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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96

산과 바다와 호수가 있는 길(샌디에고 주변) 우리는 걷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중의 하나가 여행이라는 말에 반감을 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아내와 나 역시 여행만큼 꿈과 현실이 감미롭게 만나는 시간을 달리 알지 못한다. 그것은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편안한 휴식일 수도 있으며, 삶을 건 도전과 긴장일 수도 있다. 어떤 유무형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사라져 버린 것을 찾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다짐을 하거나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새로운 의미가 내다보이는 창문이기도 하고 익숙한 가치를 씻어내는 맑은 물줄기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로 말하건, 아내와 내게 여행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꿈같은 약속이 가득한 마법의 상자”가 된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나는 여행만큼이나 걷는 일.. 2012. 5. 3.
PCH를 따라 9(끝).- 호사스러움의 극치, 허스트캐슬 보통은 아침에 아내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는데 전 날 강행군의 운전 때문인지 이 날은 아내와 같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깊은 잠을 잔 덕분에 몸은 개운했다. 휴일이 좋은 것은 잠에서 깨고 나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게으름을 피우는 아침의 잠자리는 여행만큼 감미롭다.. *위 사진 : 숙소의 주인장과 같은 날 묵은 투숙객들과 함께 한 아침식사 투숙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OLALLIEBERRY의 아침은 훈훈했다. 가깝게는 엘에이에서 온 젊은 부부가 있었고 멀리서는 프랑스에서 온 부부도 있었다. 주인인 미세스 MARJORIE의 싹싹한 음성이 밝고 기운찬 분위기를 북돋우었다. 여행이라는 행위 안에서 만난 인연으로 이곳 숙소의 아침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2012. 4. 27.
PCH를 따라 8. - CAMBRIA 로 GENERAL GRANTE TREE를 마지막으로 킹즈캐년의 일정을 접었다. 그러나 킹즈캐년을 빠져 나오는 길은 멀었다. 2시간을 달려서야 작은 도시 프레스노 FRSNO 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위 사진 : 프레스노 FRESNO에서의 늦은 점심식사 오늘의 숙박지인 캠브리아 CAMBRIA 까지는 아직 서너 시간을 가야했다. 41번 도로를 타고 남쪽을 향하는 길은 길 좌우로 낮은 구릉의 초원을 끼고 가는 도로였다. 7월인데도 일년생 풀들은 벌서 노랗게 퇴색하여 있었다. 외부온도계는 차창 밖의 온도가 화씨 100도를 넘어섰음을 알려주었다. 이 사막의 불볕에 일찍 시들지 않고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위 사진 : 41번 도로에서 곳곳에 목장들이 보였다. 한가로이.. 2012. 4. 27.
PCH를 따라 7. - 시쿼이아 & 킹즈캐년 국립공원2 길은 완만한 경사를 유지한 채로 산허리를 돌고 또 돌며 고도를 높여갔다. 한 산모퉁이 전망 포인트에 서자 우리가 올라온 꼬부랑길이 저 아래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 내려다 보였다. 해는 이제 제법 하늘로 솟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은 산속으로 파고들었고 숲은 조밀해져 갔다. 운전하는 도중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생곰을 만나기도 했다. 안내서에서 보았던 흑곰이었는데 카메라를 꺼내기도 전에 숲속으로 사라져버려 아쉬웠다. 그 이후로 혹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항상 아내의 손에 ‘장전’ 상태로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사슴처럼 생긴 동물 이외에는 만날 수 없었다. 공원의 곳곳에는 곰에 대한 주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주로 음식물 보관에 관한 사항이었다. 예민한 후각의 흑곰은 차 안에 놓아둔 음식물을 자주 노리.. 2012. 4. 26.
