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1360

소설 『그리고 봄』 조선희의『그리고 봄』은 2022년 대통령 선거 이후 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에 관한 이야기다. 60대의 엄마와 아빠는 퇴직을 하였고, 맏딸은 직장에 다니고 아들은 취준생이다. 부모는 대선에서 민주당을 찍었고 딸은 3번을 아들은 이른바 '2찍남'이다. 아들을 제외한 가족은 한 때 심상정에게 후원금을 낼 만큼 팬이었으나 '지난 총선 이후 엄마 아빠는 정의당이 길을 잃었다고 팬심을 거뒀다.' 소설은 그런 시간적·정치적 배경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가족 간 정치적 의견 차이가 소설의 첫머리에 나온다고 해서 정치 문제나 그로 갈등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전부가 아니다. 소설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차, 퇴직, 취업, 연애, 동성애까지 다양하고 보편적인 우리 시대의 갈등이 축약하여 담겨 있다. 소설 속 부부는 나와 .. 2024. 4. 3.
소설 『두 도시 이야기』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클의 한 선배가 두 권의 소설을 추천해 주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였다. 경제공황기에 집과 땅을 잃고 떠도는 가족을 그린 존 스타인벡의『분노의 포도』는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풍요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미국의 잔혹사가 충격이었고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감동이었다. 꼼꼼히 읽는데도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문장이 건조했어도 공감은 깊었다. 이와 반대로 『두 도시 이야기』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선배의 권유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영상 독서 모임인 에서 3월 도서로 선정되어 근 50년 만에 다시 읽어도 느낌은 비슷했다. 스토리와 구성은 복잡하.. 2024. 4. 2.
엠마오에서 돌아오는 두 사람 부활절 무렵이면 '엠마오로 가는 두 사람'이 자주 이야기 된다. 예수가 죽고 난 후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하고 있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1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그때 한 사내가 두 사람과 나란히 걸어가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소식이 깜깜인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투로 사내를 타박하며 사흘 전에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라고 믿었던 예수가 허망하게 죽었고 이제는 예수의 시체마저 없어졌다고 침통해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슬픔과 비탄으로 가득차 다시 곁에 와 있는 부활한 예수를 알아볼 틈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는 성경 속에 숱하게 언급된, '고난 후 부활'의 예언을 믿지 못하는 두 사람의 어리석음을 아쉬워했다. 저녁 식.. 2024. 4. 1.
이 봄을 노래 부르세 3 촛불집회에 '대파부대'가 등장했다. 대파를 가지고 집회에 오자는 사전 공지에 더하여 김포엔가 사시는 분이 대파를 기부했다고 한다. 평상시도 그렇지만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 풍자와 해학, 그리고 골계(滑稽)는 시민들의 권한이다 . 그것은 선거를 단순한 '바보제' 이상의 축제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의 대파 875원 발언 이후 SNS에는 다양한 '대파 놀이'가 올라왔다. 누구나 물가폭탄의 생활 속에서 그것이 '파쇼(?)'임을 자연스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레기 언론들이 이 '대파 875원'을 저성장·고물가라는 민생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고 정쟁의 문제로 격하시키려는 의도도 사람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일파만파'는 "파 한 단이 만개의 파장을 일으킨다"로, '파죽지세'.. 2024. 3. 31.
이 봄을 노래 부르세 2 고등학교 시절 나이가 지긋한 한 선생님이 말했다. "요즘 노래는 낭만이 없어. '그건 너 그건 너' 삿대질할 것 같지 않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하면서 악을 쓰질 않나?"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우리 중 하나가 물었다. "그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낭만이 들어간 노래는 어떤 겁니까?" 선생님은 대답을 노래 한 소절로 대신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대중가요래도 뭐 최소 이 정도는 되야지!" 남으로 오는지, 남에서 오는지 지금 봄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봄꽃의 등을 떠밀고 있는 것 같다. 산책길에 만난 개나리는 하루 전 강변에서보다 더 노랗게 호숫가를 물들이고 .. 2024. 3. 29.
