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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1200

서촌 문학기행 작년에 가입한 독서 토론 모임 "동네북(BOOK)"에서 서울 서촌으로 문학기행(산책)을 다녀왔다. 나로서는 줌(ZOOM)으로만 만나던 회원들을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안내는 시인 문기봉 님께서 해주셨고 5명의 회원이 함께 했다. 첫 방문지는 경복궁 서쪽 담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보안여관"이었다.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1936년에 지어진 목조 여관 건물인 통의동보안여관은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만들어진 곳으로 한국근대문학의 발상지이며, 2004년까지 실제 여관으로 많은 문화예술인이 머물렀던 생활유적이다. 『시인부락』은 1936년 서정주가 발행인겸 편집인을 맡고 오장환, 김광균, 함형수 등이 참가하여 창간한 시(詩) 동인지이다. 1937년 12월 통권 2호를.. 2023. 4. 29.
방콕2023(끝) - 이런저런 태국은 국민의 94%가 불교를 믿는다. 호텔, 상점, 길거리 등 도처에서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특히나 송크란 시기여서 여느 때보다 부처님은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부처님 꽃을 바치고 기도를 하고 어깨에 물을 부었다(부처님을 씻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기도하는 여인. 천주교 신자로서 나의 기도는 저런 정갈함, 엄숙함, (뭔지 모를) 절실함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다가 여인이 합장의 손을 풀 때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방콕의 전철(BTS) 칫롬역에서 내려 센트럴월드 쪽으로 가다 보면 사거리 한 모퉁이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태국인들에게 유명한 에라완 사당(ERAWAN SHRINE)이다. 특이하게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 신 브라흐마(BRA.. 2023. 4. 26.
방콕2023 - 외출 숙소에 '자발적 유폐'를 하기로 했지만 가끔씩 외출을 하게 된다. 숙소에서 약 2km 정도 거리에 쑤언플루(SUAN PHLU) 공원이 있다. 아침 산책으로 다녀왔다. 연못 주위에 핀 화사한 열대의 꽃들이 아름다운 아담한 크기의 공원이었다. 공원 주변의 사톤 지역은 대사관이 여럿 있고 유명인들도 많이 사는 방콕의 부촌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원에 이르는 보행자 도로는 그다지 걷기 친화적이지 않았다. 일부 구간을 빼곤 인도는 옹색하게 한쪽으로 붙어 있거나 아예 없어 오고가는 차와 오토바이들에게 자주 길을 내주어야 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방콕에선 개와 미국인만 걷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침마다 자주 걷는 두 명의 한국인도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각자 휴대폰과 책을 보며 뒹굴다문득 생.. 2023. 4. 25.
방콕2023 - 호캉스 송크란이 끝나고 짜오프라야 강변을 떠나 사톤 지역의 반얀트리 (Banyan Tree)로 숙소를 옮겼다. 차가 출발하자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기가 시작되는 신호인가 했더니 운전기사는 아직 아니라고, 본격적인 우기는 5월부터인데 송크란 즈음 해선 꼭 비가 한 번씩 온다고 했다. 비는 제법 거세게 쏟아지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멈추었다. 날씨가 조금 시원해졌다. 반얀트리에는 세레니티클럽 룸에 예약을 해두었다. 클럽룸은 라운지에서 아침식사는 물론, 오후에 애프터눈티, 저녁엔 칵테일(맥주)과 안주류가 제공되었다. 각각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해서 가급적 호텔 밖을 나가지 않고 호캉스를 즐기려는 우리 계획과 잘 부합되었다. 반얀트리는 생긴 지 오래되었지만 머무는 동안 특별히 낡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 2023. 4. 24.
