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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1363

축구선수반 손자저하 원래 손자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요즈음 올리는 글에는 특히 저하들 관련 내용이 많다. 돈 주고도 한다는 게 손자 자랑인데다 요즈음은 매일 함께 생활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저녁에 1호저하를 따라 선수반 축구 연습장에 갔다. 선수반을 강조한 것은 작년 후반기 이후 축구저하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자부심의 근거는 테스트라는 공정 경쟁을 통해 선발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딸아이가 전해주는 말에 따르면 같은 선수반의 어떤 아이는 매일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등교하겠다고 떼를 써서 아침마다 부모와 실랑이를 벌인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에게 선수반이라는 차별된 신분(?)을 뽐내고 싶은 어린 욕망이 빚어낸 해프닝이겠다. 조명을 밝힌 넓은 인조잔디 구장에는 100여 명쯤이 아이들이 팀 별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코치의.. 2024. 3. 14.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 건너기 우리나라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0.65명대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연간 출산율은 0.72명이라고 하지만 올해 전체 평균은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라고 한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수준', '국가 소멸'이라는 외국 언론의 평가가 과장돤 수사가 아니라 객관적 평가로 보인다. 지난 모든 정권과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골몰하였지만 백약이 무효였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메데이아는 "아이를 한번 낳느니 방패를 손에 들고 세번이라도 전쟁터에 나가겠노라"고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개명된 세상이고 육아에 필요한 온갖 편의 기구와 시설이 발달된 세상 아닌가. 그런데 왜 아이를 안 낳으려는 것일까?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일 .. 2024. 3. 13.
후회는 반성이 아니다 고흐가 죽기 얼마 전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림 속 고통으로 흐느끼는 남루한 차림의 노인은 아마 고흐 자신이리라. 그 무렵 그는 평생 동안 유일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일이 전혀 풀리질 않는구나. 내가 얼마나 많은 슬픔과 불행을 더 겪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아픈 동안에도 기억을 더듬어 작은 그림을 몇 점 그렸다.” 고흐의 글과 그림은 지금의 무능·무도한 정권이 들어선 이래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겪은 하루하루와 닮아 있다. 배터리는 나가고 갈아 끼울 기력도 없어진 시간 아닌가. 가지 말라는 길을 갔다 만나지 않으면 좋았을 사람들을 만나고 해선 안 될 일들만 했다 그리고 기계가 멈추었다 .. 2024. 3. 12.
우리는 닮았다 손자저하 1호와 2호는 서로 닮았다.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인상과 눈매가 닮았다. 또 둘 다 제 엄마(딸아이)를 닮았다. 특히 2호를 목욕시키다 보면 삼십여 년 전 딸아이를 목욕시킬 때의 모습과 판박이다. 아내는 그럴 때 저하의 이름 대신 딸아이의 이름을 불러준다. 카톡 프로필이나 이곳 블로그에서 사진을 본 사람 중에는 저하들이 나나 아내를 닮았다고들 말한다. (나와 아내도 닮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친가에 가면 그곳 분들도 저하들의 얼굴에서 역시 친탁의 부분을 찾아낸다고 한다. 얼굴뿐만 아니라 습성이 닮은 부분이 있다. 사위는 떡을 좋아하는데 저하들은 떡을 좋아한다. 나는 별로여서 이 부분은 확실히 나를 닮지 않았다. 아내와 딸은 좋아한다. 2호저하의 마술 1호저하가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 2024. 3. 11.
봄? 봄! 주말 꽃샘추위가 만만찮다. 바람도 바늘 끝으로 찌르며 달려든다. 그래도 봄은 이미 왔거나 올 것은 분명하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건 지구가 생긴 이래 그냥 반복되는 자연의 순리인데 우리는 거기에 어떤 의미, 상징, 소망 같은 걸 담곤 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춘래불사춘'이나 어둠, 새벽, 신새벽, 첫새벽, 동트는 새벽, 여명, 아침, 새날 따위도 마찬가지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비유는 더 심해지고 자주 반복된다. 유신 독재 시대가 그랬고 '땡전뉴스 시절'이 그랬다. 고색창연하게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다시 외쳐야 하는 지금의 세상이 그렇다. 아무래도 4월 총선으로 '메말라 목마르고 속절없이 아픈' 세상이 바뀌어야 봄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불지옥의 여.. 2024. 3. 9.
경칩 어제가 경칩. 대동강 물이 풀리고 개구리도 눈을 뜬다는······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어서 산책길 호수에 얼음은 이미 흔적도 없다.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려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구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잿내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즉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간다. 예 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듸듸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오장환, 「고향 앞에서」- 녹지 않은 얼음장이 .. 2024. 3. 6.
힘들어 좋은, 좋아서 힘든 날들 저하들은 어떤 환경, 순간, 물건도 장난(감)이나 이야기로 만든다. 모든 어린이가 지닌 재능일 것이다. 바람 불고 비 오는 하굣길에서 우연히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졌다. 저하는 놀람과 동시에 깔깔거리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산을 바람에 맞서 쳐들어 뒤집어지는 것을 즐기다가 결국 우산이 망가지고 말았다. 비에 젖은 옷은 덤이었다. 검은 말을 쥔 저하, 흰 말은 나. 흰색의 킹 하나만 남아 더 이상 게임 진행이 무의미한데도 옴짝달싹 못하는 체크메이트까지 계속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젠가부터 저하는 사진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얼마전 국기원에서 딴 품띠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장소에 상관없이 과감한 포즈를 취해준다. 이소룡을 능가하는 얼굴 표정도 인상적이다. 미국으로 출장간 아빠가 돌아오면 들려.. 2024. 3. 5.
더 깊고, 선명하고, 진한 파란 조국혁신당이 출범했다. 이로서 나의 이번 총선 투표의 방향은 정리 되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민주당은 믿음직하다기 보다는 늘 '차선 아니면 차악'이어서 '비판적 지지'다. 하긴 어떤 정치 세력이라도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비판적 지지'의 대상이긴 하지만.) 1987년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로 6월항쟁이 완벽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이후 나는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오랫동안 이른바 진보당(민주노동당에서 정의당에 이르는)을 지지해 왔다.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낡은 양당체제의 '불판'을 갈아치우는 새로운 불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는 미약하더라도 결코 그것이 사표(死票)가 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과 결정적으로는 2년 전.. 2024. 3. 4.
생일 저하 집에 오면 나는 1호 방에서 잔다. 저하의 침대 옆 매트리스가 나의 잠자리다. 가끔씩은 저하 침대에서 자기도 한다. 1인용이라 비좁지만 저하는 한 번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다. 가만히 누워 함께 BTS나 뉴진스의 노래를 듣다가 보면 저하의 숨소리가 차츰 고르게 잦아든다. 거기에 전해지는 달달한 체취, 뒤척임, 잠꼬대까지 전해지면 나는 아늑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손자'저하'1호의 생일. 해마다 쌓이는 한 살 한 살이 대견스럽고 신기하다. 경외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부디 이 대견과 신기와 경외와 감사의 즐거움을 오래 지켜볼 수 있기를! *이전글 : 2024.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