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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95

워싱턴 DC 단상8 - NATIONAL GALLERY OF ART 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이하 NGA)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동관은 현대미술과 특별전시공간이라 우리는 13세기 이후의 서양 회화와 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서관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서관 중에서도 19세기 인상파들의 작품 전시실에 비중을 두었다. 어차피 하루 이틀 만에 약 12만 점에 달한다는 소장품을 다 둘러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안내서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제네브라 GENEVRA DE' BENCH의 초상을 (아래 그림)이 박물관 최대 볼거리 중의 하나로 소개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앞둔 여인이라고 한다. 수심이 가득한 멍한 여인의 표정에서 연인과 헤어져야 하는 애잔함이 느껴진다. 미소만 있다면 그의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를 닮았..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7 - 항공우주박물관 스미소니언 SMITHSONIAN(이하 SS) 이 없었다면 DC 여행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텔에서 가깝다는 점 때문에 여정을 백악관과 기념공원부터 시작하였지만, 사실 그런 곳이 DC 여행의 주목적지는 아니었다. 가벼운 여행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와 전쟁의 ‘거대 담론’으로 생각을 이끄는 그런 건조한(?) 장소들이 아내와 나의 감성에는 SS보다 앞설 수는 없겠다. SS는 제임스 스미슨이라는 영국 과학자가 1829년 사망하면서 “인류의 지식을 넓히기 위한 시설을 DC에 세우고 싶다”는 유언과 유산을 (당시 화폐 55만 달러) 남겨 만들어졌다. 정작 그는 미국에 한번도 다녀간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왜 미국을 선택했을까? 흥미롭다. 신흥국가였던 미국의 미래는 기존의 오래된 국가들과는 다르리라는 생각을 ..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6 - 추신수 올해 미국 생활은 류현진 선수 덕분에 한결 신이 난다. 마침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LA의 연고팀인 다져스에서 뛰는 덕에 직접 LA구장으로 가서 그의 승리를 보고 오기도 했다. 지역적으로는 멀지만 추신수의 선수의 선전 소식도 즐겁다. 마침 추선수가 소속된 신시네티 레즈가 DC에 와서 홈팀인 워싱턴 내셔널즈(네츠 NATS)와 경기를 했다. 당연히 오후의 시간을 내셔널즈 파크에서 야구 경기 관람으로 보냈다. 하루 반나절의 정치와 전쟁 기념물에 싫증이 나기도 하던 참이었다. 밝은 햇살이 가득 담긴 초록의 경기장. 희고 붉은 선명한 대비색의 유니폼. 그것만으로 가슴이 시원스레 뜷리는 데, 추선수의 홈런까지 터져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위 사진 :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 추신수 선수 4회말 NATS의 공..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4 - NEWSEUM 뉴지엄은 NEWS와 MUSEUM의 합성어인 뉴스박물관의 이름이다. 6층의 건물 내부는 빽빽하게 뉴스의 역사와 역사적 뉴스로 채워져 있다. 물론 미국이 중심이 된 뉴스와 역사이다. 하지만 건조한 학술적 전시가 아니라 관람자의 흥미를 고려한 자료와 설계, 다양한 아이디어로 여느 관광지처럼 편안하게 들러볼 수 있는 곳이다. 언어의 장벽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내와 내겐 베를린장벽 BERLIN WALL 과 9.11, 그리고 역대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 전시관이 흥미로웠다. *위 사진 :베를린 장벽. 뒤에 보이는 것은 분단시대 동독의 감시탑이다. 베를린장벽은 독일 밖에선 가장 큰 조각이 전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젠 분단이 아니라 통일의 상징이 된 벽돌 조각은 여전히 지구 유일의 분단국가의 국민인 우리에.. 2013. 12. 6.
