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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95

발밤발밤8 - 수원 화성과 행궁 수원 화성 걷기는 화성 행궁에서 시작했다. 화성행궁은 정조 대왕이 부친인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할 때 머물던 곳이다. 건립 당시에는 600여 칸의 조선시대 최대 행궁이었다고 하나 일제 강점기에 원형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이후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진 복원공사를 통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문헌에 의거하여 정확히 복원되었다지만 새로 지어진 만큼 오래된 고궁에서 느낄 수 있는 해묵은 연륜의 편안함 대신 텔레비젼 세트 같은 새물내가 강한 곳이었다. 실제로 대장금를 비롯한 여러 사극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행궁 옆쪽을 걸어 팔달산 꼭대기에 올랐다. 수원성의 총 지휘부라 할 수 있는 서장대가 있었다. "이 산 둘레 100리 안쪽의 모든 동정은 앉은자리에서 변화를 통제할 수 있.. 2015. 10. 26.
발밤발밤7 - BMW로 감나무집 가기 감나무집은 양수리의 수종사나 인근의 운길산 등을 등반할 때면 빼놓지 않고 가던 식당이다.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을 내놓지만 아내와 나는 장어구이만 먹어봤다. 해외 주재를 떠난 이래, 그리고 귀국해서 일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 가보지 않았다. 근 10년만인 모양이다. 예전엔 승용차를 운전하여 갔지만 이젠 차가 없으니 'BMW'방식을 조합하기로 했다. 여기서 BMW란 BICYCLE과 METRO, 그리고 WALK의 역자이다. 가을이 깊어 하늘이 높았다. 햇볕은 투명하고 바람은 잔잔했다. 강변을 걷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다리가 뻐근할 때까지 강변을 걷다가 버스를 탔다. 전철로 바꾸어 타고 내려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배차 간격이 커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서둘 건 없었다. 감나무집은 목표가 아니라 반환점.. 2015. 10. 21.
발밤발밤6 - 군산 시간여행(끝) 군산 내항 가까이 있는 장미동 일대는 일제 강점기가 남긴 일군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장미동의 장미는 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쌀 곳간'을 의미하는 장미(藏米)다. 유형의 유적과 함께 무형의 이름에조차 고통스런 그 시절의 잔재는 여전히 완강한가 보다. ↑ 1908년에 준공된 옛 군산세관 건물이다. 붉은 벽돌은 벨기에에서 수입을 했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건축학적인 의미 외에,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 쌀 등을 빼앗아 가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서 역사적 교훈을 주는 곳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 장미갤러리는 1930년대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에서 쌀을 보관했던 창고였다. 2012년에 다목적 공연장으로 개보수 되었다. ↑ 미즈커피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운영하던 무역회사 미즈상사의 건물이다. 식료품과 잡.. 2015. 10. 11.
발밤발밤6 - 군산 시간여행1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군산까지 2시간반. 생각보다 가까웠다. 아침을 거르고 이른 시간에 버스에 올랐더니 군산에 도착하자 빈속이 보내는 신호가 강렬했다.'고픈 배는 악마의 운동장'이라고 하지 않던가.월명동에 있는 식당, 일출옥은 군산 여행의 첫 방문지가 되었다.콩나물 국밥과 아욱국, 두 가지만을 내는 곳이다.아내와 나는 아욱국을 주문했다. 된장과 어울린 아욱이 은근하고 구수한 맛을 냈다.배 속의 '악마'를 진정시키고 나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군산 도보 탐방에 나섰다.개략적인 경로를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걷기로 했다. '시간여행'이란 말은 군산시에서 만든 군산여행 안내서에 나온 말이다.그 앞에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 도시 군산'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조그만 포구.. 2015. 10. 11.
경주 보문단지 경주 보문단지를 가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고 회사 손님과 함께였다. 같은 장소를 다녀온다 해도 여행과 일은 느끼는 감성부터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실로 오래간만의 경주인 터라 업무가 주는 건조함과 부담감의 한편에 반가운 감정이 없을 수 없었다. 경주는 우리 가족의 여행 기억이 많은 곳이다. 20년 전 인도네시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작정을 하고 국토여행을 시작할 때 경주는 첫 여행지였다. 당시 우리는 울산에 살고 있었다. 울산과 경주는 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우리 가족은 근 반년 가까이 매 주말이면 경주를 찾았다. 단지 거리가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왜 매주 경주만 가느냐고 묻는 주변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경주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종합선물 세트'의 여행지였던 것이다. .. 2015. 8. 29.
