난다.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 손자친구·저하들의 성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나 1미터 이내의 거리유지가 필수다. 텔레토비와 띠띠뽀 덕분에 잠시 커피 마실 짬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아내는 다음부턴 나와 손자 둘만을 위한 방을 따로 얻어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의 결론이 결국 '.. 2023.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