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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96

CHANNEL ISLAND NATIONAL PARK1- ANACAPA섬 *위 사진 : 출발항인 OXNARD 배가 OXNARD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배시간에 대기 위해 샌디에고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세 시간 가량을 달려야했던 작은 긴장감과 피로가 더불어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모든 여행의 시작이 그렇듯 어떤 기대감으로 충만한 감정이 되어 흰색 요트들의 깃대들이 숲처럼 빽빽한 항구를 바라보았다. 안개는 짙었다. 쉬이 물러갈 기세가 아니었다. 축축한 물방울들이 배의 이동과 함께 몸과 얼굴에 부딪혀오며 제법 싸늘함을 느끼게 했다. 6월인데 아직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다는 증거다. 오늘의 목적지는 EAST 아나카파섬. 배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로스엔젤레스 북서쪽 바다에 있는 채널아일랜즈 국립공원의 섬 중에서 육지에서 제일 가까운 섬이기도.. 2012. 5. 23.
샌디에고 걷기6 - LOS PENASQUITOS CANYON 아내가 미국으로 온 후 한달 동안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트레일을 여러 번 걸었다. 그를 통해 수술 후 자신의 체력 저하를 염려하였던 아내는 얼마간 자신을 회복한 듯 했다. 이번엔 그간의 체력 강화를 바탕 삼아 좀 더 긴 거리를 걷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있는 LOS PENASQUITOS CANYON PRESERVE 에는 왕복 8마일(13키로미터) 정도로 두시간 반정도 걸리는 길이 있다. 캐년이니 보존지역이니 하니까 굉장한 어떤 것이 있는 곳인 것 같지만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있는 평범함 숲일 뿐이었다. 참나무의 군락과 야생화가 공존하는... 그러나 마을 사이에 있는 숲이면서도 야생노루도(사슴?) 살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야성을 가진 숲이었다. 다른 트레일과.. 2012. 5. 21.
샌디에고 걷기5 - CANYON CREST TRAIL 라호야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트레일. CANYON 이라 하지만 계곡의 윗쪽으로는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한국처럼 고층빌딩이 아니라 모두 단층의 주택들이라 숲속에 묻힌 것처럼 보인다. 그 가운데 골짜기는 원래 있던 그대로의 숲이다. 새들과 뱀과 토끼와 꽃과 나무들이 그곳에서 산다. 인간만이 이 땅위에 주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흔하고 작은 존재들에게 좀더 겸손해야 한다. 숲 사이로 길이 나있다. 사람이 지나갈만한 폭에 흙길이라 정감이 간다. 아내를 앞세우고 걷는 길이 흡족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이름난 곳이야 당연히 가볼 가치가 있겠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도 그에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에는 가치가 없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법.. 2012. 5. 21.
샌디에고 걷기4 - 라호야 LA JOLLA 해변 샌디에고 북쪽에 있는 라호야 LA JOLLA 해변. 자동차로 해안을 달리다보면 예사롭지 않은 집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사는 국경 부근 동네의 규격화된, 그래서 그 모양이 그 모양인 집들과 달리 이곳의 집들은 저마다 호사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외양을 지녔다. 커다란 통유리의 거실과 넓은 테라스가 태평양을 향해 있다는 점만이 같을 뿐이다. 부러워했던가. 솔직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별의미 없는 상상조차 가난한 나라의 성냥곽만한 아파트에 살다온 아내와 내게는 어차피 너무 비현실적일 뿐이어서 오래 남겨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실감나게 부러웠던 것은 길거리 카페의 탁자에서 털북숭이 애견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한 사내의 다감한 눈빛이었고 팔걸이 의자에.. 2012. 5. 21.