이 봄을 노래 부르세 아파트 화단에 동백이 빨갛게 비치는가 싶더니 노란 산수유가 아스라이 번지고, 그 뒤를 따라 이번엔 목련꽃이 하얗다. 2월 입춘에 들어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도 다 지나 4월이 낼모레다. 불과 며칠 전 강변을 걸을 때 개나리 꽃몽오리가 맺혀 있을 뿐 벚꽃은 아직이었다. 그런데 오늘 개나리는 물론 벚꽃까지 활짝 피어 있다.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메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정현종,「벌써 삼월이고」- 꽃이 쏟아져나오 듯 숨 가쁘게 핀다. 겨우내 조용했던 강변엔 봄이 불러낸 '사람꽃'들도 가득하다. 봄이 다하면 바투 여름이 뒤이어 오고 어느새 구월이 또 넘어갈 것이다. 즐거이 노래 부르지 않으면 꽃은 그냥 피었다 지고 세.. 2024. 3. 28.
짜장면은 언제나 옳다 내가 짜장면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친척 형과 함께 서커스 구경을 한 날이었다. 내가 살던 마을은 행정구역으로는 서울이었지만 변두리 촌이어서 짜장면은 청량리쯤의 시내나 나가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처음 맛본 짜장면은 가히 천상의 맛이었다. "그 충격적인 첫맛의 기억은 성인이 되면서 점차 희미해지고 소멸되어 차차 여느 보통의 음식과 같이 되었다. 그런데 그 짜장면의 맛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짜장면의 냄새가 성인이 된 내게 강렬하게 부활한 적이 있다. 군에 입대해서 논산훈련소에서 박박 기며 신병 훈련을 받을 때였다. 각개전투 교장에서 돌아오던 저녁 무렵 훈련소 주변에는 늘 짜장 볶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악을 쓰듯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우리들의 눈에.. 2024. 3. 25.
태국음식 태국여행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비대면 영상 강의로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그 레시피를 꺼내 만든 덮밥을 아내와 함께 먹으며 코앞에 다가온 태국 여행의 예열을 시작했다.생선액젓 "남쁠라"는 멸치액젓으로 대신하고 향을 내는 바질(Basil)은 깻잎으로 대신했다.재료가 다르면 맛도 달라지겠지만 원조는 원조대로 다른 건 다른대로 매력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이전 글; "태국식 매콤 돼지고기 덮밥"을 먹으며태국은 우리 가족이 매우 좋아하는 여행지다. 딸아이가 어릴 적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세 식구가 함께 해마다 한 번 이상은 방문했던 것 같다. 설탕 같은 모래 해변과 에머럴드빛 투명한 바다, 깊jangdolbange.tistory.com예전에 태국 출장을 다닐 때 모든 공식.. 2024. 3. 24.
우리가 홍범도다! 천도( 天道)가 순환하고 민심이 응합하야, 아(我) 대한독립을 세계에 선포한 후 상(上)으로 임시정부가 유하야 군국대사를 주하며, 하(下)로 민중이 단결하야 만세를 제창할 새 어시호(於是乎) 아(我)의 공전절후(空前絶後)한 독립군이 출동되었도다(…)당당한 독립군으로 신(身)을 탄연포우(彈煙砲雨) 중에 투하야 반만년 역사를 광영케 하며, 국토를 회복하야 자손만대에 행복을 여(與)함이 아(我) 독립군의 목적이오 또한 민족을 위하는 본의라. - 대한독립군 대장으로서 선생이 공포한 유고문(諭告文) 중에서 (1919. 12) - (출처 : 공훈전자사료관, https://e-gonghun.mpva.go.kr/user/IndepCrusaderDetail.do?goTocode=20003&mngNo=10984) 홍범도 .. 2024.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