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저하32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 2 요즘 손자 저하 1호는 리프팅(축구공을 발등으로 제기 차듯 차는 것)을 10개 해야 하는 숙제로 고민 중이다. 일주일 후에 10개를 하지 못하면 고강도의 체력 훈련을 하겠다고 코치선생님이 엄포를 놨단다.나는 유튜브의 리프팅 초급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주었다.저하는 그런 내용쯤은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이론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문제라며 그래도 지치지 않고 땀을 흘린다.방에 걸린 축구 스타 선수들의 사진이 저하의 마음속에 가득 들어있는 듯했다. 2호는 여전히 모든 종류의 탈 것에 진심이다.요즈음은 자가용(킥보드, 자전거)를 타고 먼 곳까지 다니며 원하는 차를 함께 찾아다니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배달 오토바이, 택배트럭과 공사트럭가 있으면 반드시 타보아야 한다.공원관리자들의 전기카트도 지나칠 수 .. 2024. 7. 20.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 손자저하1호의 요즘 관심사는 단연 축구다. 꿈은 축구선수다.주중에는 거의 매일 밤 10시가 넘도록 연습을 하고 주말에는 먼 지방 원정까지 대회에 참석한다.지친 기색은 전혀 없다. 1호저하의 축구에 나는 공을 던져주거나 슈팅을 막아주는 연습 파트너를 하거나 땀 흘린 저하에게 딸기요거트나 콜팝을 사주는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손자저하2호의 관심사는 여러 가지 차(車)다.배달 오토바이와 택배 차량은 물론 소방차와 119구급차, 경찰차, 이삿짐 차 트럭, 레미콘 차 같은 것들이다. 장난감 차보다 실제 차들에 관심이 더 많다. 아파트에서 놀다가 만나는 모든 차에 직접 올라타보고 싶어 한다.저하를 모시는 나의 임무는 기사아저씨들에게 부탁을 해서 차의 짐칸이나 운전석에 오르는 허락을 받아내야 한다. 최근엔.. 2024. 7. 13. 찬밥이건 더운밥이건 손자저하 1호의 하굣길에 마중 나갔다.저하는 현관문을 걸어 나오면서 손 한 번 슬쩍 들어 올리는 것으로 나를 알아봤다는 표시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달려 나오며 반가움을 표시했는데 이제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더 열심이다.가까이 다가와서는 다분히 나도 들으라는 의도로 친구에게 말했다."야, 너두 뭐 먹으러 같이 가자. 우리 할아버지가 사줄 거야." 학교 앞 무인점포점에서 저하와 친구는 아이스크림과 축구 카드를 고르고 나는 뒤처리(계산)를 했다.간식을 먹은 저하 일행은 놀이터로 갔다. 그리고 금지된 곳과 위험한 곳만을 골라 오르내렸다. 며칠 전에 누군가가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고 한 어른이 주의를 주고 지나갔다. "다리 다치면 축구를 못할 수도 있어."나의 저하가 좋아하는 축구를 예로 들어 공포심을 조.. 2024. 5. 30. 저하들의 강철 체력 하룻 사이에 손자저하 2호가 열이 났다.어린이집을 갈 수 없어서 아내와 내가 출동을 했다.열은 39도에 육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하는 잘 놀고 잘 먹었다.감기약을 먹고 나면 잠을 잘 수 있다는 주의사항 속 약발은(?) 전혀 듣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몸에 배였을 점심 후 낮잠이라는 규칙도 별 소용없었다.잠을 자자는 다독임에 말똥말똥 5초쯤 누워있다가 "다 잤다!" 하고 일어났다.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으면 열내림에 좋을 것 같은데 단호히 거부했다.그리고 순간순간 놀이를 바꿔가며 구석구석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중간에 잠시 1호저하 하교 마중을 나갔다.저하는 같은 반 친구를 카페로 이끌어 서슴없이 딸기요거트 한 잔을 냈다.나는 저하 선심의 뒷정리를 하고 다른 테이블에 앉아 둘의 수다를 지켜보았다.사진 찍히는 .. 2024. 5. 22. 나의 영웅, 토요일 손자저하 1호는 축구를 좋아한다.테스트를 거쳐 선수반에 들었다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주중에는 밤늦게까지 훈련과 경기를 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대회에 나간다.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몸이 흠뻑 젖어도 상관하지 않는다.