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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95

발밤발밤2 -구례, 늦가을2 구례의 숙소는 쌍산재라는 한옥집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방문 창살이 선명하게 비친 하얀 창호지가 눈이 부셨다. 한옥이라 방바닥은 따뜻했으나 방안의 공기에서는 찬 기운이 느껴졌다. 잠에서 깨어서도 이불을 끌어당겨 어깨까지 덮고 한참을 뭉그적거리다 일어났다. 방에 딸린 간이 부엌에서 물을 끓여 작은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봉지 커피로 입가심까지 마치고 방문을 여니 이런! 뜻밖에 비가 추적이고 있었다. 아침에 섬진강변을 걸어볼 예정이었는데 낭패스러웠다. 쌍산재 주인에게서 우산을 빌리고 구례읍까지 나가는 택시를 부탁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일정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야 했다. 우리를 데리러 온 택시 기사는 "좌충우돌 구례택시이야기(http://blog.naver.com/sswlim)" 라는 .. 2014. 12. 28.
발밤발밤2 - 구례, 늦가을1 목적지와 상관없이 기차여행은 내게 여행의 원형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 버스나 전차를 타고 청량리나 동대문 쯤의 시내를 나가는 것이 특별한 나들이였다면 고속버스라는 것이 등장하기 전까지 기차는 그보다 먼, 잠을 자고 와야 하는 장거리 여행을 의미했다. 물론 그 시절엔 순전한 여행이라기보다는 집안의 대소사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어른들을 따라가는 정도였지만. 기차에 올라 출발를 기다릴 때의 조바심에서부터 덜컹이며 다리를 건너거나 깜깜한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의 흥분은 지금의 그 어떤 놀이기구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아내가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을 제안했다. 국내여행도 오래간만이지만 기차여행은 더 오래간만이었다. 부산이나 대구를 꼽아보다가 전라남도 구례를 택했다. 지리산과 섬진강 .. 2014. 12. 27.
타히티와 보라보라 딸아이가 신혼여행으로 타히티와 보라보라를 다녀왔다. 맑고 푸른 바다. 수평선. 그 위의 흰 구름. 환한 햇살.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이는 오늘 다시 보니 더욱 화사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하지도 모릅니다 -고정희의 시,「겨울사랑」중에서 - 2014. 11. 28.
샌디에고 출장 잠시 샌디에고엘 다녀왔다. 지난번 귀국시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7년을 살아 익숙한 곳이지만 앞으로는 갈 확율이 거의 없는 곳이라 아내도 동행을 했다. 일 틈틈이 샌디에고의 이웃들을 만나고 기억에 남는 곳을 골라 다녀 보았다. 신형 기종 A380의 이착륙은 부드러웠다. 엘에이 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위 사진은 모니터에서 촬영한 것이다. 푸른 하늘, 투명한 공기와 맑은 햇빛, 끈적임 없이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유지해주는 습도, 서늘한 바람 - 샌디에고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고 진부할 정도로 흔한 것들이지만 그런 것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언제나 새롭고 감동스럽다. 특히 오래간만에 한국에서의 후텁지근한 날씨를 경험한 뒤라 감동의 강도는 더욱 컸다. 활동 반경을 고려해 라호야 L.. 2014. 7. 30.
미얀마 양곤(끝) 출장 마지막 날 오후.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일정만 남았다. 사람들이 짜투리 시간동안 쉐다공 사원 방문을 권했다. 비가 많이 내렸고 사원 내에서는 맨발로 다녀야 한다고 하기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파고다로 오르는 긴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미얀마 방문 일정이 잡히면서부터 생각해둔 곳이기도 했다. 맑은 날에는 태양열로 달궈진 긴 터널식 계단이 한증막으로 변하고, 대리석이 깔린 사원의 마당은 발바닥이 뜨거워 걷기가 힘든 단점도 있다고 하니 비가 주는 잇점도 있었다. 쉐다공 사원의 기원은 부처님 재세시대인 2,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처님의 머리카락(불발)을 모셨다고 한다. 떼인코따라 THEINKOTTARA 언덕 위에 세워진 거대한 탑은 양곤 시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밤에도 조.. 2014. 6. 24.
미얀마 양곤2 양곤 시내 사쿠라 타워 일대는 '양곤의 명동'이라고 한다. 사무실 임대료가 평당 40만원, 땅은 평당 8천만원을 호가한다. 사쿠라 타워에는 주요 항공사, 외국계 은행괴 기관 등이 입주해 있다. 주변의 교통 체증도 만만찮다. 일제 차량들이 도로에 가득하다. 2-3년 전 까지만 해도 도로는 막히지 않앆고 낡은 차량들 뿐이었다는데, 지금은 새 차들이 많고 고급차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바야흐로 미얀마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변화가 내재적인 발전의 결과라기 보다는 다분히 외적 요인으로 촉발된, 그것도 너무 급격한 변화라는 점에서 다소 불안하게 보이기도 했다. 사쿠라타워의 꼭대기 20층에는 스카이비스트로 라는 카페가 있다.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양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4. 6. 18.
미얀마 양곤1 회사 일로 처음 방문한 미얀마의 6월 중순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가 오는 날씨였다. 그것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한두 시간 세차게 내리다 그치는 형태가 아니라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굵어졌다를 반복할뿐 하루종일 거의 쉬지 않고 내렸다. 우리나라의 장마철 날씨와 비슷했다. 『동물농장』과 『1984년』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소설 『버마시절 BURMESE DAYS』에서 미얀마(버마)의 여름 날씨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2월에서 5월까지의 태양은 성난 신처럼 하늘에서 이글거린다. 그러다가 서쪽에서 몬순 기후가 갑작스런 스콜의 형태로 몰려왔다가 옷, 침대보, 심지어 음식까지도 모조리 축축하게 만들 만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끊임없는 폭우의 형태로 변한다. 지독한 습기를 머금은 날씨는 무덥다. 이 계절이 되.. 2014. 6. 17.
안녕 샌디에고! 샌디에고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6년 5개월 만이다. 샌디에고가 아니면 알지 못할 많은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있었고 또 아쉬운 이별이 있었다. 귀국이 지연되어 작년 10월 이래 서너 번의 송별회를 해준 이웃도 있다. 아내는 여러 번 눈물바람을 했다. 모두 고마울 뿐이다. 언제나 삶은 녹녹치 않을 것이지만 마음이 헛헛해지는 날 마음 속으로 그 이름들을 불러볼 것이다.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날 때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따라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2014. 5. 9.
보스턴여행(끝) 보스턴에서 찰스강 CHARSE RIVER 을 건너면 캐임브리지 CAMBRIDGE 이다. 캐임브리지에는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하바드대학교와 메사츄세츠 공과대학(MIT)가 있다. MIT를 가기 위해 레드라인 지하철을 타고 KENDALL/MIT 역에서 내렸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학생인 듯 보이는 행인에게 물었다. 대답이 황당했다. "(주위를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가 다 MIT이다." 내가 당황스러워하자 그가 다시 물었다. "MIT의 어디를 가느냐?" "(잠시 머뭇거리다가) 돔이 있는 거대한 건물....." "아! 그레이트돔." 나중에 알고보니 MIT나 하바드는 우리처럼 거대한 정문과 확고한 울타리가 없이 수많은 건물이 마을처럼 일대에 흩어져 있는 형상이었다. 건물에 새겨진 ".. 2014.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