샌디에고 걷기3 - 썬셋클리프 트레일 이 TRAIL을 소개하는 책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처음에 나왔다. "SOME PEOPLE LIVE IN THE SAN DIEGO AREA, THEIR ENTIRE LIFE WITHOUT KNOWING ABOUT SUNSET CLIFFS PARK." 그렇 듯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샌디에고에서도 그럴진대, 다른 도시에서 이곳을 보기위해 올 사람이나 필요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곳보다 '로컬'들이 가는 숨겨진 곳에 주목하는 여행자들을 종종 보지만 나는 '로컬'들만 가는 곳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곳에 비해 어떤 의미에서건 상대적인 우위나 열등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SUNSET CLIFFS TRAIL은 샌디에고에 살므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 .. 2012. 5. 21.
샌디에고 걷기2 - 티후아나 강변 지난 봄 한국 방문 기간동안 아내는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되었다. 건강검진의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수술 직후 의사는 아내에게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의 걷기를 지시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아내는 이런저런 주사병과 줄을 매단 채로 매일 병원 복도를 걸었고 퇴원을 하여 집에서 몸조리를 하면서도 방과 거실 왕복하며 걷기를 계속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오는 아내에게 주어진 숙제도 골프와 수영 대신에 걷기였다. 걷는다는 일은 생활을 유지하는 기본일 뿐만이 아니라 재활 치료에 있어서도 가장 기본인 것 같았다. *위 사진 : 샌디에고 티후아나 강 어귀의 광활한 초원지대 아내가 오기 전 나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 시간 이내의 짧은 트레킹 코스를 조사해 두었다. 조사를 하면서 샌디에고에는 콘크리트 일색인 우리의.. 2012. 5. 21.
샌디에고 주변 작은 마을 줄리안 JULIAN '와일드와일드웨스트' 시절의 이야기일까? 샌디에고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가량가면 줄리안이란, 예전에 금광때문에 개발되었다는, 작은 마을이 있다. 지금은 폐광이 되어버린 광산과 사과 파이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 붉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가을철이면 작은 축제도 열린다. 굉장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오고 가는 길의 풍광과 함께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이 아내와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위 사진 : 줄리안 가는 길에 있는 CUYAMACA 호수 *위 사진 : 사과파이로 유명하다는 식당. 이곳 이외에도 줄리안에는 사과파이를 만드는 식당이 여럿 있다. 2012. 5. 21.
미국 서남부 지역4 - CARLSBAD 동굴 국립공원(끝) *위 사진 : BEST WESTERN STEVENS INN 간밤엔 CARLSBAD의 BEST WESTERN STEVENS INN에 숙소를 정했다. CLOUDCROFT를 지나 100마일쯤 동진을 하다가 ARTESIA라는 곳에서 길을 바꿔 285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다 만난 곳이었다. 하루 동안 500마일(800KM)을 달려왔더니 운전이 지루해지며 몸이 꼬이는데다가 허기까지 밀려올 무렵이었다. 날이 저문 지도 꽤 오래었고 다음 일정으로 잡은 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 (이하 CAVERNS)가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더 이상 갈 필요도 없었다. 중저가의 체인점인 BEST WESTERN은 잠만 자고 떠나기에 불만이 없을 숙소였다. 샤워를 하고 저녁밥을 해먹자 노곤함이 밀.. 2012. 5. 21.
미국 서남부 지역3 - 화이트샌드 숙소로 돌아와 내일 아침에는 일찍 떠날 예정이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고 미리 작별 인사를 했더니 패티 할머니는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가다가 먹으라며 기어코 빵과 과일을 싼 도시락을 건네준다. 우리가 준비해 온 것도 많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패티할머니의 표정과 태도에서 시골집 외할머니 같은 정감이 묻어났다. 가능하면 다시 샌디에고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리리라 아내와 다짐해 보았다. 다음날 아침 예정대로 일찍 투싼을 출발하여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오늘의 주요 일정은 화이트샌드 국립기념물 WHITE SAND NATIONAL MONUMENT (이하 화이트샌드)를 돌아보는 다 한 가지였다. 그 외에는 숙소조차 예약을 해놓지 않아 가는 데까지 가보리라는 생각이었다. 시간 제약이 없는.. 201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