지치지 않고 달린다.공을 따라 송사리 떼처럼 몰려다니는 친구들의 모습도 귀엽고 싱싱하다.바라보는 나도 마음과 몸속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나의 영웅, 토요일 (글의 제목도 빌려왔다.)일요일 아침, 문자를 보냈다"어제 나도 할머니도 같이 엄청 즐거웠다.다치지 않고 열심히 뛰었으니 그것도 잘했다.근데 오늘은 푹 쉬어야지?"바로 답이 왔다."아니요. 또 축구요."나는 놀라는 척 한다."으~악! 또? 안 피곤하니?"눈이 부.. 2024. 4. 28. 저하야 Pattaya랑 놀자 1 딸아이네와 함께 태국 파타야를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과 일정은 단순했다.'손자저하들의, 저하들에 의한, 저하들을 위한'.대부분의 시간을 두 곳의 숙소 수영장에서 물놀이로 보냈다.2호저하는 이번 여행에서, 거창하게 말하자면, 물놀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마침내 처음으로 혼자서 수영(발버둥?)을시작한 것이다. 비록 뜰개를 착용한 상태지만그게 뭐 대단하냐고? 아내와 내겐 마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걷는 순간을 볼 때만큼이나 경이로웠다. 내친걸음의 2호는 유수풀의 안개 구간과 폭포수 구간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파도풀장에서 파도에 몸을 맡기고 물결에 따라 출렁이며 즐거워하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1호는 1년 사이에 수영을 배워 뜰개를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수영을 할 .. 2024. 4. 17. 힘들어 좋은, 좋아서 힘든 날들 저하들은 어떤 환경, 순간, 물건도 장난(감)이나 이야기로 만든다. 모든 어린이가 지닌 재능일 것이다. 바람 불고 비 오는 하굣길에서 우연히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졌다. 저하는 놀람과 동시에 깔깔거리더니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산을 바람에 맞서 쳐들어 뒤집어지는 것을 즐기다가 결국 우산이 망가지고 말았다. 비에 젖은 옷은 덤이었다. 검은 말을 쥔 저하, 흰 말은 나. 흰색의 킹 하나만 남아 더 이상 게임 진행이 무의미한데도 옴짝달싹 못하는 체크메이트까지 계속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젠가부터 저하는 사진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얼마전 국기원에서 딴 품띠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장소에 상관없이 과감한 포즈를 취해준다. 이소룡을 능가하는 얼굴 표정도 인상적이다. 미국으로 출장간 아빠가 돌아오면 들려.. 2024. 3. 5. 생일 저하 집에 오면 나는 1호 방에서 잔다. 저하의 침대 옆 매트리스가 나의 잠자리다. 가끔씩은 저하 침대에서 자기도 한다. 1인용이라 비좁지만 저하는 한 번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다. 가만히 누워 함께 BTS나 뉴진스의 노래를 듣다가 보면 저하의 숨소리가 차츰 고르게 잦아든다. 거기에 전해지는 달달한 체취, 뒤척임, 잠꼬대까지 전해지면 나는 아늑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손자'저하'1호의 생일. 해마다 쌓이는 한 살 한 살이 대견스럽고 신기하다. 경외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부디 이 대견과 신기와 경외와 감사의 즐거움을 오래 지켜볼 수 있기를! *이전글 : 2024. 3. 2. 와 설날이다! 어릴 적 설날은 설빔을 기다렸다가 맛난 음식을 기다렸다가 무엇보다 세뱃돈을 기다리는 날이었다. 세배를 하고 난 뒤 어른들이 손 안에서 만지작거리는 돈의 액수를 조바심치며 가늠해보곤 했다. 이제 내게 설날은 이틀 전에 보았으면서도 '오래간만이네요?'라고 품 안에서 뜻밖의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2호) 손자를 기다리는 날이다.드디어 띵동! 저하들이 왔다."누구세요?"이미 카톡으로 알고 있지만 묻는다."도둑이에요."2호저하의 유모어다.아내와 나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반긴다."아아니∼! 대감 어쩐 일이시오?" 요새 설빔은 큰 의미가 없다. 아니 설빔이란 게 특별히 없다.아마 내 어린 시절의 설빔보다 지금 아이들의 평상복이 더 좋을 것이다.저하들에겐 설빔은 단지 평소와 다른 거추장스러운 옷일지도 모른다."나는 오.. 2024. 2. 1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