PCH를 따라 6. - 시쿼이아 & 킹즈캐년 국립공원1 샌디에고는 공기가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살기에 좋은 곳이지만 미국 여행을 하는 베이스캠프로서는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다. 미국 땅을 직사각형으로 생각할 때 좌측 하단 코너에 위치하여 있어 어디를 가건 먼 거리의 이동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쿼이아 & 킹즈캐년 국립공원 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 (이하 S&K NP.) 을 가기 위해 출발시간을 한 밤 중으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아침에 출발해서는 S&K NP.에 저녁 무렵에나 도착하게 되어 하루를 그냥 이동과 잠을 자는 데만 쓰게 된다. 물론 그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언제나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주말 이틀뿐이라는데 있다. 국내의 어지간한 곳이라면 그렇게 한다고 해도 1박2일 동안 충분히 돌아볼 수 .. 2012. 4. 26.
PCH를 따라 4. - 산타바바라 SANTA BABARA 늦은 출발과 솔뱅에서의 지체로 계획했던 솔뱅 주변의 와이너리WINERY 방문은 생략을 해야 했다. 원래는 적당한 와인을 한 병 사서 저녁에 아내와 나눌 생각이었는데. 그렇 듯 준비와 실행에서 여행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은 늘 욕심과 갈등을 빚는다. 사는 일과 비슷하다. 솔뱅에서 산타바바라의 숙소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올 때와 같은 101번 도로를 타고 돌아가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산을 타고 넘는 154번 도로로 방향을 잡았는데 내리막길에 경찰차들이 요소요소마다 포진을 하고 감시를 하는 탓에 도통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위 사진 : 154번 도로변에 있는 호수 미국의(캘리포니아의?) 교통 범칙금은 굉장히 강력하다. 어떤 사람은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를 ‘FINE’ STATE.. 2012. 4. 26.
PCH를 따라 2. - 꽃의 도시, 롬폭 길 위에서 “으악! 벌써 5시야! 빨리 일어나!” 아내의 놀란 외침이 조용하던 새벽 집안을 흔들었다. 나도 덩달아 놀라 몸을 일으키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왜 알람이 안울렸지?” 나는 새벽 3시 반에 울리도록 맞추어 놓은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이런! 쯧쯧쯧...” 시간은 제대로 맞추어져 있었으나 일자가 주말이 아닌 주중으로 되어있었다. 사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한 탓인지 진즉부터 잠이 깨어 있었다. 단지 눈을 감고 자리에 누워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데 어쩐지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더라니... 우리는 이른 새벽에 느닷없는 비상이 걸린 군대 내무반처럼 부산을 피운 끝에 5시 20분에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간밤에 모든 짐을 싸둔 터라 간단한 세면만으로 출발이 가능했다.. 2012. 4. 26.
PACIFIC COAST HIGHWAY(PCH)를 따라 1. PACIFIC COAST HIGHWAY 태평양연안 1번국도 PACIFIC COAST HIGHWAY(이하 PCH)는 샌디에고 인근의 대나포인트 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며 산타모니카- 산타바바라 -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시애틀까지 이어지는 장장 700 마일 (1200KM 정도)의 해안 도로이다. 미국에 이름난 관광명소가 한두 곳이 아니지만,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시간이 한정 되어 있는 터라 마음처럼 그런 모든 곳을 가볼 수는 없게 된다. 더군다나 ‘겨우' 삼천리 강산에서 온 아내와 내게 미국은 그저 한 국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대륙 아닌가. 웬만한 곳이면 하루면 다녀올 수 있는 내 나라에 비해 이놈의 땅덩어리란 게 정말이지 징글징글하게도 크고 넓다. PCH의 경우도 그렇다. 한.. 2012. 4. 26.
팜스프링스에서 보낸 2박3일(하) 골프와 온천의 도시 팜스프링스를 간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로 골프와 온천욕을 추천을 해주었다. 팜스프링스 시내에만 골프장이 70여개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골프라는 게 겨우 100타를, 그것도 가끔씩 넘어보는 허접한 실력인지라 여행길에 골프채까지 싣고 갈만큼의 열정이 생겨나지 않았고, 온천은 느긋하지 못한 성격 탓에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앉으면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나는 터라 나로서는 어디서건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였다. 한국에서 가끔씩 찜질방을 가는 아내는 “온천은 무슨...” 이라며 “다음에 다시 갈 때 생각보자” 라는 말로 그런 나에 대한 배려를 해주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볼거리를 따라가는 여행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빈약해서 그렇지 자연적인 볼거.. 201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