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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96

샌디에고 걷기 14 - LAKE POWAY 앞마당에 오래 된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아내와 말했던 적이 있다. 노란 감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에 감꽃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감들이 샛노랗게 익어가는 가을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POWAY 호수로 가는 길 감나무농장이 있었다. 아니 일부러 감나무 농장을 돌아 POWAY 호수로 갔다. 눈에 보이는 계절의 변화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샌디에고에서 감은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주 듯 가지마다 휘어지게 달려 있었다. 계절은 계절 아닌 것이 없게 한다는 말. 요즈음 와서 더욱 실감나는 말이다. 감나무 앞에 아내를 세우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푸른 하늘과 노란 감들의 선명한 색감이 뷰파인더를 통해 진하게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LAKE POWAY는 푸른 하늘을 하나 가득 담은 채로 잔잔했다... 2012. 5. 30.
샌디에고 걷기 13 - DALEY RANCH 샌디에고집에서 북동쪽으로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에스콘디도 ESCONDIDO 시 근처의 옛(?) 목장터, DALEY RANCH. 이곳의 하늘이야 늘 푸르지만 낮아진 대기의 온도와 숲의 모습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한국의 가을처럼 확연한 것은 아니라 해도. 길가에 작은 꽃들이 피어나거나 벌써 시들어 있다. 자연은 늘 거대하고 섬세하다.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고 격렬하면서도 차분하다. 하늘과 땅의 모습을 바꾸는 웅장한 계절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작은 풀잎 하나, 꽃 한 송이 제 때에 피고 지게 보살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있어야 할 것을 반드시 그 자리에 있게 한다. 해서 자연 속엔 우연도 없고 불필요한 것도 없으며 미물 또한 없다. 산허리를 따라 또아리를 틀며 길을 내려오자 평지가 나타나고 길 한쪽에 .. 2012. 5. 30.
샌프란시스코(끝) - 나파밸리의 식당 2곳 1. 이태리 식당 TRA VIIGNE ST. HELENA의 CHARTER OAK AVE.에 있는 식당 TRA VIGNE의 벽에 써 있던 말. 직원의 추천까지 있어 PIADINE를 시도했다. 흔히 피자를 '이태리파전'이라고 부르듯이 PIADINE은 이태리식 버거라고 부르면 될 것 같았다. 피자에 사용되는 얇은 도우로 야채와 고기 등을 둘러싼 개운한 맛의 '버거', 식당을 나서면 아내와 나도 동의를 했다. "SAVE A BURGER, EAT A PIADINE!" 2. 아름다운 채식, UBUNTU RESTAURANT 나는 이른 바 '건강식'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치료의 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 입맛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음식을 억지로 삼켜야 하는 행위를 좀 미련스럽게 생각하거나 .. 2012. 5. 30.
샌프란시스코4 - 식당 3곳 1. SEARS FINE FOOD 한 스웨덴인이 1938년에 시작한 식당이라고 한다. 아침 나절, 식당 앞에 늘어선 긴 줄의 사람들이 식당의 명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무어냐고 물으니 직원은 접시에 여러 장 담겨 나오는 자그마한 팬케익(스웨덴식이라고 하던가?)을 추천하여 주었다. 우리는 에그베네딕트를 추가했다. 둘 다 괜찮은 맛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정도의 맛으로 아침부터 사람들을 이렇게 불러모은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나의 입맛이 '한국적'이기 때문이리라. 유니온 스퀘어부근 POWEL STREET에 있다. 2. SWAN OYSTER DEPOT 싱싱한 굴과 크랩 샐러드의 맛이 좋았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던 곳이다. 다소 우락부락해 보이는 남성들이 주.. 2012. 5. 30.