중국 양저우 출장 2박 3일의 중국 양저우(扬州) 출장. 가고 만나고 오고 - 여행이 아닌 출장은 매번 이렇게 짧고 단순한 일정이었으면 좋겠다. 양저우를 가기 위해선 먼저 난징(南京)으로 가야했다. 처음 경험하는 중국 동방항공으로 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거기서 차로 한 시간 남짓을 달리면 되었다. 내게 있어 중국 출장의 전성기는 20여 년 전이었다. 비자 이외에 '적성국가여행' 허가를 받아야 할 때 시작하였다. 그때는 직항편이 없거나 다양하지 않아 서해 바다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목적지를 가기 위해 멀리 홍콩으로 에두르기도 했다. 중국 하면 "개방"이니 "경제특구" 등의 말들이 대화 속에 자주 거론되던 시기였다. 그 시절 중국은 이른바 "비동시적이고 비동질적인 것들이 동시에 혼재"하던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2015. 8. 3.
자카르타 식당 "뽄독 라구나 PONDOK LAGUNA" 자카르타에 가면 한번쯤은 들리는 식당이 "뽄독 라구나"다. 자카르타 중심부의 잘란 바뚜뚤리스 라야 (JALAN BATU TULIS RAYA)에 있다. 음식값도 비싸지 않고 맛도 좋아서지만 무엇보다 내게 20여년 전 자카르타에 근무할 적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늘 그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현지인과 함께 간다. 이번에도 그랬다. 깡꿍 KANGKUNG( =태국의 팍붕 =중국의蕹菜웡차이 혹은 空心菜 콩싱차이)과 생선튀김(구라메 고렝), 그리고 삼발소스는 그 시절 이래 단골 메뉴이다. 거기에 추억을 공유한 옛 사람들과 나누는 '비르 빈땅'...... WHAT COULD WE WANT MORE! 2015. 5. 5.
봄바람 지금은 봄꽃이 거의 절정이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봄은 아직 꽃몽오리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날 집안에 있는 것은 죄악'이라고 아내를 부추켜 강변길로 나섰다.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아파트 화단의 백목련과 산수유. 물오른 강변의 버드나무. 잔물결에 일렁이는 햇볕에까지 봄은 어느 샌가 세상에 봄 아닌 것이 없도록 은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친구 부부들과 모임을 갖고 창경궁과 창덕궁을 걸었다. 거기서도 옛 왕궁의 근엄함을 다독이는 봄기운에 취해야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은근한 노란색의 산수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이웃집 점순이가 "뭣에 떠다 밀렸는지" 주인공의 어깨를 짚고 그대로 함께 픽 쓰러지며 파묻히던 알싸한 향내의 노란 동백꽃 속, 그.. 2015. 4. 3.
발밤발밤2 -구례, 늦가을(끝) 아침에 일어나 숙소인 쌍산재를 산책했다. 쌍산재는 관리동 포함 7채가 들어선 한옥집이다. 현 운영자의 고조부 되시는 분의 호(쌍산)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대문에 들어서면 비탈이라 오밀조밀한 느낌이 들지만 계단길을 통해 대숲을 지나면 평지가 넉넉하게 펼쳐진다. 한옥이다 보니 아파트와 같은 완벽한 보온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겨울철의 약점을 제외하곤 묵어갈만 한 곳이었다. 쌍산재 대문 바로 옆에 "전국 최상의 물"이 나온다는 당물샘이 있다. 혹독한 가뭄이나 장마에도 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는 당물샘의 물은 한 달 넘게 독에 담아 두어도 물때가 끼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당물샘이 있는 상사 마을은 전국에서도 손 꼽히는 장수 마을이었다. 70객은 장년이고 환갑노인은 청년 취급을 받.. 2014. 12. 28.