워싱턴 DC 단상1 - WHITE HOUSE ‘위싱턴 특파원’이라는 말은 귀에 익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자주 듣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워싱턴이 각종 소식의 원천이고 그 소식은 지구 반 바퀴를 사이에 두고 사는 우리에게도 자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겠다. 어디 우리뿐이겠는가. 좋든 싫든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워싱턴에서 나오는 뉴스를 흘려듣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워싱턴 D.C.(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 이하 DC)는 미국의 수도라는 의미 이상이다. 미국 정치의 중심이자 세계 정치의 중심이다. DC는 탄생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1789년 조지워싱턴을 초대대통령으로 연방정부가 탄생하였을 때, 각 주마다 수도 유치를 위해 각축을 벌였다. 그 정치적 타협이, 미국의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 2013. 12. 5.
샌디에고 SANTEE LAKE 앞선 글에 쓴 대로 샌디에고엔 호수가 많다. 샌디에고 동쪽 SANTEE 지역에 있는 쎈티 호수도 그중의 하나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라고 한다. 호수 주변으로 텐트와 RV캠핑장이 있고 방갈로도 몇 채 있다. 해질 녘 가까운 시간. 호수 주위를 따라 아내와 걸었다. 바람도 잔잔한 저녁, 거울처럼 누워있는 수면 위론 몇 마리의 오리들이 미끄러지듯 헤엄을 치며 파문을 만들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먼 곳에서 여행을 떠나와 짐을 푼 듯한 사람들은 호숫가 가까이 탁자와 의자를 내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간히 왁자지껄한 웃음을 터트리다간 곁을 스쳐가는 우리에게 미소와 함께 정겨운 눈인사를 건네주기도 했다. 저녁 어스름이 살포시 피어오를 때까지 호숫가를 걸으며 아내와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 2013. 12. 2.
빠른, 그러나 오래된 여행 딸아이가 다녀갔다. 짧지만(혹은 짧아서 더) 달디 단 시간이 흘러갔다. 아내는 미국에서 좋은 풍경이나, 재미있는 공연이나,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옷을 보거나 하면 늘 딸아이의 이름을 들먹이곤 한다.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고르면 좋았을 텐데......” “좋았을 텐데.....좋았을 텐데.....좋았을 텐데.....” 딸아이가 머무는 단 며칠 동안 아내는 꼽아두었던 그간의 ‘안타까움’들을 농축해서 소화해야 했다. 개학 하루 전날 방학숙제를 끝내야 하는 초등학생처럼 시간이 초조할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다. 그래도 매 순간마다 잘 익은 달걀의 노른자처럼 보드라운 감촉이 만져질 것 같은 시간이었다. 라스베가스.. 2013. 12. 2.
LAKE MURRAY 샌디에고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여럿 있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쯤 떨어져 있는 머레이 MURRAY 호수. 둘레길을 따라 아내와 걸어보았습니다. 잔돌이 널려있는 부드러운 흙길. 잔잔한 파란 물에 잠긴 파란 하늘. 사위는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억새. 가을이 깊은 날이었습니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 하도록 명해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무르익도록 이끄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송이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깨어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 떨어져 .. 2013. 11. 25.
샌타 카탈리나(SANTA CATALINA) 섬 이런저런 일로 가끔씩 LA에 갈 일이 생긴다. 사실 미술관을 가거나 류현진의 야구를 보러 가는 일이 아니라면 LA라는 도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잡한 교통 때문이다. 미국 생활 수년 동안 샌디에고의 (출퇴근 시간만 제외한다면) 한적한 교통 흐름에 익숙해진 터라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엘에이의 교통엔 운전석에서 자꾸 몸을 뒤틀게 된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이러다 서울에 가면 어떻게 운전을 하겠냐?"고 혀를 차곤 한다. (꼭 교통체증 때문만은 아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아예 자동차를 갖지 말까 생각 중이다.) 좀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카풀 CARPOOL 레인을 타기 위해 엘에이행은 대부분의 경우 아내와 동행을 한다. 카풀선은 탑승자가 2인 이상인 차량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2013.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