샌프란시스코3 - 나파밸리 NAPA VALLEY *위 사진 : 트윈픽스에서의 조망 나파로 가는 날.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경유지인 트윈픽스 TWIN PEAKS 로 향했다. 트윈픽스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있는 2개의 언덕을 말한다. 높이는 해발 270여 미터라고 하지만 주변이 탁 트여 시내를 조망하기에 적절한 장소라는 말 그대로 언덕에 오르자 고층빌딩이 밀집한 다운타운과 멀리 샌프란시스코만과 금문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낸 이틀의 시간도 한곳에 모여 있는 듯 했다. 시간이 있어 저녁 무렵에 올라 저녁빛에 물든 황금색 도심과 어둠이 깔리면서 서서히 불빛 들이 살아나는 풍경을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여행이 있겠는가.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손을 흔들고 가볍게 일어섰다. 그리고.. 2012. 5. 30.
샌프란시스코2 - 여기저기 이곳저곳 어떤 대상이던지 사람들의 긍정과 부정, 좋고 나쁨의 평가가 있다. 앞선 여행기에 나온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를 두고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크게 볼 것 없던데요. 사진이 멋있지 실물은 뭐 그냥저냥......" 아내와 내게는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사실 아내와 내가 어떤 여행지에 실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행 중에 아내와 나는 주어진 환경과 쉽게 타협하고 어떤 대상에대한 평가에 너그럽고 후해지고자 한다.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여행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다. 날카로운 각을 세운 눈초리로 사물을 훓거나 무료하기 그지없는 발걸음으로 대상에 다가서고 싶지 않고 특별한 것을 찾아내기위해 기를 쓰고 싶지도 않다. 그냥 널리 알려지고 쉽게 만날 수 있는 통속적인 것들과의 만남을 아내와 나의 기억 속에 소중하게.. 2012. 5. 30.
샌프란시스코1 - 금문교 GOLDEN GATE BRIDGE 해방 이후 모든 분야에 걸쳐 미국의 영향이 지대한 우리나라에서 금문교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거나 금문교의 사진을 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주제로 한 달력이나 이발소 벽에 걸린 낡은 액자틀 속에서, 혹은 잡지 속에서 금문교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의 척박했던 시절에도 대중가요는 '꿈의 나라', 미국을 노래했고 그속에 금문교는 마치 미국의 상징처럼 나온다. 비너스 동상을 얼싸안고 소근대는 별그림자 금문교 푸른 물에 찰랑대며 춤춘다 불러라 쌘프란시스코야 태평양 로맨스야 나는야 꿈을 꾸는 나는야 꿈을 꾸는 아메리칸 아가씨 -백설희의 노래, "샌프란시스코"- 아마 노래를 만든 사람도, 부른 사람도 노래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도, 그때까지 미국이란 나라.. 2012. 5. 30.
태평양 연안 국도의 아름다운 해안길 작년 여름, 샌디에고 인근의 DANA POINT에서 시작되는 태평양연안1번 국도 PACIFIC COAST HIGHWAY (PCH)를 따라 북으로 올라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한정된 시간 관계상 CAMBRIA 인근의 SAN SIMEON 까지만 가보고 차를 돌려야 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PCH의 해안 절경은 사실 거기부터 시작되는데......" "THE DRIVE FROM CAMBRIA TO CAMEL IS ONE OF THE MOST SPECTACULAR EXPERIENCE ONE EVER CAN HAVE.." 그곳까지 여행한 것만으로도 흡족 이상의 경험이었지만 사람들의 이구동성은 아내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꿈을 꾸게 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결국 아내와 함께 그.. 2012. 5. 30.
샌디에고 걷기 12 - BALBOA PARK TRAIL 걷기는 아내와 내가 만드는 가장 작고(?) 간단한 여행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의 걷기는 더욱 그렇다. 차나 비행기의 안전벨트 속에서 보내야하는 군더더기 시간이 없어 주어진 시간의 효용성이 높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 공원은 많을수록 좋다. 근본적으로 인간 이외의 생명이 깃들기가 힘든 시멘트 구조가 대세인 서울에서 살다온 아내와 내게 샌디에고는 도시 자체가 공원으로 보이지만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은 부러움 섞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중에서도 BALBOA PARK는 샌디에고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초록의 잔디, 크고 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정겨운 숲. 부드러운 흙길. 걸음걸음이 가볍고 산뜻하다. 발보아공원엔 곳곳에 여러 박물관이 도열하 듯 서 있지만 그곳을 들어가지 않고 그냥 공원을 서성이 듯 걷.. 2012.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