방콕2023 - 축제가 지나간 자리 3일간의 공식적인 송크란축제가 끝난 아침, 카오산으로 나갔다. 아내가 인정한 '종군기자'로서 '전장'으로 마지막 산책을 간 것이다. 축제 마지막 날의 치열했던 '전투' 열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폐기된 '총'과 술병,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들이 커다란 검은 봉지에 담겨 곳곳에 쌓여 있었다. 길바닥에는 물에 섞여 뿌려진 석회가 아직도 하얗게 깔려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하룻밤의 흥겨움이 남긴 잔해라기엔 나도 그곳에 있었다는 점에서 황당하고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가게 앞을 청소하고 청소차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지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 3년간 금지되었던 물축제가 다시 열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을 거리로 불러냈을 것이다. 축제 기간 중 호텔 투숙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 .. 2023. 4. 21.
방콕2023 - 행복하라 송크란 마지막 날. 간밤의 치열한 전투를 치른 후의 풍경이 궁금해서 이른 아침에 람부뜨리 로드를 지나 카오산까지 걸어가 보았다. 예상외로 거리는 깔끔했고 조용했다. 물론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쓰레기차와 그 앞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인 듯했다. 카오산에 들어서자 밤새 이어진 술자리를 아직 파하지 못한(혹은 새롭게 판을 벌인) 사람들이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은 요란스레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다간 갑자기 자기들끼리 물총을 난사하며 예의 그 비명과 웃음을 터뜨렸다. 숙소로 돌아와 사진과 함께 거리 상황을 설명해 주자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무슨 종군기자 같다고 웃었다. '종군기자'의 상황 브리핑을 끝내고 아내와 파쑤멘 요새까지 걷는 산책을 나섰다. 왜 그런지 요새를 둘러싸고 서있는 우람한 .. 2023. 4. 19.
방콕2023 - 송크란'전투' 2일차 아침 산책과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점심 무렵 아이콘시암(ICONSIAM)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강변도로를 따라 불과 200미터 떨어진 '파 아팃(Phra Arthit)'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원래는 차오프라야 투어리스트 보트(Chao Phraya Tourist Boat)를 탈 생각이었다. 이름처럼 주요 관광지에 가까운 10곳 선착장만 경유하여 이동시간이 빠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종점인 Sathorn 선착장까지 30바트)은 일반 보트(16바트)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선착장에 가니 때마침 먼저 도착한 주황색 깃발의 보트가 막 출발할 태세여서 그냥 올라탔다. 주황색 보트는 방콕시민들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라 많은 선착장을 들리는 대신 운행 주기가 짧은 장점이 있다. 급한 용무가.. 2023. 4. 17.
방콕2023 - 송크란 시작되다 호텔 로비에서는 송크란 음악이 쉬지 않고 나온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짧은 소개 영상이 있다. 유네스코에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아침에 강변을 산책했다. 호텔이 짜오프라야 강과 붙어 있어 수영장 옆길로 나가면 바로 강변이 나왔다. 강변 산책로는 1km에 조금 못 미칠 정도로 짧지만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걷기에 편했다. 파쑤멘 요새(Phra Sumen Fort)로 걸어가는 방향인 강 상류 쪽으로 라마8세의 다리가 보이고 하류 쪽으로는 멀리 삔끌라오 다리가 보였다. 낮이 되면 오고 가는 배들로 부산스러울 강은 텅 빈 채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수면은 잔잔했고 덩달아 마음도 평화로웠다. 산책의 반환점에 있는 파쑤멘 요새는 18세기에 차오프라야 강 동쪽에 있는 수도를 방어할 목적으로 .. 2023. 4. 14.
방콕2023 - 송크란 전야 인천공항 제2청사에 있는 마티나( Matina) 골드라운지 08시 40분. 아내와 맥주잔을 부딪히며 방콕 출정식(?)을 했다. 이쯤 되면 낮술이 아니라 새벽술이다. 마티나 골드라운지는 올 3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고 안내 직원이 알려주었다. 작년 6월 태국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일반 라운지만 열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재개하게 된 것 같다. 증명이라도 하듯 골드와 일반 라운지 모두 손님들로 북적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했음에도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카오산 지역의 차오프라야 강 가까이 있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가는 태국 시계라 봄날의 해가 아직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짐을 풀고 숙소 근처에 있는 소고기쌀국숫집 나이쏘이로 갔다. 간판에.. 2023.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